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전대에도 ‘안풍’은 너울너울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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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도부 출범 계기로 잠잠했던 바람 다시 몰아칠 수도

지난 12월30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1월3일 광주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오는 1월15일 개최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첫 통합 지도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예비 경선을 통과한 아홉 명의 후보 중에서 당 대표 한 명과 최고위원 다섯 명을 선출한다. 이들은 통합된 ‘민주호’를 이끌 주인공들이다. 특히 이번에 구성될 지도부는 올해에 치러질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준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런 만큼 민주당 당권의 향배에 따라 야권 전체의 정치 지형도 달라질 수 있다.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대권 구도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상 당권과 대권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지만, 당권을 쥔 세력이 향후 대권 경쟁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도 예상된다. 범야권 대선 주자들이 전당대회의 표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다.

초반 판세는 ‘한명숙 대세론’이 잡았다. 한후보는 통합이 되기도 전부터 당 대표감으로 일찌감치 거론되어왔다. 대선 캠프급 지원단도 꾸렸다. 옛 민주당 주류와 시민통합당 내 친노 진영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고 있어 당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후보이다.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당초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경선 판도가 종반에 접어들자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가 폭증하면서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민 참여 선거인단의 규모가 예상치의 배를 웃돈다. 특히 선거인단의 90% 이상이 모바일 투표를 신청하는 등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선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한명숙 우세론 속 문성근의 돌풍 가능성도

민주당 안팎에서는 여전히 한명숙 후보가 당 대표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가 대세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직력이 약한 시민 후보나 호감도가 높은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 문성근 후보의 돌풍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문후보는 ‘국민의 명령’ 대표를 맡아 전국적으로 18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확보했다. 그의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문후보는 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모바일 표심을 이끌어내는 데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후보가 예상대로 당권을 쥐게 되면 야권 내에서는 질서 있는 변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손학규 전 대표 등 기존의 대권 주자들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문후보가 이변을 연출한다면 변화의 폭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가 한후보와 막판까지 경합하며 돌풍을 일으킬 경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영남의 친노 대권 주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당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 구성도 중요하다. 다섯 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기존의 민주당 후보(한명숙 후보를 비롯해 이인영·이강래·박영선·박지원·김부겸 후보 등 여섯 명)와 시민통합당 후보(문성근 후보를 비롯해 이학영·박용진 후보 등 세 명)의 비율이 어떻게 짜여질지가 관건이다. 수적으로 열세인 시민통합당 출신 후보들이 몇 명이나 당 지도부에 입성할지에 따라 대권 주자들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는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친노 진영이 당권을 장악하고 진보 성향이 주류를 형성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발이 ‘안철수 대안론’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상당수가 친노 성향의 인사들이고, 저마다 좀 더 진보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결국 당권 경쟁으로 잠시 수그러들었던 ‘안풍’(安風)이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다시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도 그룹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될 것”

1월5일 대전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 합동연설회에서 출마자들이 손을 맞잡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민주당 내에는 이미 차기 대권 주자로 안원장을 염두에 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중도 성향의 일부 중진들은 안원장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있다.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의 김효석 의원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김의원은 안원장에게 정치·사회·경제·외교 분야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북한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안원장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최근에는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대선 전략가로 꼽히는 한 중진이 안원장을 도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중진은 “올해 큰 선거가 있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디에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라며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내에서 안원장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을 노리는 움직임은 일찌감치 감지되었다. 지난해 9월 초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원장의 정치 세력화와 관련해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중간 지점인 중도 성향의 유권자층에 어필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내에서 지나친 ‘좌클릭’에 부담을 갖고 있는 중도 그룹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안원장이 깃발을 들면 야당 후보가 서울 강남 지역에 도전해도 해볼 만한 싸움을 펼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안철수라는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당내 대권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 굳이 안원장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안원장의 등장을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원장은 1월 말이나 2월 초 기부 재단에 대한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 민심을 고려해 설 연휴 전에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부 재단의 출범은 그 자체만으로 안원장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사회적 책임감’을 상징하는 한편, 이를 매개로 각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월 중에 출판할 계획인 에세이집도 주목된다. 젊은 층에게 큰 반향을 몰고 온 청춘콘서트의 열기가 책 출간을 통해 되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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