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끼리 사석에서는 탈당 얘기 오간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12.12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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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해체’ 주장하는 정두언 의원 인터뷰 “박근혜, 지금 아주 이상한 정치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의 인터뷰 약속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었었다. 10·26 재·보선 이후 계속 기자와 일정을 놓고 승강이를 벌였다. “상황이 좋지 않다”라며 미루다, 더는 미루기가 미안했던지 12월8일로 날짜를 확정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정을 잡자마자 상황은 더 안 좋은 쪽으로 악화되어버렸다. 한나라당은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파문으로 완전히 초토화되다시피 했고, 때마침 12월7일에는 ‘디도스 공격’ 경찰 수사에서 정두언 의원의 비서 이름도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12월8일 오전 기자를 만난 정의원은 “인터뷰하기도 곤혹스럽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일단 질문이 시작되자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는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한나라당 해체설’을 둘러싼 정 의원과의 대화는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 

어제 경찰 발표에 따르면, 정두언 의원실의 김 아무개 비서도 (디도스 공격 피의자인) 공 아무개 비서 등과 10·26 재·보선 전날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저녁 때 불려가서 그냥 밥 먹고 먼저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 비서들끼리 서로 친분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같이 운동(태권도)도 하고 뭐 그런 관계라고 한다. 김비서의 고향은 진주도 아니고 경북 구미이다. (경찰이) 같이 밥 먹은 사람들은 죄다 거론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무튼 디도스 사태가 한나라당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 배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파장이 꽤 커질 것 같다.

설사 배후가 없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당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맞다.

여전히 홍준표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홍대표는 사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발악을 하는 거지. 어제 의총에서 (친박계의) 최경환 의원이 “유승민 최고위원의 사퇴는 박근혜 전 대표의 뜻이 아니다”라는 등 엉뚱한 말을 하는 바람에 홍대표가 그러는 것이다. 원래는 그냥 어제 끝나는 것이었는데…(홍대표는 인터뷰 다음 날인 12월9일 사퇴했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인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당의 현안에 대해서 명확한 자기 입장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의총에는 왜 한 번도 안 나오는가. 지금 당이 이 모양인데, 자기 의사 표시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당 대표 맡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꼭 자리가 있어야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의 지도자라면 지도자답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어쨌거나 내년 대선 승리가 중요하고,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전략상 지금은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것이 과연 정상적인가? 과거 YS나 DJ가 ‘지금은 불리하니 나서면 안 되겠다’ 그렇게 정치했나. 지금 아주 이상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다 보면 실패도 하고, 그것을 또 극복하고 그러는 것이 정치이다. 실패를 겪지 않고 정치할 수 있나. 인생도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물며 정치를….

친박계에서는 이를 ‘박근혜 끌어내리기’를 위한 친이계의 의도라고 의심하는 시각이 여전한 것 같다.

그런 의도도 있을 수 있다. 또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이 정치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로서의 책임인 것이다. 지도자라면 위기 상황에서 나서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나서는 것이 지도자의 할 일이지, 뒤로 숨는 것이 지도자의 할 일인가.

여전히 대권 주자로서의 박근혜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이미 가상의 후보한테도 지고 있는데….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그 사이에도 많은 변수가 있지 않을까?

이미 변수가 생겨버렸다. 지지율이 역전되어서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생겨버린 변수는 아무도 얘기 안 하고, 생기지도 않은 미래 변수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가 뭐가 있나.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통과 스킨십이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들리기도 한다.

조금? 지금 조금이라고 했나? 아주 많이 그렇다.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절대 어렵다. 쉽게 바뀌기도 어렵겠지만 그래도 안 바뀌면 안 된다. 지금 SNS까지 가 있는 소통의 시대인데.

홍준표 대표 체제로는 왜 안 된다고 보는 것인가?

실제 지금 안 되고 있지 않나. 지금 잘되고 있다고 보는가. 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쪽으로 가지 않고 있고, 또 거기에 홍대표 본인이 엉뚱한 소리나 하면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한나라당이 향후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나?

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창당을 해야 한다. 물론 당명도 바꿔야 하고, 사람들도 바꿔야 한다. 박 전 대표도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 밖의 외부 세력에 대한 영입도 필요한 것인가?

물론이다. 누가 들어오려 할까 싶지만….

외부 세력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이 나뉘는 것 같다. 자유선진당과 미래희망연대 그리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세력이 다 들어와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쇄신파는 거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들이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도움이 안 된다. 박이사장은 ‘제2의 이석연’과 같다. 그 그릇에 맞는 크기로 취급을 해야 하는데, 일부 언론에서 (박이사장을) 너무 크게 취급을 하고 있다.

쇄신파는 안철수 원장을 중심으로 한 중도 세력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원장이 (한나라당에) 오겠는가. 안원장이 안 오는데 그 지지 세력도 올 리가 만무하다. 오히려 여기서 튀어나가려고 하는데, 그런 데를 누가 오겠나.

실제 탈당을 말하는 의원들이 있나? 최근 몇몇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명을 거론한 것은) 그들이 탈당을 못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결국 탈당을 막으려고 최고위원들 세 명까지 사퇴하는 것 아닌가.

사석에서는 (탈당하겠다는) 그런 얘기가 많이 오가나?

사석에서는 그런 얘기가 있었다. “여기선 안 하겠다” 뭐 이런 얘기….

정의원은 어떤가? 일각에서는 ‘탈당 1순위’로 정의원을 꼽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안철수 신당 쫓아가는 의원들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라고 했더라.

‘나는 아니다’라고 한 게 아니라, 앞의 얘기만 하면 또 (나에 대해) 엉뚱하게 해석할까봐 그렇게 덧붙인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실제 (의원들이) 쫓아갈 수 있다고 본다.

안원장이 총선 전에 움직일 것으로 보는가?

총선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총선을 거치면서 장내가 다 정리된 뒤에 나와도 되는데, 미리 나와서 판에 휩쓸릴 필요가 있겠는가.

총선이 끝나면 새로운 정치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흐트러뜨리기가 쉬울까?

안원장은 영향력이 있다. 박세일 이사장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어쨌거나 지금 40%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때까지도 계속 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총선에서 새 여당과 통합 야당의 양당 구도가 이루어지면 안원장이 설 곳이 협소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 민주당으로서는 더없이 행복한 것인데, 아마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는가. 한나라당의 쇄신파와 민주당의 온건파가 만나서 당 하나 만들면 아주 좋겠다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 교차점에 안원장이 있다. 총선 이후에도 충분히 가능하고, 또 안원장은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공천 개혁을 통해 당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의지가 확고하다면 한번 밀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공천 개혁은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꼭 홍대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굳이 그것을 자기가 꼭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자기가 공천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러니까 다들 의심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의원을 가리켜 “당 밖에서 무책임하게 비난만 일삼는다”라는 불만과 비판도 상당한 것 같다.  

비난이라고 했나? 비판이다. 잘못된 것은 당연히 비판해야지. 다른 당을 비판하기는 참 쉽지만, 자기 당을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것은 자기 자리를 다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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