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형 ‘미니 보금자리’가 열린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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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천 가구 안팎 소규모 보금자리주택 단지 건설 계획 발표…오금동·신정4지구 첫 선정

서울시가 새로운 보금자리주택 건설 지역으로 발표한 양천구 신정4지구. ⓒ 시사저널 박은숙

그동안 보금자리주택 지구는 대부분 중·대형 규모로 지정되었지만, 앞으로는 소형 단지로도 만들어진다. 최근 첫 대상지로 서울 오금동(오금지구)과 신정동(신정4지구)이 선정되었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는 아파트들이 둘러싸고 있는 나대지와 비닐하우스들이 있다. 이곳 12만8천m²의 땅이 소규모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되었다. 보금자리주택 1천3백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5만8천m²의 땅도 소규모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되어 7백 가구의 주택이 공급된다. 이 지역은 현재 임시 건물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구릉 지대이다. 두 곳 모두 이미 개발이 완료된 시가지의 자투리땅을 이용하다 보니 택지 지구라기보다는 1천 가구 안팎이 입주할 아파트 단지 규모에 불과해 ‘미니 보금자리주택 지구’라고 불린다.

규모는 작지만 기존 시가지와 인접해 있어 도로·학교 등 기반 시설이 잘 갖추어졌다는 장점이 있다. 두 지구 모두 버스 차고지가 인근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쉽다는 공통점도 있다. 오금동 보금자리주택 지구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와 가깝고, 지하철 3·5호선 오금역과 2016년 개통될 예정인 9호선 올림픽공원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위례성대로와 성내천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올림픽공원은 1㎞가량, 서울 강남 도심까지는 10㎞ 정도 떨어져 있는 오금동 일대는 강남권으로 분류되어 위례신도시보다 입지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정동 보금자리주택 지구는 신정로, 남부순환도로와 접해 있어 교통 여건이 좋다. 신정4지구도 오금지구에 비해서는 다소 입지 여건이 떨어지지만 인근 목동과 가까워 기존 대형 보금자리주택 지구보다 인기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 투자보다 실제 입주자가 유리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번 미니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서울시 산하의 SH공사가 시행을 맡으면서 가구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김동호 국토해양부 공동택지기획과장은 “대형 보금자리주택 지구보다 미니 보금자리주택 지구는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다. 우선 기존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적다. 또 도로·학교 등 주변 시설을 고려해 위치를 정하는 만큼 입주 후 불편이 없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싸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적은 투자비 투입, 빠른 회수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앞으로 초기 보상비 부담이 적은 소규모 자투리 그린벨트 부지를 보금자리주택 용지로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개발 지역과 시기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자투리땅을 이용한 미니 보금자리주택 지구를 꾸준히 보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사업은 규모가 작은 만큼 ‘속전속결’로 추진된다. 오는 5월까지 지구 지정과 지구 계획을 동시에 마무리하고, 사업 승인도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사전 예약제가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실제 분양은 2013년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80~85%인 점을 고려하면, 오금지구는 3.3㎡당 분양가가 1천4백만~1천6백만원으로 예상된다. 사업지 주변에 있는 쌍용스윗닷홈, 대림아파트 3.3㎡당 시세가 1천8백만~2천만원 수준이다. 이보다 규모가 더 작은 신정4지구 주변에는 신정3지구, 신정뉴타운 등으로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분양가는 앞서 공급된 신정3지구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신정3지구의 전용 84㎡형 분양가는 3.3㎡당 9백66만~1천78만원 정도이다. 모두 2천 가구가 들어설 오금지구와 신정4지구에는 민영 아파트 없이 모두 보금자리주택으로 지어지며 절반 이상이 임대아파트로 나올 전망이다.

과거에 대형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들어서면 주변 아파트 시세는 다소 떨어졌다. 이와 같은 전례에 따라 신정4지구는 향후 뉴타운을 추진 중인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 타격을 주고, 오금지구도 거여, 마천, 이천 등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미니 보금자리주택 지구는 규모가 작아서 주변 아파트 시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분위기를 읽은 지역 투자자들은 풀이 죽은 모습이다. 오금동 지역 주민 김 아무개씨(63)는 “그린벨트에 묶여 거래는 되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오금지구에 땅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린벨트가 풀릴 것으로 보고 투자한 것인데,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되어 투자 효과를 보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입주 희망자는 청약 조건 꼼꼼히 살펴야

따라서 투자 목적보다는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도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인 만큼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단지에는 90일 내 입주 의무, 5년 실제 거주 의무 등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었다. 이후 아파트 시세가 오른다고 해도 그 수익을 얻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신정4지구 인근의 한 부동산 업자는 “이 지역이 미니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된 사실을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조차 모른다. 해당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 후분양이어서 아직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문의는 없지만, 투자자보다는 실입주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 지역은 여의도, 인천 등지로 출퇴근할 수 있는 범위여서 그 지역에 직장을 둔 사람들은 노려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미니 보금자리주택에 신청하려면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수도권 청약저축에 가입해 2년이 지난 사람, 경쟁률이 높은 만큼 청약저축에 1천만원 이상 납입한 사람 등이 당첨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전용 면적에 따라 청약 예정자의 소득, 자산 기준을 따지므로 당첨되었다가 부적격 처리되면 계약 체결 불가, 청약통장 효력 상실, 재당첨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팀 팀장은 “아직 구체적인 조건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존 보금자리주택의 사례를 보면, 전매제한 기간이 5~10년으로 일반 아파트보다 길다. 따라서 단기 투자보다는 실제 거주 목적으로 도전해볼 만하다. 주변 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오금지구 가운데로 성내천이 흐르고 있고, 신정4지구에도 신정로가 있어서 단지가 단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은 청약 신청을 하기 전에 고려할 부분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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