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목숨 건 종편 ‘떼쓰기’만이 살길?
  • 김진령·노진섭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1.12.1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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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4개 종합편성 채널이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축하보다 걱정하는 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울상이다. ‘조선·중앙·동아·매경’이라는 ‘슈퍼 갑’ 모회사를 앞세운 광고 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종편 4사는 기업들에게 일반적으로 지상파 방송의 70% 수준을 광고 단가로 제시하는데, 광고주들은 이같은 가격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종편 출범과 함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고 혈투’의 진상을 추적했다.

종편 JTBC를 소유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사옥, MBN 사옥, TV조선 사옥, 채널A를 소유한 동아일보 사옥(왼쪽부터). ⓒ 시사저널 박은숙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2월1일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일경제) 등 4개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이 일제히 첫 방송을 내보냈다. 종편은 보도를 포함해 드라마, 오락, 교양, 스포츠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케이블 방송이나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에 제공하는 프로그램 사업자이다. 여론의 다양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탄생했지만 축하보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업 쪽에서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사와 기업의 관계는 흔히 ‘갑을’ 관계로 불린다. 이번 종편의 모회사인 ‘조-중-동-매’는 각각 종합지와 경제지에서 ‘슈퍼 갑’으로 통하는 회사들이다. 신생 종편의 영업 정상화는 광고 매출에 달려 있다. 광고 단가는 시청률에 비례해야 하겠지만 대다수 종편에서는, 종편이 이제 시작 단계임을 들어 착근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광고 영업을 직접 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종편의 광고료를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종편과 종편의 모회사에서는 광고 매출을 통한 조기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열심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요즘 종편의 광고 요구와 그 모회사인 ‘슈퍼 갑’의 지원 사격 때문에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아닌, 제작 원가가 얼마 들었으니 광고비를 얼마 달라고 요구하는데 황당했다”(한 대기업 홍보 담당 임원 A씨)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기업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실 기업의 종편 몸살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중-동-매가 종편 허가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기업체에 출자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A씨는 “어느 날 언론사에서 와서 출자 문제로 회장을 만나겠다고 해서 진땀을 뺐다. 누가 책임질 것도 아니고 정권이 바뀌면 어떤 추궁을 당할지, 주주들은 뭐라고 추궁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광고 외에는 도와줄 수 없다고 간신히 빌어서 무마시켰다”라고 말했다. 5대 그룹은 이런 공세를 용케 피해갔다. 이들은 그룹 순위만큼으로 광고비를 집행하는 광고주들이기도 해 거대 언론사도 어쩌지 못한 것이다.

종편 투자에 부실 저축은행들까지 나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시사저널 유장훈
이와 관련해 지난해 가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 신문에 재벌 총수의 퍼스낼리티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기사가 실린 것. 그 뒤 해당 기업 홍보 임원의 목이 날아갔다. 그때는 종편과 관련해 신문마다 기업을 상대로 종편에 출자할 기업을 모으려고 애를 쓰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이런 기사가 나오자 재계에서는 ‘슈퍼 갑의 화력 시범’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광고 매출이 큰 신문일수록 실정법을 위반한 사건이 아닌 한 직설적으로 오너 경영인을 겨냥하는 기사가 실리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음모론’은 한층 힘을 받았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토마토저축은행은 지난 4월과 5월에 JTBC와 매일방송(MBN)에 20억원씩을 출자했다. 토마토는 이에 앞서 2008년에 머니투데이와 머니투데이방송에 각 30억원과 33억원을 출자했다. 또 다른 부실 저축은행인 제일저축은행은 채널A에 30억원, 매일방송에 10억원, 연합뉴스티브이에 5억원을 출자했다. 이 정도라면 부실 저축은행이 왜 이렇게 열심히 언론사에 출자를 했는지 연구 리포트가 따로 나와야 할 판이다.

