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자기 종편 띄우기’
  • 반도헌│미디어 평론가 ()
  • 승인 2011.12.1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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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신문에 연일 경쟁하듯 안내 기사 게재…자사 종편의 성과 홍보하는 기사도 넘쳐

지난 12월7일 네 개 신문에 종편과 관련한 자사 광고형 기사가 메인 표지에 실린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종편 개국 초기 일주일 동안의 성적은 기대 이하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네 개 신문에서 보여주는 종편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들은 ‘지상파와 경쟁한다’ ‘신선하다’라며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자신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시청률 경쟁이 신문 1면을 장식하며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고 있다.

자사 프로그램이 시청률 1위라도 기록할라치면 이에 대한 찬사가 쏟아진다. 일주일 동안 네 개 신문사를 통해 생산된 종편 관련 기사들은 ‘자사 이기주의에 의한 지면의 낭비’라는 지적을 넘어 이들의 현실 인식 자체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네 개 신문사의 종편 띄우기는 개국 전날인 11월3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자사 종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홍보하는 기사가 매일같이 하루 2~3면에 걸쳐 4~5개에 이른다. TV 프로그램 편성표가 들어 있는 방송면에는 자사 종편 프로그램 소개 기사가 실리고, 문화면 등에는 종편 드라마 주연 배우나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 인터뷰가 실린다. 특히 매일경제는 TV 관련 기사 대부분을 자사 종편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편성표도 따로 편집해 내보내고 있다. MBN 소속의 한 방송 기자는 “종편이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모신문사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내부적으로는 노골적인 지원 기사에 대해 낯 뜨겁다는 의견도 있지만,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 다수이다”라고 말했다.

시청률 관련 기사가 일제히 쏟아진 12월5일자 신문부터는 종편 띄우기 혹은 살리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면에 시청률 관련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물론 내용은 자사 종편 프로그램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2월5일에 발행된 신문 내용을 보더라도 중앙일보는 JTBC가 종편 가운데 1일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음을, 조선일보는 TV조선 뉴스 프로그램인 <날>이 메인 뉴스 가운데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음을 1면에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채널A <하얀 묵시록 그린란드>가 주말 종편 시청률 1위라는 것을, 매일경제는 MBN 시청률이 상승세에 있다는 내용을 2면에 내보냈다. 이날 하루 동안 보도된 각 신문사의 시청률 기사만 보면 독자들은 종편 시청률 경쟁의 승자가 과연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후로도 자사 종편 프로그램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기사는 지면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각 신문사는 시청률 조사 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TNmS가 발표한 내용을 프로그램 성격, 날짜, 지역 등에 따라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같은 날 두 방송사가 서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시청률도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보도

조선일보는 TNmS 자료를 인용해 개국 첫날 TV조선 뉴스 <날>이 시청률 1.060%로 종편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반면, 중앙일보는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JTBC <뉴스 10>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시청률 조사 결과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기사도 만들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JTBC 드라마 <인수대비>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며 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인용해 “<인수대비>가 기록한 1.7% 시청률이 지상파로 따지면 15%를 상회하는 수치이다”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업계에서는 대부분 종편 프로그램이 1% 시청률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위기 상황임을 뜻한다고 지적한다. 다채널 현실에서 시청률 1%가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의 성공 기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종편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각 종편은 연간 1천5백억~2천억원의 제작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스타급 연예인을 웃돈을 주고 영입하느라 들인 비용도 상당한 규모이다. 각 종편사를 대표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된 비용은 지상파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시청률이 나오는 것을 성공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청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광고 수주가 어려워지고 종편 성과에 실망한 스타급 연예인과 제작진 섭외는 더욱 힘들어진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종편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네 신문사 기사에는 자사 종편 채널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기사만 넘쳐난다. 종편 프로그램끼리의 의미 없는 순위 경쟁만 가득하다. 실상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사 종편 채널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이 눈앞의 홍보 효과를 높일 수는 있지만, 현실을 외면하면 상처는 더욱 곪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살이 돋기 위해서는 반드시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한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신문 1면에 종편 관련 기사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종편의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자기 자랑만 하고 있다가 신문사 위상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허덕이는 시청률…케이블 TV 초기 실패 되풀이하려나 

종편 프로그램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청률 조사 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2월5일 방송된 종편 4개사의 1일 시청률은 JTBC 0.586%, MBN 0.282%, TV조선 0.278%, 채널A 0.342%를 기록했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TNmS가 조사한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TNmS는 12월5일 종편 4개사의 1일 시청률이 채널A 0.28%, JTBC 0.43%, MBN 0.28%, TV조선 0.2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2월1일 개국 이후 요일과 프로그램에 따라 종편 채널 간 순위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시청률 수치는 0.4~0.5%를 넘지 못했다. 스스로 맞대결 상대라고 자신했던 지상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12월5일 지상파 3개사 시청률은 KBS 1TV 10.0%, KBS 2TV 5.7%, MBC 5.8%, SBS 6.4%(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이다.

