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 시리즈’로 북한 미사일 전력 뛰어넘었다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2.01.0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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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세계 4번째 1천5백km급 순항미사일 개발 성공 최근 ‘천궁’ 개발도 성공해 미사일 방어 체계도 갖춰

천궁은 레이더 차량, 미사일 발사기 차량, 교전 통제 차량의 3대로 구성되는 대공 무기 체계이다. 하늘 쪽에 합성한 사진은 국산 미사일 개발에 참고로 쓰인 SS-18 대륙간 탄도미사일. ⓒ Public domain
현대 전쟁의 주력 무기 체계는 미사일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기의 등장으로 전쟁터는 3차원으로 바뀌었고, 이전에는 포병으로 공격할 수 없던 먼 거리의 적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군 전력의 손실을 가져오는 항공기의 폭격을 대신할 새로운 공격 수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등장했다. 스스로 먼 거리를 날아가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인 자폭 병기, 미사일이 등장한 것이다.

미사일(Missile)은 원래 투창·화살·총포 등 던지는 무기를 뜻했다. 오늘날 미사일은 유도 장치에 의해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유도 미사일(guided missile)을 가리킨다. 이런 면에서 유도 장치를 갖지 않은 로켓과 구분된다. 미사일 무기 체계에는 사람의 감각·신경·두뇌에 해당하는 장치가 있는데, 이것으로 지상, 함정, 항공기로부터 유도를 받거나 자체 센서로 속도, 방향 등을 수정해 목표물에 도달해 명중시킨다. 미사일 유도 장치로는 레이더, 레이저, 적외선, 소나, 자이로, 무선 지령 등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사일은 현대전의 주력 무기로 등장했다. 2백40km 반경 내에 있는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대공 미사일, 수평선 너머 1백20km에 있는 적의 함정을 향해 수면을 스치며 날아갈 수 있는 하푼 대함미사일, 1천7백km가 넘는 먼 거리의 적 진지까지 지형을 따라 비행하면서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심지어는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 대양을 건너 다른 대륙의 적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사일이 등장했다. 현대전은 곧 미사일 전쟁인 것이다. 

미사일은 한 나라의 국방 주권이다. 국방 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만 보유할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자주 국방의 기치를 올림과 동시에 미사일 개발을 시도했다. 개발 사업 최초의 성과는 NHK-1 백곰 지대지 미사일이었다. 1960년대부터 보유했던 사거리 48km의 어네스트존 미사일을 대체해 신형 랜스 미사일을 보유하고자 했으나 미국이 거부하자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자체 개발한 것이 바로 백곰이다. 1978년 9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참관 속에 충남 안흥 시험장에서 국산 로켓 및 유도탄의 공개 시사회가 열리고 백곰 미사일은 성공리에 그 성능을 과시했다. 이날의 비행 시험 성공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7번째 유도탄 개발국이 되었고, 추후 국방 과학기술이 발전해나가는 데 확실한 토대를 구축했다. 이후 백곰의 성능을 개량한 NHK-2 현무를 1986년부터 대량 생산함에 따라, 우리 미사일 전력의 사정거리는 1백80km까지 늘어났다.

이렇듯 우리 군이 차분히 미사일 전력을 증가해나가자 미국은 이를 통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대기권 재돌입이 가능한 관련 기술을 한국에서 입수하려 한다는 첩보로 인해 미국의 의구심은 높아져만 갔다. 미국은 이미 1979년 한·미 미사일 지침을 제정해 우리가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1백80km로 제한했다. 2001년 한국은 미사일 개발 제한을 사거리 3백km, 탄두 5백kg으로 늘렸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에까지 가입하게 되었다.

개발 제한이라는 장벽도 우리의 미사일 개발 노력을 늦추지 못했다. 1990년대 과학 로켓 1·2호의 발사에 더해 다양한 로켓과 미사일이 개발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러시아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입수였다. 1998년부터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제 ICBM인 SS-18, SS-19, SS-25를 고철로 밀반입하고 엔진 등 주요 부품을 국내로 들여왔다. 

