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 세습 선봉에 서서 ‘용틀임’하는 김정은 측근 세력
  •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
  • 승인 2012.01.0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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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충성하는 최측근 ‘1·8그룹’과 핵심 세력으로 뜬 ‘아미산 줄기’ 그룹의 실체 분석

지난 12월24일 평양 금수산 기념궁전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군 고위 장성들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에 참배하고 있다. ⓒ 뉴시스

북한의 ‘새로운 권력자’로 서서히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김정은은 1년 전인 2010년 9월28일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처음 공식 등장했다. 하지만 이미 그 전부터 후계자 작업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후계자로서의 행보가 발 빠르게 이어졌다. 그는 우선 호위총국을 호위사령부로 확대·개편했고, 이후 군 총정치국과 군 보위사령부를 완전히 접수한 후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보안 기관을 장악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김정은은 내부 결속을 더욱 다지고 국경 지대의 도강 통제도 강화하는 등 자신의 권력 영역을 확장시켜나갔다.

김정은은 군대를 통해 첫발을 내디뎌 북한 내부의 리더십 권력을 차지해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군부뿐 아니라 당과 내각에 대한 관할권도 행사하기 시작했다. 당 조직지도부의 당 인사에 개입하는가 하면, 100만명을 목표로 청년들의 대거 입당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의 최측근인 최고위급 인사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관 및 조직에 대한 인사권이 김정은에게 양도된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쥐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보는 전망이 유력하다.

새로운 절대 권력인 김정은의 부각은 자연스럽게 그의 측근 세력 형성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의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상류층 사이에서는 이른바 ‘1·8그룹’이라 불리는 김정은의 측근 클럽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를 다른 말로 ‘봉화조’라고도 부른다. 클럽 멤버는 40~50여 명이며,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아들이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김정일에 이어 후계자 김정은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를 둘러싼 핵심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용남산 줄기’ 가고 ‘아미산 줄기’의 시대로

‘1·8그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과거 최측근들의 2세들이 주축을 이룬다. 대표적으로 오진우 전 인민군 총참모장(1995년 사망)의 아들 오일정 인민군 상장,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1982년 사망)의 아들 최룡해 당비서, 오백룡 전 당중앙위원(1984년 사망)의 두 아들 오금철 인민군 부총참모장과 오철산 인민군 상장 등이 있다. 최근에는 김정일이 과거 어려웠을 때 유일하게 김정숙(김정일의 친모)의 전우로서 돌봐준 황순희(류경수 전 105탱크사단 사단장의 딸)의 아들인 류홍근이 사회안전부 1국 정치위원에서 군 총정치국 간부국장으로 승진했다. 조명록 전 국방위 제1부위원장(2010년 사망)의 아들인 조 아무개씨와 조카 조 아무개씨 등도 김정은 최측근인 핵심 인사들의 일원으로 알려졌다.

이들 그룹은 자연스럽게 북한식 ‘태자당’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군과 안보 기구의 수장급들이 전격적으로 교체되었다. 중국에서 덩샤오핑 시대 이후로 태자당이 형성되어 지금까지 당·정·군·재계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면, 북한은 김일성 시대 이래로 빨치산 항일 혁명 세대를 비롯한 특권층이 상류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김정은이 후계 권력자로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그를 중심으로 한 권력 구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또 하나의 김정은 측근 세력으로는 ‘아미산 줄기’ 그룹이 있다. 군 보위사령부, 호위사령부, 국가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보안 계통 인사들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정일보위대학, 강건종합군관학교 출신의 현 군부 장성들이 이 그룹의 핵심을 이룬다. 지난해 9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공식 등장한 직후 인민군 보위사령부(보위총국)를 내세워 군대를 흡수하는 절차를 밟았다. 북한의 군부 및 보안 기관 세력들은 이제 김정은의 관할권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이와 같이 ‘1·8그룹’ ‘아미산 줄기’ 등으로 불리는 김정은의 핵심 측근 세력의 성향은 아버지 김정일의 과거 경우와 상당히 흡사하다. 김정일 역시 1980~90년대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할 때 만경대혁명학원(혁명 유자녀 및 당 간부 자녀만 다닐 수 있는 특수 학교) 1기 졸업생들과 각별한 친분을 맺으며 이들을 대거 기용한 바 있다. 그리고 그가 ‘용남산 줄기’라 불리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사람들을 등용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은 점 또한 비슷하다.

하지만 김정은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한 그룹이 더 추가된다. 경제 현장에서 실제적인 수완이 좋은 당·군부 계통 무역 기관의 전문가들을 핵심 세력으로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아버지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른바 ‘현장 전문가’이다. 한 예로 김정은은 이전에 무역 기관 전문가였던 임 아무개씨(그의 부인은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중앙방송위원회 아나운서)를 평양시 보위부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수익을 많이 남겼다는 능력을 인정받아 김정은에게 발탁된 것이다. 반면 아버지 김정일의 경우에는 과거 최익규 노동당 영화부장과 같은 선전·선동 및 영화·문학·예술 부문에서 간부를 등용했던 특성이 있다. 따라서 아버지 때와는 달리 김정은 시대 핵심 측근 세력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현장 전문가를 중용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2월28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기념궁전 앞 광장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에서 김위원장의 운구 차량을 호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1년 동안 숙청 바람 불어닥쳐

그런데 문제는 ‘3남’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불어닥친 숙청 바람이다. 지난 1년 동안 북한에는 유난히 지도층 핵심 권력들의 사망 소식이 줄을 이었다. 그중 대부분이 교통사고 또는 심장마비를 가장한 의문사라는 점에서 북한 권부가 권력 이양기에 따른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는 짐작이 가능해진다. 그 칼부림의 피해자는 박남기 계획재정부장, 문일봉 재정상,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리용철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김일철 인민무력 제1부부장 등이다.

이렇게 근 1년 사이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해 가면 해 갈수록 권력 실세에서 떨어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김정은파’와 ‘장성택(김정은의 고모부)파’가 대결 구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절대 권력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어린 3남 김정은의 때 이른 등장이 북한 권력층의 동요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시각과 함께, 김일성 시대부터 계속된 숙청을 통한 공포 정치가 과연 이번에도 유효하겠느냐는 의문이 동시에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과 북한 권력층은 이미 공생 관계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체제가 무너지면 ‘김씨 왕조’뿐만 아니라 그 측근 세력까지도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재 북한 권력 핵심 세력들 역시 김정일-김정은으로의 안정적인 권력 이양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일어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과 카다피의 참혹한 죽음은 김정일 부자뿐만 아니라 북한 권력의 핵심 세력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이전보다 더 강도 높게 주민 단속반을 가동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실제 최근 입국한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반정부 운동에 대해 극도의 경계를 하고 있으며, ‘인민반’을 통해 주민 이동 통제, 정보 소통 통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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