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몸도 마음도 만든다”
  • 도쿄·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2.01.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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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세 현역 의사’ 일본인 히노하라 시게아키 씨 인터뷰 / “밥은 적게 먹고, 가능하면 걸어서 이동”

ⓒ 히노하라 시게아키 제공

일본 도쿄에 있는 세이로카 국제병원 이사장인 히노하라 시게아키 의사는 1911년생이니 올해로 101세이다. 나이를 모르고 만났다면 아마도 70대 초반으로 착각했을 만큼 건강했다. 큰 병원의 이사장이어서 사무실이 제법 클 것으로 생각했으나 크지 않은 책상 하나와 소파 두 개만 달랑 있었다. 원고를 수정하는지 열심히 글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는, 기자가 인사를 하자 환한 얼굴로 맞아주었다. 히노하라 씨는 2010년 한국 가천의과대학에서 명예 의학박사를 받은 얘기부터 꺼냈다. 자신이 장수하는 비결에 관심이 많아 이 대학에서 자신의 뇌를 검사해보고 싶다고 했으나 당시 여건이 맞지 않아 하지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신 이 대학 노인연구소에 자신의 손을 찍어 기록에 남겼다고 했다. 일정표를 들여다보니 환자 보는 일, 병원 행정, 국내외 강연 그리고 ‘신노인 운동’ 등으로 하루하루가 꽉 차 있었다. 질문을 던지자 답변이 막힘없이 튀어나왔다.

올해 101세가 된 것을 축하한다. 100세가 넘으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100세 이전까지는 매주 새벽 2시에서 3시까지 철야 작업을 했는데, 100세가 되고부터는 철야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변화라면 이것이 유일한 변화이다.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가?

그렇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오전 6시에 일어나서 7시30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환자를 보고 오전에 회의를 세 개 했다. 그 사이에 하이쿠(짧은 시)도 다섯 개나 썼다. 오후에는 방송대학에서 강의가 있다. 저녁에도 스케줄이 꽉 차 있다. (기자와 만난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했나?

물론이다. 늘 비슷하게 먹는다. 우유 한 잔, 올리브유(5g 정도) 한 숟가락(15cc)을 넣은 과일 주스, 레시틴을 한 숟가락 넣은 밀크커피 그리고 과일이나 야채 스틱을 먹었다. 올리브유는 동맥경화와 심장병 예방에 좋아 꼭 챙겨 먹고 있다. 점심은 우유에 쿠키 2~3개 정도를 먹는다. (그는 답변 중에 올리브유가 몸에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게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나?

고프지 않다. 집중하면 배고픈 줄을 모른다.

아무리 집중해도 육체적으로 배고플 수밖에 없지 않은가?

축구 선수들이 중간에 물만 잠깐 먹고 두 시간 가까이 움직이지 않느냐. 하는 일에 집중을 하면 배고픈 줄 모른다. 

영양이 부족할 것 같다.

히노하라 시게아키 씨가 강연 도중 학생들과 야구 게임을 하고 있다. ⓒ 히노하라 시게아키 제공
저녁은 나름대로 챙겨 먹는다. 먼저 브로콜리, 양상추 등 채소와 샐러드를 듬뿍 먹는다. 채소는 비타민은 많이 섭취할 수 있는 반면 칼로리는 적어서 건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좋다. 밥은 작은 그릇으로 한 공기 정도, 그리고 살코기 100g 정도를 주 2~3회 먹는다. 생선은 큰 것으로 5회 정도를 먹는다. 저녁의 경우 8백kcal 정도를 먹는다. 이렇게 해서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1천3백kcal로 유지하는 것을 10년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식습관으로 서른 살 때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 관리 비결 가운데 하나이다. 

술·담배는? 건강을 위해 비타민제나 호르몬제를 복용하는가?

담배는 하지 않는다. 술은 모임이 있는 경우 작은 컵의 3분의 1을 마시는 정도이다. 아버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술, 담배를 하지 않았다는데 아버지의 영향도 있다. 비타민제 같은 것은 일절 먹지 않는다. 식품으로도 충분하다. 최근에 브로콜리 성분 중에 장수와 관련된 비타민 성분이 있다고 해서 브로콜리를 좀 많이 먹는다.