개발에 제한이 없는 순항미사일

현대 전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 Public domain
한편 현재 우리 육군 지대지 전력의 핵심은 현무-2 미사일과 ATACMS이다. 사일로에서 발사되는 현무-2는 사정거리가 3백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현무-2의 개발 단계에서 우리나라는 5백km급의 탄도미사일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지만,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랐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은 MLRS 다연장 로켓 시스템과 함께 미국산 ATAC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 육군전술미사일)를 도입했는데, ATACMS 블록1의 경우 사거리가 3백km에 이른다.

이후 우리 군은 공세적 미사일 전력으로 탄도미사일 대신에 순항미사일을 선택하게 되었다. 2001년에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하면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3백km 이내로 제한되지만, 순항미사일은 무인 항공기와 같은 계열로 분류되어 탄두 중량이 5백kg을 넘지 않으면 사거리에 상관없이 개발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특히 탄두 중량이 5백kg이 넘지 않으면 핵탄두나 기타 화학무기를 장착할 수 없기에 치열한 규제는 없다.

순항미사일은 개발 과정에서는 천룡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렸으나, 실제로는 ‘현무-3’라는 명칭으로 개발되었다. 그리해 사정거리 5백km의 현무-3A와 사정거리 1천km의 현무-3B가 개발되어 실전 배치되었으며, 이에 따라 현무-3B만으로도 충분히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2010년 7월에는 사정거리가 무려 1천5백km로 증가하고 정확도도 높아진 현무-3C가 개발·배치되었다. 현무-3C의 등장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네 번째의 1천5백km급 순항미사일 개발 국가가 되었다.

순항미사일은 지형을 기억해 정확히 정해진 코스를 따라 공격이 가능한 스마트 무기 체계이다. 미리 기억된 지형을 입력하면 순항미사일은 실제 비행하면서 입수되는 정보와 대조해 궤도를 수정하면서 스스로 비행하므로 매우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건물을 공격할 경우에는 몇 층 몇 번째 창문에 명중시킬 것인지까지 정확히 지적할 수 있다.

특히 현무-3C는 목표물을 1~2m의 범위 내에서 명중시킬 수 있다. 미사일의 적중 확률은 보통 원형 공산 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라고 부른다. 우리가 대적하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은 CEP가 짧게는 4백50m에서 길게는 2km에 이른다. 결국 용산의 국방부를 노린 미사일이 엉뚱하게도 강남대로에 떨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 군의 현무 탄도미사일은 오차 범위가 50m 이내로 알려지고 있어, 탄도미사일 자체에서도 우위에 있다.

사거리 1천5백km급 순항미사일을 본격적으로 배치하면 우리 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들과 전쟁 지휘 시설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 필요한 목표만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어 핵심 표적 선별 공격이나 보복 공격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마치 걸프전에서 미군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통해 이라크군을 무력화시킨 것과 같은 성과를 우리 군도 거둘 수 있게 된다.

현무-3C 순항미사일은 길이 6m, 직경 53~60cm, 무게 1.5t에 제트 엔진을 장착해 마하 1 이하의 속도로 비행하며, 탄두 무게는 4백50kg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현무-3C는 현재는 지대지 미사일의 사양이지만, 미국의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의 예에서처럼, 함대지·잠대지(잠수함에서 지상으로 발사) 미사일 등의 사양으로 개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는 다양한 사거리의 대공 미사일을 바탕으로 한 다층 방공 체계가 될 전망이다. ⓒ Public domain

신속한 과제는 대공 미사일 체계 갖추는 일

미사일 개발 통제를 피하기 위해 우리 군이 개발한 ‘현무-3’ 시리즈 순항미사일의 사정거리 표시도. ⓒ Public domain
북한에 비해 미사일 전력이 부실했던 우리 군은 현무-3 시리즈 순항미사일의 등장에 따라 이런 열세를 일거에 극복해나가고 있다. 특히 현무-3C의 사정권에는 북한 핵시설을 비롯해, 함북 무수단리, 평북 동창리의 탄도미사일 기지, 평남 상원, 강원 이천군 자하리, 함남 원산시 옥평 지구의 스커드·노동 미사일 기지 등 북한의 주요 군사 시설이 모두 포함된다.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의 과다한 개발은 자칫 주변 국가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약 1천여 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북한으로부터의 공중 위협에 대처할 무기 체계가 더욱 절실하다. 이런 적의 미사일 공격이나 전투기·폭격기를 통한 공습을 막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가 바로 대공 미사일이다.