비교적 큰 그룹인 한진그룹과 KT그룹에서도 이런 식의 투자 흐름이 나타났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TV조선에 3백억원, 한진이 JTBC에 42억원, 한국공항이 채널A에 60억8천만원을 출자했다. 또 KT의 자회사인 KT캐피탈은 TV조선과 JTBC, 매일방송에 각각 20억원씩 출자하고 채널A에는 23억9천만원을 출자했다. 모든 종편에 한 다리씩 걸친 셈이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2월 초 “사업 연관성도 없는 곳에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경쟁 사업자에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정부의 압력이나 종편의 횡포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라는 논평을 냈다. 문제는 기업의 종편 몸살이 개국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종편은 지난 11월 어느 대기업에 2백억원대의 연간 광고비 배정을 요구했다. 조선·중앙·동아 신문 세 곳에 집행하는 광고비 모두를 합한 금액보다 많은 광고비를 책정해달라고 요구한 종편도 있다.

일반적으로 종편 4사는 기업에 지상파 방송의 70% 수준을 광고 단가로 제시한다. 케이블 보도 채널인 YTN의 광고 단가가 지상파 방송의 10% 미만인 점을 고려할 때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광고주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종편 배후에 있는 슈퍼 갑(신문사)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 B씨는 “종편의 광고 요청 행태는 마치 빚을 독촉하는 사채업자와 같다. 하루에 종편 광고 요청 전화를 15통이나 받기도 한다. 시청률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 없이 ‘무조건 도와달라’라는 식으로 연간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요구한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유선방송 PP는 이런 식의 요구를 하지 못했다. 제작비, 인건비 등의 모든 비용을 광고비로 메우려고 거액을 요구하는 행태는 모회사인 신문사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어떤 종편은 취재 쪽 책임자가 전화를 해 ‘광고 협조’를 부탁하고 바로 종편의 사업 담당자가 찾아온다”라고 전했다.

기업들, 무리한 광고 요청에 삼성 눈치만

종편의 무리한 광고 요청에 기업들은 삼성의 눈치를 보고 있다. 광고 시장의 25~30%를 차지하는 삼성의 광고 배정 비율을 참고해서 종편에 배정할 액수를 정하겠다는 뜻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종편에서 광고 요청이 들어왔지만, 일단 올해는 광고비 배정이 끝났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하지만 내년이 문제이다. 다른 기업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4개 종편에 골고루 광고를 집행했다. 모두 신문사가 모기업인 종편이므로 기존 신문 광고비 수준의 성의 표시를 한 셈이다. 그러나 내년이 문제이다. 프로그램도 엉성하고 시청률도 기대 수준 이하라서 광고비 수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광고비 예산을 대폭 늘리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된다. 그러나 한국광고주협회에 따르면 내년도 광고비 인상률은 4%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광고비 외에도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등에 투자하는 홍보비를 늘리고 있다. 즉,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홍보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내년 광고 시장은 사실상 정체인 셈이다. 결국 한정된 광고비를 쪼개야 할 판이다. 최근에 기업들은 또 홍보 예산과 광고 예산을 엄격히 분리하는 추세이다.

