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파워’로 뛸까 ‘한류’ 업고 날아볼까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2.1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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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도 경쟁하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후 제품 발표회장
국내 화장품 시장 쟁탈전이 중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 1, 2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유명 외국 브랜드와 경쟁하며 중원 곳곳에 판매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2백36억 달러로 한국의 3.3배나 된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이다. 성장 잠재력도 어마어마하다. 중국인 1인당 화장품 소비액은 17.7달러로 한국인 소비액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부는 한류 덕분에 한국은 중국의 4대 화장품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한국 화장품업체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홍콩에서 경험 쌓은 뒤 진출

아모레퍼시픽은 미주, 프랑스와 함께 중국을 3대 성장 축으로 삼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5년까지 10개 글로벌 메가브랜드를 키워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한다’는 경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성공하는 것이 필수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기’ 같은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1993년 아모레퍼시픽은 선양, 장춘, 하얼빈 같은 동북 3성의 백화점과 전문점에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를 출시했다. 당시 시장 점유율 4~5위를 유지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아갔다. 그로부터 3년 동안 3천5백명에 이르는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며 진출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매장.
소비자 조사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서둘러 중국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 중국 상륙에 앞서 홍콩에서 먼저 도상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홍콩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2년 5월 홍콩 소고백화점에 라네즈 1호점을 열었다. 매장 20개를 운영하며 매장당 매월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일으켰다. 홍콩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2002년 9월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상하이에 있는 백화점 팍슨, 태평양을 비롯해 60개 도시 2백1개 백화점에서 라네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라네즈에 이어 마몽드 브랜드까지 중국에 들어갔다. 백화점 5백52개 매장과 2천2백50개 전문점에서 마몽드를 팔고 있다. 최고가 브랜드 설화수는 지난 3월 베이징에 있는 팍슨 백화점에 입점한 데 이어 4월 백화점 신광천지, 상하이 팍슨을 비롯해 여섯 개 매장을 잇따라 개점했다.

올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성장한 1천5백5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사업 매출이 35%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지난 3분기에도 중국 매출은 32% 늘어났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국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사업이 당초 기대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와 실적 목표를 높이고 있다. 라네즈와 마몽드 브랜드는 점포를 잇달아 열고 새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설화수는 올해 말까지 여덟 개 점포, 내년까지 25개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다. KDB대우증권은 ‘2015년 설화수의 중국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의 15%에 이르고 중국 총 매출의 1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LG생활건강에게도 비약하기 위해 입성해야 할 전략 시장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진출 초기에 악전고투하다가 최근 시장 접근 전략을 바꾸면서 성장률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지난 1995년 중국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고 지금은 상하이, 난징, 베이징에 아홉 개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 수는 5백여 명이다.

LG생활건강, 폭 넓고 다양한 제품군 출시LG생활건강은 최고급 브랜드인 오휘나 후, 중·저가 브랜드인 수려한이나 헤르시나까지 가격과 유통 채널별로 다양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백화점 5백개 매장을 비롯해 전문점, 할인점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빠바이빤(八百伴)이나 쥬광(久光), 베이징에 자리한 앤샤(燕莎) 같은 대도시 백화점을 공략해 1층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가 브랜드인 오휘와 후는 44개 백화점 매장을 확보했다.  LG생활건강은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마케팅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8월 출시한 최고가 브랜드 후는 MBC 드라마 <대장금>의 여주인공 이영애씨를 전속 모델로 내세워 주목을 받고 있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중·저가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제품 구성을 바꾸고 가두판매점인 더이페스샵을 지난 3분기까지 1백39개를 열면서 중국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장품업체마다 경쟁적으로 브랜드숍이나 멀티숍이라 불리는 가두판매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03년 도입된 브랜드숍은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한 화장품 유통 채널로 성장했다. 브랜드 하나만 파는 브랜드숍과 달리 멀티숍은 자사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놓고 판매한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처럼 온갖 브랜드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것과 달리 가두판매점은 명동, 강남, 신촌, 홍대입구처럼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 잡고 해당 브랜드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상대한다. 가두판매점은 판매액 기준으로 최대 유통 채널인 백화점이나 방문 판매에 견줄 만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 마케팅이 나뉘어지면서 브랜드 출시가 상대적으로 쉬워지다 보니 브랜드숍이나 멀티숍이 유력한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 제조업체가 유통까지 파고들면서 상권마다 가두판매점 입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두판매점 시장에서도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멀티숍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근소하게 LG생활건강을 앞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멀티숍 브랜드 아리따움은 매장 수가 1천3백개나 된다. LG생활건강의 뷰티플렉스는 매장 1천1백50개를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숍에서는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앞선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브랜드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장 수가 9백54개(10월 말 기준)나 된다. 김진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더페이스샵은 내년에 16% 성장해 매출 8천4백87억원을 기록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5년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를 잇달아 출범시켰다. 매장 수가 각각 4백53개와 3백42개이다. 복수 브랜드 전략을 채택하면서 브랜드별 매장 수는 적지만 두 브랜드 매장 수를 합하면 8백개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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