현재 우리 군의 주력 방공 유도 무기는 호크와 패트리어트 대공 미사일이다. 호크 미사일은 탄두가 54kg에 이르러 어떤 적기라도 일격에 파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1950년대에 등장한 중고도 지대공 미사일로 매우 고전적인 무기 체계이다. 현재 운용 중인 호크 미사일은 대전자전 능력이 강화된 호크 개량 2형으로 1980년대에 들어 개량되었다. 나이키 허큘리스와 함께 무려 40년간 대한민국 영공을 지켜왔지만, 한국적 지형 조건에 맞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호크를 교체하기 위한 신병기가 지난 12월15일 언론에 공개되었다. 바로 천궁 중거리 지대공 유도 미사일(MSAM)이다. 우리 군이 대공 유도 무기를 만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단거리 대공유도무기인 ‘천마’나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신궁’이 이미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방공 미사일 체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차지하는 중거리 유도 무기 체계이니 만큼 천궁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미사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미사일인 백곰미사일.
사거리 40km대의 천궁은 이미 1998년부터 개념 연구를 시작해오다가 2006년부터 실제 무기를 만드는 본격적인 체계 개발에 돌입했다. 천궁은 레이더 차량, 미사일 발사기 차량, 교전 통제 차량의 3대로 구성되는 무기 체계이다. 구형 호크 미사일에서는 레이더 5대가 필요했지만, 천궁은 오직 다기능 레이더 1대만으로 탐지와 추적, 식별이 가능하다.

또한 천궁 미사일은 연기나 화염 없이 하늘로 추진되는 콜드런치(Cold-Launch) 방식을 채용했으며, 측추력 노즐을 이용해 비행 방향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적기 방향으로 폭발하는 표적 지향성 탄두까지 갖추어 파괴력도 더욱 높아졌다. 천궁에는 가능한 최신 기술이 최대한 집약되어 있으며, 이는 앞으로 패트리어트를 대신할 탄도탄 요격 무기를 독자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보인다. 천궁은 드디어 한국군에게 미사일 방어를 위한 장을 마련해준 무기라고 하겠다.

우리 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 체계치고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찾기는 어렵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는 무려 1백22발의 대함·대공·대지 미사일이 수납된다. 모든 전투기는 다양한 미사일을 장착한다. 이렇게 우리 군의 전력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사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문제는 이런 미사일들이 공중 또는 지상에서 혼재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공군의 MCRC(Master Control and Report Center), 즉 중앙 방공 통제소가 통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육군인데, 현무-2나 ATACMS와 같은 탄도미사일을 활용하면서도 MCRC의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육군이 공중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독자 레이더망을 갖추었다면 모를까, 현 상황에서 각 군 내부의 필요성을 희생하지 않고서 합동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즉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 계획은 미국이나 일본의 MD와는 개념이 차이가 난다. 미국의 MD는 탄도미사일에 대해 발사 단계나 대기권 외 등에서 교전을 가할 수 있지만, KAMD는 고도 100km 내의 대기권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좁은 개념이다. 특히 남북의 거리가 1천km 정도로 짧기 때문에,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은 발사 후 4~6분이면 서울 상공에 도착하게 된다. 대응에 요구되는 시간이 매우 적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정보 감시 및 정찰 자산을 확보하고 요격 무기 체계도 요소요소에 배치해야만 한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으로는 미사일의 개발에 대한 한계를 풀어야만 한다. 북한은 노동, 무수단 등 사거리 1천km 이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MTCR과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기술이 있어도 마음 놓고 개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처럼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2010년부터 한·미 양국 정부는 미사일 지침 개정을 두고 협상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다.

우리의 미사일 무장을 달갑게 생각할 나라는 한반도 주변의 4대 강국에서 단 1곳도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이며, 이런 합의가 정부로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어야 한다. 미사일은 현대 전쟁에서 국방 주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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