한국광고주협회의 광고 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상파 방송과 신문의 광고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하락세를 탔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는 2000년 전체 광고 시장에서 35.3%를 차지했지만 2010년 그 비율이 22.8%로 줄었다. 신문도 같은 기간에 36.2%에서 19.5%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의 출현으로 방송과 신문의 광고 비율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한 통신사의 부장은 “4사 종편이 모두 광고를 요청해왔는데, 각각 연간 100억원대 광고 배정을 요구했다. 광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신문 등 다른 매체로 책정한 광고비를 재분배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종편의 광고비 수준을 두고 광고주들은 우선 시청률을 기대 수준으로 올릴 것을 종편에 주문했다. 실제로 시청률 조사 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4개 종편은 개국 첫 주 전국 시청률 0~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방송의 시청률도 넘지 못한 것이다. 홍헌표 광고주협회 조사본부장은 “현재 종편들이 제시하는 광고 단가가 높다. 이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즉, 시청률에 따라 광고 단가가 산정되어야 한다. 시청률도 채널 시청률이 아니라 프로그램 시청률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 최근 한 사극 드라마의 시청률은 25%이다. 쉽게 말해 국민의 4분의 1이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셈인데, 여기에 광고 단가 1천5백만원이면 오히려 싼 편이다. 물론 지상파와 같은 시청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케이블 방송보다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를 집행하면 원턴(one turn) 방식을 버릴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 원턴 방식은 모든 신문에 똑같이 광고를 배정하는 기존 신문사와 기업 간의 관행이다. 한 광고주는 “광고 예산에는 두 가지가 있다. 관계 예산과 효율 예산이다. 관계 예산은 언론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예산을 말하며 으레 때가 되면 광고를 집행하는 데 사용한다. 효율 예산은 실제로 광고 효과를 노린 예산이다. 종편들이 시청률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보도 프로그램과 광고 맞교환 제안하기도

종편들이 광고비를 높게 책정하면서 보도 프로그램과 광고를 맞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한다. 뉴스와 같은 보도 상품을 묶은 패키지를 구매하면 30분짜리 광고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작해주겠다는 것이다. 종편이 광고 영업을 하면서 이런 무리수를 두기 때문에 방송 보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광고를 보도와 연계하면 안 된다. 광고를 내면 프로그램이나 보도 기사를 통해 홍보를 해주겠다든가, 거꾸로 약점을 잡는 기사를 취재해놓고 광고를 하지 않으면 내보내겠다고 협박하는 행태가 벌써 우려된다. 해결책은 종편 언론의 정도 경영이다. 언론으로서 보도와 연계하지 않고 공공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 건설사 임원은 “광고할 여력이 없거나 소비재가 없어서 광고를 안 하던 회사에도 협찬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것이 힘들다. ‘몽둥이’를 맞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광고를 해야 하는 것인지…”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또 현재 국회에서 표류 중인 미디어렙(광고 판매 대행사) 법이 통과되어야 종편으로 혼탁해진 광고 시장을 정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 단가와 배분의 기준이 되는 미디어렙 법안이 입법 처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시장 분위기는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종편의 항변 “개국 초기에는 시청률 낮을 수밖에…”

종편 중에서 JTBC는 자본금 규모가 4천2백20억원으로 가장 크고, 초반 시청률도 좋은 축에 속한다. 이 회사의 이상철 대변인을 통해 종편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그는 초반 시청률이 낮다는 지적에 “JTBC의 경우 <빠담빠담>이나 <발효가족>이 매일 시청률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에 12월이 지나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것 같다. 기존 케이블 채널보다는 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좀 더 지켜봐달라”라고 말했다. 방송 시작 직전에야 채널 번호를 부여받고 별다른 시험 방송 기간이 없었던 데 비해 기존 케이블 채널 시청률을 뛰어넘는 1%대에 달하는 시청률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료 산정 기준에 대해서 그는 “광고료 산정을 놓고 말이 있다는 것을 안다. 시청률을 기준으로 광고비가 싸다, 비싸다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개국 초기에는 시청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종편이 정착될 때까지는 직접 광고 영업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광고주들은 우리 콘텐츠의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초기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종편 광고비 얼마가 적당할까

한국광고주협회의 의뢰로 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팀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내년 종편 채널당 평균 광고비는 7백32억원으로 전망되었다. 2013년은 8백75억원으로 추산되었다. 종편의 광고 시청률 예상치는 지상파 방송(2.2%)의 25%에 해당하는 0.57%로 집계했다. 이를 근거로 종편당 광고 매출액을 예측한 것이다. 4개 종편을 합하면 모두 2천9백28억원이다.

광고주들은 이보다 높은 5천8백84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종편 4사는 총 7천억~8천억원의 광고 매출을 목표로 두고 있어 괴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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