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정치’ 새바람 몰고 새로운 시험대 오르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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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대부’에서 행정·정치가로 변신한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이 권력을 이겼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26일 보궐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직후 밝힌 소감이다.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한 그는 “시민이 시장이라는 정신이 온전히 실현되었다”라고 선거에서 승리한 의미를 부여했다.

올 한 해 정치권을 갈무리하는 열쇳말은 ‘시민 정치’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기존 정치 구도를 뒤흔드는 태풍을 몰고 왔다면, 박시장은 현실 정치에서 시민의 역량을 확인하고 새로운 정치 환경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리던 그가 ‘소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한국 정치에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이다. <시사저널>이 ‘2011년 정치 분야 올해의 인물’에 박시장을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 먼저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야권에서는 이미 시민사회가 한 축을 이룬 ‘민주통합당’이 출범했다. 시민운동가 출신 인사들이 당 지도부 입성을 위해 도전장을 던진 상태이다.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권에서도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비상 체제로 돌입한 한나라당은 외부 인사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졌다. 물론 서울시장으로서 성과를 내기에는 아직까지 이르다. 이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시민사회 진영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서울시장은 행정가이면서 또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행정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방향으로 읽히기도 한다.

총선 앞두고 입당 가능성도

시장 취임식을 가진 후 대한문으로 나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 서울시 제공
박시장도 이를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그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지난 11월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와 행정 사이에 혼란이 없지는 않다”라고 털어놓으면서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챙기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정치보다는 행정에 방점을 찍었다. 박시장은 “우리 정치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민심이 있는데, 여기에 내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박시장이 당분간 정치의 중심에 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거나, 본인이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가 언제까지 주변만 맴돌 것 같지도 않다. 지난 12월18일 민주통합당 출범식에 참석한 박시장은 “더 큰 변화, 더 큰 혁신, 더 큰 통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응원하고 또 함께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행정이라는 본질적인 업무 외에도 다른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그것도 할 생각이라는 것이 박시장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언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그 자신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박시장도 이제는 정치인이다. 정치인으로서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가입할 정당도 선택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그의 행보로 보아서는 민주통합당 입당이 유력해 보인다. 그의 정치적 역량은 이후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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