빚에 짓눌려 ‘몸집’ 줄어드는 미군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1.12.1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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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비, 10년간 1조 달러 이상 삭감해야 해…지상군·무기 감축하면서 군사 전략 변화 꾀할 듯

미군이 쇠퇴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15조 달러에 육박하는 엄청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은 앞으로 국방비를 10년간 1조 달러 이상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과연 1조 달러 이상 국방비를 감축하고도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촌의 분쟁과 도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수퍼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은 2013 회계 연도(2012년 10월~2013년 9월)부터 2021 회계 연도까지 무려 1조2백9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해야 한다. 워싱턴 정치권이 적자 감축 협상에 실패해 자동적으로 10년간 1조2천억 달러의 적자를 줄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국방비 전체의 절반인 6천억 달러를 추가 삭감하게 되었다. 미국 국방비는 이미 10년간 4천6백50억 달러를 삭감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1~2차를 합하면 10년간 국방비를 1조2백90억 달러나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지역에서 무장한 미군 병사가 걸어가고 있다. ⓒ AP연합

항공모함 2척 줄이고 신형 전투기 구입 미뤄

미국의 국방비를 한 해에 1천억 달러씩 10년간 1조 달러 이상 삭감하려면 지상군을 감축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와 하원 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현역 가운데 육군과 해병대 병력 20만명은 감군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럴 경우 미군 현역 병력은 현재 1백47만8천명에서 20만4백명이 감축된 1백27만7천6백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미국의 현역 병력 수준은 9·11 테러 사태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 가운데 육군은 현재 56만9천4백명에서 14만3천4백명이 줄어 42만6천명이 된다. 해병은 현재 20만2천명에서 5만7천명을 감군해 14만5천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해·공군 병력은 큰 변화 없이 유지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2015년부터 미군 총 병력 가운데 육군은 57만명에서 52만명으로, 해병대는 20만2천명에서 18만6천6백명으로 감축되며 감축 규모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해군과 공군은 병력 수준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지만 장비와 무기는 감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네타 장관은 핵탄두를 추가로 감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 신형 전투기의 경우 향후 20년간 4천억 달러나 투입해 2천4백대를 구입한다는 계획을 대폭 축소 또는 연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미군은 대신 사이버 공격 및 방어,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 비행기, 특수부대 등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전세계에 배치하고 바다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대규모 예산 삭감 때문에 최소한 두 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축소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해군 함정 숫자는 현재 2백88척에서 2백38척으로 50척이나 줄어들게 된다. 공군에서는 전투기들이 현재 1천9백90대에서 1천5백12대로 5백대 가까이를 축소하게 된다. 전략 폭격기들도 현재 1백35대에서 30여 대를 줄여 1백1대로 감소시켜야 한다. 군 수송기 또한 현재 6백51대에서 4백94대로 1백50대 이상 축소시킨다. 여기에는 차세대 F-35 조인트 스트라이크 전투기의 생산을 늦추는 방안도 포함된다.

전선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해병대도 감군 회오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해병 신속원정군 2개 여단이 축소될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병력은 1960년대 이후 17만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으나 이번 예산 삭감으로 15만명 이하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병대 전용인 신형 수륙 양용 장갑차의 구매 등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기록적인 국방 예산 삭감을 시작해야 하는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최근 국방 전략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큰 원칙의 하나로 유럽 주둔 미군들을 감축하는 대신 아시아 미군들을 유지·강화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이란의 지속적 위협에 대처하고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하는 군사 전략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군 감축 계획과 관련해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들을 어느 정도 철군하는 대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의 군사 부문 개선을 돕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변화를 줄 방침임을 밝혔다.

10년간 미국 국방비(전비 제외) 1조2백90억 달러 삭감 계획     (단위: 억 달러)

회계 연도

국방 예산

삭감 규모

2012

5490

-250

2013

4910

-1050

2014

5010

-1110

2015

5110

-1140

2016

5210

-1160

2017

5350

-1140

2018

5480

-1130

2019

5610

-1120

2020

5750

-1100

2021

5890

-1090

미국 육군·해병대 20만명 감군

구분

현재

감축 후

감군 폭

미군 현역 총 병력

147만8000명

127만7600명

20만400명

미 육군

56만9400명

42만6000명

14만3400명

미 해병

20만2000명

14만5000명

5만7000명

항공모함 2척 감소로 함께 줄어드는 것들

구분

1990년

2000년

현재

삭감 후

해군 함정

546

316

288

238

공군 전투기

4355

3602

1990

1512

전략 폭격기

282

153

135

101

수송기

872

743

651

494

“아시아 강화하고, 유럽은 축소”

대신 이 과정에서 생기는 미군 병력과 여유 자금으로 아시아 주둔 미군들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강화할 방침이라고 파네타 장관은 밝혔다. 미국은 현재 한국 2만8천5백명, 일본 4만명과 하와이와 괌의 4만5천명까지 포함하면 10만명 이상의 아시아·태평양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특히 북한과 이란을 지속적 위협 국가로 지목하면서 미군이 이들을 저지하고 격퇴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와 같이 북한이나 이란에서 장기간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대규모 지상군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파네타 장관은 밝혔다.

이러한 언급으로 볼 때 미국은 향후 북한의 위협을 억지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하와이를 주축으로 하는 태평양 일대의 병력과 파워를 더욱 증강하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고 석유 공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여전히 중동 지역에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미군의 유럽 주둔 규모를 축소하고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낮게 두어 개입을 최소화하는 군사 전략을 펴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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