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만 하지 말고 아이 눈높이에서 마음을 읽어라”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2.1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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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가 말하는 ‘부모와 아이 사이 소통 지름길 10가지’

교수는 부모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47)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이다. 슬하에는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다. 신교수가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된 것은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다. 큰 아들은 레지턴트 시절인 27세에 낳았다. 그는 “정신과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인데, 우리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에 대해 잘 알아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동 발달에 대한 무지함을 채우려고 소아정신과를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신교수는 아이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산 경험에 따라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때문이다. 사실 기성세대나 신세대 부모들은 아이에 대해 잘 모른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무지하다. 그렇다 보니 부모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부모와 아이의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아 가출하거나 가정불화, 나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할까.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신의진 교수를 만나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신교수와는 12월8일 오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용을 10문10답으로 정리했다. 

① 유아기 때 많이 놀아주어야 소통이 잘된다

엄마가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아이는 컴퓨터와 연결된 헤드폰을 쓴 채 대꾸하지 않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아이와의 대화와 소통은 커서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6세 이전의 유아기 때 뇌가 빨리 자라고, 인격의 60~70%가 형성된다. 이때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놀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가 똑똑해진다. 이때 첫 단추를 잘 꿰면 아이가 커서 더 다가온다. 아이와 대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유아기 때 망가져서 그런 것이다.

사실 이것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진짜 보육원과 유치원의 질을 높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없더라도 그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질을 높이는 것보다 돈을 나누어준다. 부모들은 돈을 주는 것을 더 반긴다. 그러나 보육 시설의 질을 확 높여야 내 아이가 잘 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② 아이와 ‘함께 만들기’ 많이 하라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내면 아이는 스트레스가 없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함께 만드는 것’이 최고이다. 요리하기, 청소하기, 마트 가기, 헤어밴드 만들기 등을 하면 좋다. 중학교 때부터는 부모와 더불어 스트레스를 푸는 나이가 아니다. 초등학교 때까지 잘 기르면 나중에는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한다.

③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고, 이용하라

어릴 때 머리가 반짝한다고 해서 ‘영재’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뇌 발달이 다르다. 운동을 잘한다거나 수치에 밝다거나, 또 영어를 조금 잘한다고 해서 영재라고 보면 안 된다. 누가 ‘영재 교육’을 시킨다고 하면 오히려 말린다. 그것을 위한 스트레스와 폐해가 더 많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 사교육을 이용해야 한다. 나는 아이의 흥미에 맞추었다. 과학을 하겠다고 하면 학원에 보내주었다. 학원에 보낼 때는 꼭 필요한지를 따지고, 목적을 정하고, 달성 여부를 체크했다. 학원을 결정할 때에도 어디가 좋다고 하면 아이와 함께 찾아가서 한 달 정도 다닐 수 있게 여유를 주고,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니지 않게 했다. 사교육에 의존한 것은 없다. 철저하게 아이에게 맡겼다.

④ ‘실수’를 통해 ‘자립심’ 배운다

어릴 때부터 해야 한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서 자립심을 배운다. 요즘 부모들의 실책 중의 하나가 자기 아이들이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런데 소소한 실수가 아이를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절히 빠져나올 수 있는 실수는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하겠다고 하면 일단 시켜보고 여지를 남겨준다. 기회를 주고 그 기회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요즘 부모들은 성적 때문에 결과 지향적이다. 결과가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가 중요하다. 당장 아이가 힘들 것을 생각하지 말고, 조금 힘들 때는 버티고 이겨낼 수 있게 해야 한다.

학습 습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끝이 난다. 그 이전에 ‘제 시간에 숙제 하기’ ‘책가방 챙기기’ ‘제 시간에 잠자기’ 등의 버릇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중학교 때까지는 남을 동원해야 한다. 스케줄러를 부르거나 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때 부모가 나서지 말고, 삼촌 등 동기 부여가 가능한 사람이면 좋다.

⑤ 지나친 관심이 ‘공부’에서 멀어지게 한다

모든 아이는 다 다르다. 얼굴이 다른 것처럼 뇌도 다르다. 천편일률적으로 공부를 잘할 수도 없다. 성적은 학교에서 중간쯤 가고,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친구를 좋아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무조건 쪼아댄다고 아이큐 100짜리가 갑자기 1백50이 되지 않는다. 부모의 집착 때문에 공부하겠다는 동기가 안 생길 수도 있다. 억지로 시키고, 매질하고 그러면 공부에 신물이 난다. 교과 점수를 80점 정도 맞으면 이해하는 수준이다. 여유 있게 키우면 어느 시점에 스스로 공부하고 무서운 실력을 보일 수도 있다.

한번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부모와 함께 상담하러 왔다. 아이가 자위 행위를 하고, 야뇌증이 있는 등 심리적인 불안 증세를 보였다. 아이의 부모는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아이 엄마에게 문제가 있었다. 아이에게 엄마를 그리라고 했더니 ‘드라큐라’를 그렸다. 엄마가 평소 아이의 성적에 목숨을 걸었던 사람이었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고는 교육 방법을 바꾸겠다고 했다.

⑥ 사춘기 때의 반항, 건강한 성장이다.

부모와 자식이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각자 따로 놀면서 소통이 단절되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사춘기 때는 신체도 변하고, 말과 행동도 변한다. 성 호로몬이 분비되면서 뇌에 영향을 준다. 충동적이고 욱하게도 만든다. 이 시기에는 지능도 좋아지고, 이상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하나하나를 따지려고 하면 안 된다. 오히려 부모에게 그런 행동을 안 하는 것이 문제이다. 부모를 따돌리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건강한 모습으로 보면 된다. 우리 세대처럼 ‘무조건 참아라’ ‘억누르라’라고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아이들이 자기 부모의 모순을 가장 잘 안다.

