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수 없는 한 대북 접촉 늘린다
  • 김동현│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교수 ()
  • 승인 2011.12.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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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김정일 사망이 북한 비핵화에 전환점되리라 기대…6자회담 국가들과도 협력 다짐

12월19일 고이치로 겐바 일본 외무상(왼쪽)과의 공동 회견을 통해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언급하는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미국은 북한의 권력 세습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 발표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마침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과의 공동 회견에서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이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을 희망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때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조문을 전달한 것과는 달리, 오마바 행정부는 국무장관을 통해서 ‘미국은 북한 주민들과 개선된 관계를 갖게 되기를 희망하며, 북한의 새 지도부가 국민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고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국제적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클린턴 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깊이 우려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그들을 위한 생각과 기도를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표현을 두고 북한의 김정은 지도부가 애도의 표시로 해석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 절묘하게 잘 작성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조문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누랜드 미국 국무성 대변인)라는 점을 강조했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이 조문을 보냈다가 공화당의 밥 돌 상원의원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는 등 역풍을 맞은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 때문으로 보인다. 대선 정국을 맞은 지금의 워싱턴 분위기는 ‘반북(反北)’ 일색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여기에는 공화당의 전략이 숨어 있다.

3년 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한 공화당의 메케인 상원의원은 “김정일은 후세인, 빈 라덴 그리고 히틀러 등과 함께 지금쯤 나란히 지옥에 함께 있을 것이다”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공화당의 대선 예비 주자들 중에서 선두권을 다투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당분간은 김정은 체제 연착륙 여부 지켜볼 듯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김정일의 사망이 북한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비핵화로 향하는 데 큰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이 나타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정상들을 포함하는 6자회담 국가들의 지도자와 긴밀한 협력을 다짐하면서, 북한의 권력 변동이 동아시아의 안녕과 평화를 해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한반도 안정을 제일 먼저 들고 나온 중국의 전략과도 일치한다.

미국의 한반도 및 외교 전문가들은 12월29일 북한의 국장이 끝나는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일부 보수적 성향의 전문가들은 북한에 심각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미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사망 전인 12월15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회담에서 미국의 영양 식품 지원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이 대규모 식량 지원 계획을 발표하려는 찰나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 미국은 식량 지원이 김정은 새 지도부 체제의 인정 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애써 주장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호응해 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심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 여부를 지켜보면서, 큰 돌발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북한 김정은 지도부와의 접촉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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