종편 채널이 기록한 결과물은 실질적 경쟁자로 꼽히는 케이블 TV 채널과 비교해도 낫다고 볼 수 없다. 시청률과 파급력 면에서 킬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를 비교해보면 종편의 현 주소가 잘 나타난다. 드라마는 종편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JTBC의 요일별 간판 드라마 <인수대비>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소리> <발효가족>은 각각 첫 회에서 시청률 1.183%, 1.601%, 1.565%를 기록했다. 모두 케이블 채널 성공의 기준이 되는 1%를 넘겼다. 같은 기간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OCN) 2.019%, <꽃미남 라면가게>(tvN) 1.530%, <특수사건전담반 TEN>(OCN) 1.41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면서 정우성·한지민·채시라 등 톱스타와 스타 작가, PD 등이 합류한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다.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도 별다르지 않다. 뉴스는 업계 최고 신문사가 참여한 종편 채널이 가장 자신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종편 네 개사의 메인 뉴스는 개국 첫날을 제외하고 1%를 넘기지 못했다. 20여 년 전 동영상을 가지고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제기하고, ‘A양 섹스비디오 동영상’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 내용 면에서도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종편이 개국 초기부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개국 일정에 무리하게 맞추느라 준비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BS가 개국 초기 3개월간 시험 방송을 한 것에 비해 종편 4사는 시험 방송 없이 개국을 단행했다. 초기부터 잦은 방송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편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만 재방송 비율이 너무 높다 보니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돌려봐도 재방송 프로그램에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수차례 방송한 철 지난 영화나 함량 미달의 해외 다큐멘터리만 보여주니 시청자를 잡아둘 수 없는 것이다.

종편 시청률은 개국 이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이다. 종편이 보여주는 모습은 케이블 TV 개국 초기를 연상하게 한다. 케이블 TV 역시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국했다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다. 케이블 TV가 초기 실패를 되돌리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출범 전부터 2년 안에 1~2개 채널이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기도 했다. 종편 채널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비판 날 세운 ‘그 외 신문’들 “특혜에 폐해까지 문제투성이”

종편 네 개사의 모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일간지는 종편 출범을 맞아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등 일부 신문은 종편 개국일인 12월1일 1면 하단에 백지 광고를 실으며 여론 독과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적 색채가 강한 신문사는 물론이고 국민일보·세계일보·문화일보 등 이른바 보수 신문도 종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국 초기 이들의 비판은 종편에 주어진 특혜와 종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에 집중했다. 한국일보는 12월1일자에서 “온갖 특혜를 업고 출범하는 그들만의 자축팡파르를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라고 지적했다. 다음 날에는 “지상파 가운데도 의무 재전송 대상은 국가 기간 방송인 KBS1과 교육방송 EBS만이고, KBS2나 MBC, SBS는 제외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특혜이다”라고 종편의 전국 의무 전송을 비판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을 통해 “채널 배정만 보아도 외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며 황금 채널 배정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2월1일자에서 “기업이 광고와 홍보 비용을 요구하는 종편 관계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고 광고 영업의 혼탁함을 지적했고, 문화일보 역시 대기업 광고 담당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종편을 끼고 있는 대형 신문의 보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업계의 불만을 전했다. 한겨레는 “직접영업에 의한 홍보성 기사 거래가 늘어나며 방송 콘텐츠의 상업화는 필연적일 것이다”라며 종편으로 인해 언론 본연의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개국 이후에는 종편 채널의 행보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상 밖으로 저조한 시청률은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위터를 통해 “바닥 치기 시청률로 엄청난 광고료를 요구했다는 종편, 콩나물 보여주면서 산삼값 받아내면 사기 행각 아닌가요?” 라고 말한 내용은 종편 네 개사를 제외한 대다수 신문사에서 지면 기사로 인용되었다. 한겨레, 문화일보, 경향신문은 종편 프로그램의 저조한 시청률을 ‘애국가 시청률’에 빗대기도 했다. 그 밖에도 계속되는 방송사고, 종편 관련주의 주가 급락, 선정적인 뉴스 보도, 종편 4개사의 자화자찬식 보도 행태 등 종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종편을 제외한 신문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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