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불명예 언제쯤 떨치려고…
  • 조명진│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01.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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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반도에 또다시 전운 꿈틀…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사이에 ‘계란 전쟁’ 터질 가능성도

발칸 반도는 다른 인종과 종교가 혼재한 데 따른 오랜 분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389년 오토만 제국의 지배하에 들어 5백년간 무슬림 영향권에 놓였었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무슬림, 기독교, 그리스 정교 간의 반목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은 지역이다.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발칸 반도의 문제를 세르비아와 코소보 및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의 갈등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유고슬라비아는 제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 아래에서 독일군에 대한 항전을 이끌었던 티토가 전후 지도자로 등장하고, 여섯 개 공화국으로 구성된 연방 국가가 되었다. 유고슬라비아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그리고 코소보와 보이보디나 자치주로 구성된 연방 국가였다. 1980년 티토 대통령이 사망한 뒤 코소보 독립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무슬림과 기독교의 충돌이 벌어졌다.

밀로세비치 대통령은 1995년 나토의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이는 데이톤 협약에 동의했지만, 데이톤 협약은 코소보 문제를 명문화하지 않아 코소보 사람들은 세르비아의 압제 속에 놓이게 되었다. 1996년 밀로세비치 대통령이 재선되고 코소보 학교에서 알바니아어의 사용을 허용했지만,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압제는 계속되었다. 코소보 해방군은 독립을 얻기 위해서 세르비아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서 세르비아군은 잔인한 보복을 해 코소보에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코소보 북부 세르비아 접경 지역에 세르비아인들이 코소보 정부에서 파견된 경찰과 세관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군사 제한 구역’이라는 경고문이 담긴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 EPA연합

북코소보에서는 세르비아인과 나토군 충돌

코소보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협정 체결에 거듭 실패하자, 나토군은 유고슬라비아에 대해서 1999년 3월24일부터 같은 해 6월11일까지 79일간의 폭격을 감행해 결국 세르비아가 코소보인들의 안전 귀환을 보장하는 휴전에 동의하게 만들었다.

나토의 코소보 폭격은 유고슬라비아군이 코소보에서 철수함으로써 나토의 승리로 종결되었다. 1999년 6월12일 밀로세비치 대통령의 동의하에 나토군(KFOR)이 코소보에 주둔하기 시작했다. 나토 신속배치군이 주력 부대로서, 여기에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미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후 최근까지 세르비아는 여전히 세르비아계가 주민의 대다수인 북(北)코소보에 대한 국경 통과 문제로 코소보와 마찰을 빚어왔으나, 지난 12월 이 문제에 대해서 양국이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합의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북코소보의 세르비아인들이 코소보 정부에서 파견된 경찰과 세관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토의 평화유지군인 KFOR와 거친 몸싸움이 벌어져 독일 군인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독일의 심기를 건드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세르비아를 유럽연합(EU) 회원국 후보로 상정하는 문제는 논의 대상에도 없다”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코소보 해방군의 목표는 코소보를 알바니아와 통일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알바니아가 코소보 해방군을 지원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세르비아는 알바니아에 대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발칸 반도에는 또 다른 전운이 떠올랐다.

전쟁 불렀던 무역 갈등 재연 가능성 ‘주목’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열린 남동 유럽 외교 정상회담에 참석한 크로아티아의 야드란카 코소르 총리(왼쪽 다섯 번째). ⓒ EPA연합
발칸 반도에서 무역의 정지는 전쟁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1906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돼지고기 수출을 금지한 일 때문이다. 소위 ‘돼지 전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차 대전의 불씨가 된, 사라예보에서의 프란츠 페르디난드 왕자의 암살로 이어졌다.

크로아티아가 2013년 7월1일 EU 정회원국이 될 때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와 헝가리 국경은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는 EU 밖의 영역이 된다.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국경은 단거리이고 크로아티아와 몬테네그로 국경은 작기 때문에 국경 문제는 무시해도 될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가 낙농 제품을 EU에 수출하는 데 EU 위생 관리 부서의 기준을 잘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2년 반 후 크로아티아가 EU에 가입할 때, 보스니아는 더는 계란과 육류 그리고 낙농 제품을 크로아티아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농산물과 수출을 관장하는 부서가 존재하지 않아  낙농 제품에 대한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던 차에 보스니아의 정당 지도자들은 지난 12월28일에서야  2010년 10월 총선이 끝난 15개월 만에 내각을 구성하는 데 가까스로 합의했다. 보스니아의 정치인들은 정치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에 이같은 합의가 느닷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중앙 정부의 역할 부재는 유럽 통합에 장애가 됨은 물론 EU 기금을 차단시켜 외국인 투자의 실종으로 이어졌다. 이번 새 정부의 구성으로 예상되는 ‘계란 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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