시력이나 치아, 콜레스테롤은 어떤가?

서른 살 때의 체중이 60kg이었는데 현재도 마찬가지다. 키는 1백65cm였는데 나이가 들어 1백60cm로 줄었다. 치아는 80세가 되면 대개 20개 정도인데 나는 24개였다. 지금은 17개가 있다. 물론 순수한 내 치아이다. 나는 딱딱한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윗니 아랫니로 씹어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시력도 문제가 없다. 혈압도 130에 80 정도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았는데 올리브유를 먹고 나서부터 2백에서 1백80으로 낮아졌다. (그는 시력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경을 벗고 조그만 글씨를 자연스럽게 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래 건강한 체질인가?

그렇지 않다. 스물두 살 대학생 시절에 결핵에 걸려 고생을 많이 했다. 당시에는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었다. 한참 후에야 미국산 결핵 치료제를 복용했다. 내가 병을 앓고 보니 환자의 기분과 심리 상태를 잘 알겠더라. 병도 걸려보고 고통도 겪어봐야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병에 걸리더라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건강을 더 지킬 수도 있고 몸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건강을 위해 특별히 하는 운동이 있다면?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걸어서 이동한다. 또 열심히 일하는 것이 운동 못지않게 건강에 좋다. 최근에 근육 훈련 트레이너를 초대해서 매주 1회 저녁 9시에서 10시까지 근육 훈련을 하고 있다. 누워서 다리를 머리로 올리고, 손깍지를 끼고 몸을 좌우로 흔드는 등의 훈련이다. 관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하고, 걷기 좋게 하기 위한 운동이다. 남들이 볼 때 노인 같은 걸음걸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훈련을 하고 있다. 보시다시피 목소리도 건강하지 않나. 합창단도 지휘할 정도이다. 마이크 없이도 강의가 가능하다. 숫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는 실제 인터뷰 도중에 연도나 개수 등 숫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특별한 운동도 하지 않는데 이렇게 건강하다니 신기할 정도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운동을 좋아했다. 축구, 럭비, 야구, 마라톤 등을 했다. 무엇보다도 건강을 생각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기 때문에 건강하다. 대개 매주 2회 정도 큰 강연 스케줄이 있다. 10일에 한 번 정도는 어린이를 교육하는 일정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다섯 번 해외에 다녀왔다. 물론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일, 크고 작은 업무 회의는 매일매일 있다. 원고를 쓸 일이 많은데, 시간이 없어 지방에 강연이나 세미나에 갈 때 신칸센이나 비행기 안에서 글을 쓴다. 지난해에 대만에서 강연을 초청받아 영어로 강의를 했다.

1년 정도밖에 미국에서 살지 않았는데 영어로 강연을 한다니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노력한다. 틈나는 대로 공부한다. 내가 조금 잘하는 것이 있다면 집중력이다. 신칸센이나 비행기로 이동할 때 집중해서 원고를 쓰고 작곡 공부도 한다. 시도 쓴다. (그는 신칸센이나 비행기에서 다소 흔들리더라도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만든 글 받침대를 가지고 다닌다며 보여주었다.)

의학 교육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고 하던데….

