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공격’배후는 누구인가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1.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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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 의한 공격 가능성 커져…실체 드러나면 ‘태풍의 눈’ 될 것

지난 12월29일 최구식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에서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는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도스 정국’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4월에 치러질 총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월29일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비서 김 아무개씨를 구속 수감했다. 김씨는 이미 구속된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 아무개씨와 디도스 공격을 공모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공씨로부터 디도스 공격 계획을 듣고 만류했을 뿐,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경찰 수사 당시 그는 참고인 신분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가 범행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디도스 공격이 지난해 10·26 재·보선 전날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전에 미리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커졌다. 김씨는 재·보선 6일 전인 10월20일 공씨에게 1천만원을 건넸고, 이 돈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ㄱ사 대표 강 아무개씨에게 전달되었다. 김씨와 공씨가 돈이 오가기 하루 전날 함께 식사를 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강씨의 행적도 의심을 받고 있다. 강씨가 지난해 11월19일 최고급 벤츠 승용차를 월 7백만원에 리스하는 조건으로 캐피탈업체에 보증금 8천6백51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그가 디도스 공격 대가를 염두에 두고 차량을 리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강씨가 두 차례에 걸쳐 김씨 등으로부터 송금받은 금액은 1억원이다.

이번 사건을 사후에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최구식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디도스 공격을 사전은 물론 사후에도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언론에 발표하기 하루 전인 12월1일 청와대 관계자가 최의원에게 비서인 공씨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논의했을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단독 범행’ 뒤집어져 ‘윗선 개입’ 여부 주목

최의원의 처남 강 아무개씨가 사건 이후 국회의장실 전 비서 김씨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ㄱ사 간부인 차 아무개씨를 만난 점도 의혹을 부풀린다. 강씨는 최의원의 진주 지역구 사무실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강씨가 이번 범행에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 공식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

남은 의혹은 ‘윗선 개입’ 여부이다. 일단 공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경찰의 수사 결과는 뒤집어졌다. 검찰은 김씨가 전달한 1억원이 범행 착수금 및 성공 보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김씨가 재·보선 전날, 술자리에 앞서 가진 저녁 식사이다. 이 자리에는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 아무개씨,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였던 박 아무개씨와 함께 청와대 박 아무개 행정관이 참석했다. 박행정관 역시 김씨와 돈거래가 있었다. 그는 재·보선 당일 김씨한테서 5백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박행정관이 이번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를 했다면, 그 윗선의 개입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한 이영수 KMDC 회장이 자금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실 출신들이 ‘선후회’라는 모임의 멤버들인데, 이들이 이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박행정관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경호를 맡았고, 이후 홍준표 의원실에서 근무를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의 경호를 담당했으며,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전 총리실 정보관리비서관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였던 박씨도 태권도 선수 출신이며,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씨는 복싱 선수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의원실에 소개해준 사람이 이회장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이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선에서 고생했던 청년들에게 자리를 챙겨주려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디도스 공격 배후설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이다. 면책권 밖으로 나와서 이야기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행정관은 2007년 대선 때 봤지만 이후에 부탁할 일도 없고 만날 일도 없었다. 그리고 김씨와는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공씨는 누군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선후회’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 본다”라고 밝혔다. 

김씨를 구속하면서 수사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검찰 역시 ‘윗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될 시점에 맞추어 특검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일단 지켜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역시 검찰의 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구식 의원에게 탈당을 권고하는 한편, ‘디도스 공격 국민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조사를 준비 중이다. 여야 모두 이번 디도스 사태가 오는 4월 총선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다. 

지난 12월29일 시국 선언을 하고 있는 고려대 학생들. ⓒ 시사저널 박은숙

대학가가 심상찮다. 대학생들의 ‘디도스 시국 선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12월29일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재·보선에서 발생한 투표 방해 공작은 민주주의 정신에 대한 기만과 훼손이다. 청와대는 디도스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을 즉각 중단하고, 사법 당국은 디도스 사건과 연관된 모든 관계자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시국 선언과 함께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도 나섰다.

앞서 서울대 학생들도 지난 12월26일 디도스 공격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고 온·오프라인 서명운동과 함께 신문 광고 등을 위한 기금 모금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 외에 연세대 총학생회도 1월 초에 시국 선언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학가의 ‘디도스 시국 선언’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조짐이다. 각 대학의 연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들이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아서 개별적으로 시국 선언을 하고 있지만, 이후 힘을 결집시키기 위해 연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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