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났던 ‘넘버3’의 의미 있는 귀환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1.12.18 21: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삼성카드 고문으로 지내다 최근 현업 복귀

지난 12월14일 최고경영자 인사 후 열린 삼성그룹 첫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 뉴스뱅크
그룹 정기 인사를 앞둔 지난 12월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의 인사 방침에 대해 ‘신상필벌’을 강조하며 “잘한 사람은 더 잘하게끔 발탁을 하고 못한 사람은 과감하게 누른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12월12일 삼성은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사상 최대의 임원 승진’(5백1명) 인사라는 평을 얻은 이번 인사의 깜짝 카드는 김인주 사장의 컴백이었다. 지난해 11월19일 삼성카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던 김인주 사장이 삼성선물 사장으로 컴백한 것이다.

그의 컴백에 하이라이트 효과를 준 것은 지난해 11월 그와 함께 현업을 떠나 삼성물산 고문으로 물러났던 이학수 고문이 완전히 삼성을 떠난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2008년 4월 삼성특검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건희 회장과 함께 현역을 떠났던 삼성의 넘버 1, 2, 3 중 이학수 고문을 빼고 모두 현역에 복귀한 것이다.

김인주는 포스트 이건희 체제의 2인자? 

김사장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체제에서 2인자였다. 1990년 그룹 비서실 재무담당 과장을 맡은 뒤부터 줄곧 이학수 고문에 이어 재무팀 2인자였다. 이재용 부사장의 경영 데뷔 무대였던 2000년대 초반의 e삼성 계열사 설립 작업에도 김인주 사장이 깊숙이 개입했고, 이재용 부사장이 에버랜드 지분을 지렛대로 삼아 삼성그룹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밑그림을 짜고 실행한 사람도 그였다.

이번 인사 발표날인 12월12일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17%를 총 7천7백39억원에 KCC에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순환형 지배 구조가 해소되었다. 삼성카드는 금산법에 따라 에버랜드 지분 25.6% 중 5%가 넘는 지분을 내년 4월까지는 팔아야 했다. 이번 매각으로 이부사장이 최대 주주(25.1%)인 에버랜드는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었다. 삼성 3세 재산 승계 작업이 명실상부하게 완료된 것이고, 지난 2008년 이 회장 퇴임과 함께 약속한 ‘지주회사 전환과 순환 출자 해소’도 지키게 된 것이다. 재계에서는 김사장이 삼성카드 고문으로 갈 때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문제를 그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했었고, 그는 이를 해냈다. 그리고 삼성선물 사장으로 돌아왔다. ‘신상필벌’이었을까.

한때 그룹 ‘넘버 3’였던 그에게 존재감이 미미한 삼성선물 사장 자리는 미관 한직일 수도 있다. 삼성선물은 삼성증권의 100% 자회사로 그룹에서 인사를 하지 않고 삼성증권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김사장은 부임하자마자 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삼성선물 사장이라는 자리는 상징적인 자리일 뿐 그의 존재감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재용 체제의 인큐베이팅 작업에 깊숙이 개입했던 김인주 사장이 포스트 이건희 체제에서 새로운 2인자 자리를 차지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그는 이번 인사로 가장 강력한 후보자로 부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