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사태, ‘왕차관’ 발목도 잡나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12.12 04: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영준 전 차관, 일본에서 SLS그룹측 접대받았다는 추가 증언 나와…총선 출마에 제동 걸릴 수도

지난 10월6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해 비리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10월5일 저녁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전·현직 장·차관과 한나라당 의원, 청와대 관계자 등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현 정부의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리는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당신이 미스터 아프리카입니다> 출판기념회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등이 보낸 축하 화환만 100개를 넘었고, 참석자도 1천여 명에 육박했다. 내년 대구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 전 차관의 성대한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그런데 박 전 차관이 총선 고지에 깃발을 꽂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를 둘러싸고 갖가지 불미스러운 의혹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등 자원 개발업체인 C&K마이닝에 대한 특혜 및 주가 조작 의혹부터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시절 터진 민간인 사찰 의혹, 공기업 인사 개입 의혹 등에 그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박 전 차관은 이같은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한다.

오히려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하며 총선 가도에 뛰어들었지만, 출발선에서부터 그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일본 접대 의혹이다. 지난 9월, 이회장은 “박영준 전 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일본 출장을 갔을 때 SLS 일본법인측으로부터 밥값과 술값 등으로 4백만~5백만원대의 접대를 받았다”라고 폭로했다. 박 전 차관은 즉각 명예훼손 혐의로 이회장을 고소하는 한편,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일본 출장 당시 술값 등은 SLS그룹측이 아닌 내 지인이 계산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상득 의원 보좌관도 금품 로비 혐의로 체포

하지만 이같은 그의 주장을 뒤집는 진술이 나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던 SLS그룹 전 일본법인장 권 아무개씨가 11월27일 검찰에 출석해 “2009년 5월22일 당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대한 일본 접대 자리에 김형준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동석했다. 김 전 관장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지난 9월 박 전 차장에 대한 술 접대 의혹을 제기한 직후 전화로 ‘SLS가 돈을 낸 3차 술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요구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권씨와 김 전 관장은 둘 다 삼성물산 일본 담당 출신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관장과 박 전 차관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동안 ‘SLS 일본 접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이회장을 고소하는 초강수를 두었던 박 전 차관은 부도덕성이 드러나면서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그의 총선 출마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향후 여권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SLS 일본법인장의 진술과 관련해, 김 전 관장과 박 전 차관의 해명을 듣고자 12월8~9일 계속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김 전 관장은 8일 “회의 중이다”라며 전화를 끊은 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관장은 3차 술자리에 가지 않았으며 일본법인장에게 ‘3차 술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검찰은 이와 함께 12월8일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 아무개씨를 긴급 체포했다. 박씨는 이국철 회장측으로부터 SLS그룹 구명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 로비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수사가 여권의 핵심 실세인 이의원에게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국철 사태’가 ‘이상득-박영준’ 권력 핵심부로 치달으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