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키워 ‘균형’ 맞추려는 추격자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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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 양분해온 파라다이스·GKL, 늘어나는 방문객 붙잡으려 서로 다른 전략 펼쳐

GKL이 운영하는 세븐럭 밀레니엄서울힐튼점. ⓒ 연합뉴스

2012년 국내 카지노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은 GKL과 파라다이스가 양분하고 있다. GKL과 파라다이스는 2011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외국인 방문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성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GKL는 일본인 귀빈(VIP) 유치에서 비교 우위를 보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중국인 VIP 유치에 탁월하다. GKL은 한국관광공사 산하 계열사로 서울과 부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사업장 다섯 곳을 운영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전국 5개 도시에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과점 시장의 안정성을 깨고 나선 곳은 파라다이스이다. 만년 2위 파라다이스가 시장 1위 GKL에 선전 포고를 하고 나섰다. 파라다이스가 2012년 들어 사업장 규모를 크게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맞서 GKL은 사업 목적에 관광을 추가하는 등 신사업팀을 새로 꾸리며 파라다이스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파라다이스, 영종도 복합 리조트 개발 추진

국내 외국인 카지노 사업 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는 여전히 강세이다. 아시아 지역 카지노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다. 지금 일본인 방문객은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중국인 방문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카지노업계는 요즘 넘쳐나는 외국인 방문객 덕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경기 재침체(더블딥) 우려 탓에 국내외 경제 지표가 나빠지고 있으나 카지노업계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2011년 하반기부터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1년 외국인 입국자는 9백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보다 10.6% 증가했다. 외국인 방문자 수에서 한국은 2011년 일본(2010년 9백44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도후쿠 지방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일본 관광 인프라가 훼손되었고 일본 엔화가 초강세인 탓에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2년 외국인 입국자는 1천20만명까지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다 보니 GKL과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카지노마다 일본인과 중국인으로 북적이고 있다. 시장 1위 업체 GKL은 해마다 15% 성장하고 있다. GKL이 운영하는 세븐럭 카지노에는 2011년 1백30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KL은) 2011년 매출은 5천3백90억원을 거두어 전년에 비해 18.9% 늘어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연초 목표 매출액은 5천억원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GKL의) 2012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천2백68억원, 1천6백3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GKL은 일본인 VIP 유치에서 앞서고 있다. 국내 카지노를 찾는 외국인의 48.2%가 일본인이다. 중국인 고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19.4%에 불과하다. 파라다이스는 중국 VIP 매출이 안정적이다. 일본 VIP 매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나 2011년 9월부터 차츰 나아지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2011년 자사 카지노 사업의 외국인 방문자나 환전 금액이 사상 최고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파라다이스의) 2011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6%, 39.1% 늘어나 3천4백21억원, 5백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라다이스는 호황으로 거두어들인 자금으로 2012년 사업장을 대폭 늘리겠다고 나섰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GKL의 시장 1위 자리를 위협하고도 남는 규모이다. 파라다이스는 ‘2012년 상반기 워커힐호텔과 카지노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하반기 개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워커힐 카지노 사업장 규모를 더 늘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심산이다. 파라다이스는 올해 상반기 영종도 복합 리조트에 대해 본계약을 체결한다. 워커힐 카지노 확장이 ‘잽’이라면 영종도 복합 리조트 개발은 ‘카운터펀치’에 가깝다. 파라다이스는 ‘영종도 복합 리조트에 들어설 대규모 카지노 워커힐 사업장을 2013년 착공해 2016년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라다이스는 현금 1천4백41억원(3분기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사업 예산 6천6백억원의 15%를 투자해 특수목적회사(SPC) 지분 51%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그룹 내 5개 카지노업체를 순차적으로 통합한다. 덩치 키우기와 함께 관리 효율화까지 추진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카지노. ⓒ 로이터

1위 업체 GKL, 신사업팀 꾸려 매출 다변화

나태열 한화증권 연구원은 “워커힐 카지노, 영종도 복합 리조트, 카지노 통합 관리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관계사인 파라다이스 골든게이트가 인천 국제업무단지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성장 엔진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파라다이스의) 2012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11년보다 각각 23.3%, 32% 늘어난 4천2백19억원, 7백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GKL은 파라다이스의 파상 공세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지난해 11월24일 주주총회를 열고 관광 숙박, 국제회의, 여행, 골프장, 식품 접객, 면세품 판매까지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지난 12월1일에는 신사업팀까지 꾸렸다. 관광 업종에 새로 진출해 매출의 99.9%가 카지노 사업에서 나오는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뜻이다. GKL은 2010년 진행하다 중단한 제주도 외국인 카지노 사업권을 인수하고 복합 리조트를 설립할 뜻을 밝혔다. GKL에게 제주도는 더 없이 중요한 전략 시장이다. 제주도는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에게 비자가 면제된다. 카지노를 좋아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로 몰려오고 있다.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 70%가 중국인이다. 그만큼 제주도는 외국인 카지노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KL은 풍부한 투자 여력과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어 제주도 카지노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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