히노하라 시게아키 씨가 강연 도중 학생들과 야구 게임을 하고 있다. ⓒ 히노하라 시게아키 제공
39세 때 의사가 되고 나서 1년간 미국에 연수를 간 적이 있다. 부친이 졸업한 듀크 대학에 가고 싶었으나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선생님이 에모리 대학에 계셔서 에모리 대학에서 연수를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관심 있는 분야는 의학 교육 제도이다. 병원의 인턴 교육 제도 개선에도 앞장서왔다. 현재 일본의 병원 인턴 교육 제도에는 내가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의 경우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가?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조금 기다리면 잘될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분 전환을 한다. 어떤 일에 집중을 한다. 집중을 하면 스트레스나 걱정이 없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로서 일을 하다 보면 부하 직원들과 이견이나 갈등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갈등은 교섭을 잘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자신을 바꾸면 된다. 즉, 이니셔티브를 내가 가지면 된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과 얘기할 때 일방적으로 내 상황을 먼저 말하고 따르게 하지 않는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한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주면 일이 잘 풀린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쓴 리더십 관련 책이 2~3개월 후에 캐나다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의사나 병원 관계자뿐만 아니고 기업을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건강한 분이라고 해도 100세가 넘은 분을 한 시간 가까이 말을 하게 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필자의 마음을 알아챈 듯이 “90세가 넘어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은 아마 세계적으로도 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일본에도 없다”라며 이 정도는 매일 하는 일이라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식사가 서구화되면서 각종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뇌경색, 심장질환, 당뇨병 등으로 고생하고 암에 걸려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뇌경색의 경우 염분을 피해야 한다. 심장병의 경우 지방 섭취를 멀리하고, 당뇨병은 당을 조심해야 한다. 간단하다. 식사를 조절하면 된다. 나는 이제까지 비타민이나 건강에 좋다는 약을 먹은 적이 없다. 완전히 소식을 하며 균형 있는 식사에 신경을 쓸 뿐이다. 간단한 방법인데도 사람들이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병에 걸려 고생한다. 나는 하루 1천3백kcal 관리로 30세 때의 체중을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일하고 있다.

히노하라 시게아키 씨가 강연 도중 학생들과 야구 게임을 하고 있다. ⓒ 히노하라 시게아키 제공

위암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너무 뜨거운 음식을 먹지 말고 염분을 지금까지 먹는 양의 3분의 2로 줄여야 한다.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은퇴 후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좋은 점도 있지만 부부간의 갈등도 많아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있는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같은 취미를 갖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악기나 그림 또는 스포츠를 통해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신노인회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어떤 운동인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것, 참는 것, 아이들에게 평화와 사랑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회원은 크게 세 부류이다. 75세 이상은 시니어 회원, 60~74세까지는 주니어 회원, 20세 이상부터 59세까지는 서포트 회원이다. 회원들 간에 여러 모임을 만들어 즐긴다. 그림, 요가, 영어 회화, 클래식 음악 듣기 등 많은 모임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운동의 목표를 한마디로 하면 ‘How to live well,’ 즉 어떻게 잘 살 수 있는가를 추구하는 것이다.

건강을 위한 좌우명은 무엇인가?

히노하라 시게아키 씨는 10일에 한 번 정도는 어린이를 교육하는 일정을 갖고 있다. ⓒ 히노하라 시게아키 제공
습관이 몸도 마음도 만든다. 좋지 않은 습관은 흡연, 음주, 비만인데 이를 막기 위한 소식과 운동을 실천하라.

그는 한 시간 이상 이어진 인터뷰 내내 피곤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하나라도 더 답변해주려는 모습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101세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간간이 미소 띤 모습을 보이며 답변을 이어갔다. 건강 비법도 의외로 간단했다. 칼로리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건강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이 든 점은 역시 일을 아주 열심히 한다는 것이었다.

남에게 노인 같은 걸음걸이를 보이지 않기 위해 근력 운동을 한다는 것처럼 노인이라는 생각 자체를 잊고 살아가는 자세 또한 101세임에도 팔팔하게 살고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필

히노하라 시게아키 씨는 1911년 야마구치 시에서 태어나 교토 대학 의대를 졸업했다. 세이로카 국제병원장, 동 병원 명예원장, 세이로카 간호대학 명예학장이다. 재단법인 라이프플래닝 이사장. 일본음악요법학회 이사장. 일본에 미국 의학 교육을 도입해서 의학·간호 교육에 노력했다. 환자 참가형 의료·예방의학 추진에 헌신해오고 있다. 1993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독립형 호스피스를 창설했으며 성인병을 습관병으로 이름을 바꾸어 ‘생활습관병’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2000년에는 일본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신노인회’를 결성해 노인들의 건강하게 살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 1백20만부가 팔린 <잘 사는 법> 등 여러 권의 책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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