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분노가 팽배한, 불행한 시대 반영
  •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1.12.1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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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부터 <브레인>에 이르기까지, 젊은 사람들이 나쁜 의사에게 열광하는 우리 시대는 얼마나 불행한가? <하얀거탑>이 방영될 당시 대중은 이선균에게 화를 냈었다. 그가 그 작품에서 유일하게 ‘착한’ 사람이었다. 이선균 이외에는 모두가 악당이었고, 부정·불의가 판을 쳤다. 그런 지옥도에서 ‘착하게 살라’며 김명민을 압박하는 이선균을 모두가 비난했다.

모두가 악한데, 힘을 가진 놈이 더 악한데, 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에게만 착하라고 하는가? 저들이 먼저 룰을 어기는데, 왜 내가 룰을 지켜야 하나? 내가 저들 이상의 진짜 실력을 길러낸 이상, 형식상의 반칙은 조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젊은 네티즌들이 <하얀거탑>에서는 반칙하는 김명민을 지지했고, <브레인>에서는 신하균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브레인> 초반부에서는 착한 의사 캐릭터인 정진영이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신하균이 정진영을 통렬하게 비웃을 때 네티즌은 통쾌해했다.

착하게 살라는 것은, 이 비정한 세상에서 물정 모르는 태평한 소리라고 여겨진다. 당장 절박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젊은이를 그런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 이 시대는 그런 불신·분노가 흐르는 불행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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