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유로 사용 기로에 서다
  • 조명진 ∥ EU 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1.12.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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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회원국이지만 유로존 밖에 있어 재정 위기 피한 인상 줘 부담…국내 여론도 ‘친유로화’로 이동

1995년 스웨덴을 포함한 오스트리아, 핀란드의 유럽연합(EU) 가입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함께 EU 회원국이 된 오스트리아와 핀란드는 유로화를 도입했는데, 스웨덴은 도입하지 않았다. 게다가 유로존에 속한 남유럽 나라들이 국가 부도와 재정 파탄의 풍랑 속에 떨고 있는 반면 스웨덴은 순항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유로존 밖의 EU 회원국인 스웨덴은 흥미롭다.


올해 4.4% 성장해 서두르지는 않아

17개국이 들어 있는 유로존 밖의 10개 EU 회원국은 국민투표에 따라 ‘선택’을 한 경우와, 가입하기를 희망하지만 준비가 안 된 경우로 나뉜다. 상황은 다르지만, 비(非)유로존 국가들의 공통점은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로서 EU의 결정권 행사에서 제외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물론 이같은 우려는 스웨덴도 예외는 아니다. 12월3일자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이 재정 적자로 고뇌할 때, 스웨덴은 유로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경제를 꾸려나가 다행스러운 경우라고 평가했다. 사실 2003년 스웨덴은 유로를 사용할 것인지, 아닌지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투표 참가자의 56%가 반대함으로써 유로존에 들지 않았다. 당시 기업 경영자들은 유로 사용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현재 유로존 정부 채권의 이자율이 높아진 반면, 스웨덴의 10년 상환 채권은1.7%까지 떨어졌다. 독일 채권보다 0.5% 이상이 낮은 양호한 수치이다.

지난 11월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회의에서 앤더스 보그 스웨덴 재무장관(맨오른쪽)이 각국 재무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 AP 연합

스웨덴 정부는 1990년대 초반 금융과 주택 버블에 고생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아주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 국가 재정이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0.1% 흑자를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스웨덴의 수출은 감소했지만 크루나 화의 약세에 힘입어 수출세를 회복했다. 스웨덴은 2010년 5.7%의 경제 성장을 보였고, 올해에도 4.4%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스웨덴의 앤더스 보그 재무장관은 당장은 유로존 밖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웨덴이 유로화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그 재무장관은 2003년 국민투표 당시에도 스웨덴 화폐인 크루나가 강세를 띠면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인 스웨덴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유로존에 들
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 우익 연정을 펴고 있는 스웨덴 정부는 유럽 어떤 정부보다도 자국의 주요 은행들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자국 금융권에 대한 엄격한 규제 적용과는 별도로, 스웨덴은 아일랜드, 라트비아, 아이슬란드에 긴급 대출을 해준 상태이다. 하지만 보그 재무장관은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로존에 대한 수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경제 침체는 스웨덴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유로존의 경기가 계속 위축된다면, 스웨덴은 내년에 1% 이하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웨덴 TV가 올 4월에 유로 사용의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천명 가운데 47%가 찬성하고 45%가 반대했다. 2008년 11월에 38%가 찬성했던 것에 비하면 유로화 채택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이에 대해서 스웨덴 기업주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쉬 야그렌은 2008년 금융 위기에서 자국 통화 크루나의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로화에 대해 크루나가 평가 절하되어 수출에 의존적인 스웨덴 기업들이 이득을 보는 것이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유로존 밖에 있어서 얻는 이득보다 유로존에 가입해서 얻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수출과 수입이 비슷해지는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1월12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오른쪽)가 사임을 발표한 뒤 의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AP 연합



"무역과 외국 투자 유치 위해 유로 채택해야”

5만4천여 스웨덴 기업을 대표하는, 스웨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인 경영자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페판 펄스터는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로화를 쓰는 것이 더 많은 무역과 외국 투자를 유치하게 되기 때문에 스웨덴에 이득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소용돌이가 이는 시점에 국가 간
의 협력이 증대됨으로써 더 많은 스웨덴 국민들은 크루나와 작별을 고할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적인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추세인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편, 유럽 통합에서 주변국으로 소외될 것을 걱정하는 마음은 덴마크와 스웨덴의 경우에서 잘 드러난다. 스웨덴의 기업 경영 혁신 싱크탱크인 포레스의 마틴 오달 소장은 역사적으로 중립 정책의 전통이 있는 스웨덴은 우유부단한 국민성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는 덧붙여, 1992년과 2000년에 이미 두 차례
나 유럽 통화 동맹(EMU)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는 덴마크의 국민투표에서 유로 사용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오면 도미노 효과에 의해 스웨덴도 유로 사용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스웨덴 정가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미 2003년 국민투표에서 유로 사용 반대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같은 사안으로 또 한 번 국민투표에 붙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2014년에 예정된 다음 총선까지는 유로존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명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나라, 가장 안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라, 어린이들이 살기에 가장 좋은 나라 그리고 EU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나라…. 스웨덴 시스템을 부러워하기에 충분한 수사들이다. 스웨덴이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에도 이러한 수사들이 계속 따라붙을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평등하고 효율적인 교육 정책과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무리하지 않고 부담 가능한 수준의 현 복지 정책을 보면 스웨덴 시스템은 유로화 도입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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