그래서 말할 때는 급소를 찌른다. 이럴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자기주장만 내세워서도 안 된다. 아이의 말을 잘 들으면 오히려 부모들이 자기 성장을 할 수가 있다. 아이가 지적하면 ‘엄마 아빠가 고쳐보겠다’라고 하면 쏙 들어간다. 안 그러면 아이들이 부모를 향해 마음의 벽을 닫게 된다. 그것이 위험하다.

⑦ 휴대전화 개설할 때 ‘서면 결의’ 받아라

나는 휴대전화를 처음 개설할 때 아이에게 부모가 요금을 내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서면 결의’를 했다. 예를 들어 ‘집에 오면 휴대전화를 엄마에게 맡기기’ ‘이를 어기면 일주일 압수하기’ 등의 룰을 정한 것이다. 그래서 좋은 효과를 보았다.

이미 휴대전화를 개설했다면 부모가 휴대전화 요금을 내준다는 것을 내세워 아이를 잘 설득해야 한다. 룰은 서로가 합의해서 정하되 반드시 지킨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휴대전화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가 있다. 

흔히 말하는 ‘문자질’을 하는 아이에게도 특성이 있다. 애정이나 정서 결핍을 찾아볼 수 있다. ‘아이에게 무조건 하지 마라’라고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왜 저러나’를 먼저 생각하고 이유를 모를 때는 가만히 지켜봐야 한다. 별다른 문제가 없고 ‘안 하겠다’라고 하면 얼마 정도 끊어보고, 버티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못 견디면 중독 증상에 젖어드는 것이니 자제하자고 말해야 한다. 

⑧ 컴퓨터 게임에 빠지면 뇌가 변한다

컴퓨터 게임에는 중독성이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시켜야 한다. 하루에 조금씩 시키는 것보다 월~금은 못 하게 하고, 주말에는 오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하루에 조금씩 하더라도 ‘행위 중독’에 걸린다. 뇌가 약간 변한다. 만약 중독성에 가깝다면 3~4개월은 게임을 끊어야 한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와 여행을 간다거나 컴퓨터 게임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부모와 아이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평소 의사소통이 안 되면 아이가 ‘컴폐(컴퓨터 폐인)’가 된다. 때문에 부모가 먼저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보통의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고 주말에 컴퓨터를 한 후에는 밖으로 나온다. 안 나오는 애들은 뭔가 이상하다. 아이가 평소와 다를 때에는 잘 관찰해야 한다. 성적 문제인지, 친구 문제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⑨ 이성 교제를 너무 간섭하지 마라

이성 교제는 아이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사춘기를 넘어가면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해도 듣지 않는다. 아이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부모는 간섭하지 말고 ‘우리 아이가 어떻게 사귀느냐’를 관찰해야 한다. 그냥 지켜보다가 꼭 필요할 때만 말해야 한다. 이때 반복적인 말은 피하고, ‘눈치껏’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이성 친구를 “데려와라”가 아니라 “데려오고 싶니”라는 말로 바꾸는 것이다. 말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정반대로 들리기 때문이다. 부모가 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아이는 말문을 닫아버린다. 기성세대의 모순을 자꾸 강요할 필요도 없다.

아이와 부모의 사이가 좋으면 묻지 않아도 먼저 말을 한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어떤 아이와 사귀어야 하느냐” “어떤 애는 피해야 하느냐”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다양하게 많이 사귀어봐야 한다”라고 말한다. 학교 성적과 이성 관계는 큰 관련이 없다. 초기에는 소홀하겠지만 나중에는 인생이 즐거우니까 오히려 공부를 더 하게 된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이성 친구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한다. 이것은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을 덜 받고 자라면 애정 결핍이 생기게 되고, 이성에게 집착하고 빠져든다. 이런 것을 모르고 혼내고 간섭하면 가출밖에 하지 않는다.

상담 사례를 하나 소개하면 이렇다. 고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다. 필리핀에서 2년간 유학하고 가출해서 한 달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사귀느라고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 아빠가 때리고, 용돈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또 가출했다. 아빠는 아이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찾아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애정 결핍이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웠으나 정서적으로는 빈곤했다. 아이는 외아들이었는데, 집에 가면 절간처럼 조용했다. 성적이 90점을 넘지 않으면 손바닥을 맞았다. 그래서 아이는 아빠가 들어오는 차 소리만 들어도 무서워했다. 부모에게서 애정을 받지 못하자 여자친구에게 집착했다. 그러면 여자친구가 부담스러워 떠나고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면 또 떠날까 봐 걱정했다. 아이는 “집에 가면 죽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라고 해서 병원에 입원했다.

이성 교제를 하면서 염려되는 것이 성(性)이다. 이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 나는 아이와 친한 친구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방학 때 청소년 성교육을 하는 곳에 가게 했다.

⑩ 입시, 아이의 선택에 맡겨라

아이가 어떤 학과를 선택한다고 하면 그것을 따라주어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학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생각과 판단이 모두 옳다고 보아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고 부모 뜻을 따르더라도 결국에는 그것을 그만두게 되어 있다. 만약 자기 판단이 잘못되었고,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다시 돌아온다. 전과를 해서라도 전공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들의 판단을 존중해주는 것이 좋다.

또, 아이가 전공 선택을 놓고 고민할 때가 있다.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사실 부모도 잘 모른다. 이런 때에는 학과에 다니는 사람을 함께 만나거나, 롤 모델을 많이 만나보는 것이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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