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밥그릇 싸움에 형·아우는 없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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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롯데 등 ‘형제 전쟁’ 점입가경…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왼쪽부터). ⓒ 시사저널 유장훈
터키 격언 중에 ‘형제 사이도 돈에서는 남이다’라는 말이 있다. 국내 재벌 그룹이 최근 2세나 3세로 ‘세포 분열’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암묵적인 합의는 깨어진 지 오래다. 일부는 법적 다툼까지 벌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최근 수처리 전문 업체인 하이엔텍(옛 대우엔텍)을 인수했다. 6백억원 정도의 소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그럼에도 이 거래는 인수 초기부터 재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50년 이상 한 배를 탔던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이 인수전에서 맞붙었기 때문이다. M&A를 주도한 인사도 두 가문의 대표적 인물이다. LG가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나섰다. GS가의 경우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총대를 멨다. 사실상 구씨와 허씨가의 대리전 성격이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LG가와 GS가의 분가는 재계에서도 몇 안 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한 중견 그룹 창업주는 “LG그룹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전자와 통신, 디스플레이 부문을 맡았고, GS그룹은 홈쇼핑, 건설, 정유 등 현금 유동성이 큰 사업을 넘겨받았다. 재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분가 사례이다”라고 평가했다. 분가 이후에도 두 가문은 서로 영역 침범을 자제했다. 분가 이후 5년간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조약’까지 맺으면서 우의를 과시했다. 정식으로 계약서를 체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선을 지켰다. LG그룹은 계열사의 건설 발주 물량을 GS건설에 맡겼다. GS그룹은 오너 일가를 포함한 그룹의 자산 운용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 위탁했다. 이런 두 가문의 묵계가 최근 무너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하이엔텍 인수전을 계기로 두 가문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인수전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지만…

LG그룹과 GS그룹은 ‘집안 싸움’으로 비치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이다. 두 그룹은 그동안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수처리 업체 인수를 저울질해왔다. 하이엔텍 인수전에서 두 가문의 대표 기업이 우연히 마주쳤다는 것이 공통적인 답이다.

LG그룹의 한 임원은 “LG전자는 지난해 미래 성장 사업 중 하나로 수처리 산업을 선정하고 관련 업체를 물색해왔다. 하이엔텍은 수처리에 특화된 기업이다. GS건설과 사업이 겹치지도 않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이 임원은 이어 “시장 일각에는 LG그룹이 건설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건설업 진출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GS건설측도 “하이엔텍 입찰을 전후로 수처리 업체를 여러 차례 인수했거나, 인수를 시도했다. LG그룹과는 무관하다”라고 설명했다.

재계의 시각은 달랐다. LG그룹은 지난 2004년 이후 계열사 건설 물량을 GS건설에 맡겨왔다. GS건설의 LG그룹 의존율은 한때 20%에 육박했다. LG그룹 입장에서는 내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건설사가 필요했다. LG그룹은 지난 2007년 MRO(소모성 자재 공급) 계열사인 LG서브원을 통해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사옥 리모델링과 플랜트 건설 등에 서브원을 투입하는 등 사업 역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그룹의 건설 사업 진출설 역시 꾸준히 제기되었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볼 때 GS건설의 전문성을 따라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건설업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미 GS건설의 LG그룹 의존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한때 20%에 달하던 LG그룹 물량은 현재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GS건설측이 “발주사와 건설사의 관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에 반해 LG서브원의 건설 부문 위상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처음에는 GS건설과 같이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형 플랜트 건설까지 단독으로 수주하고 있다. 2010년에는 일본 엔지니어링업체인 도요엔지니어링과 합작 엔지니어링업체를 설립했다. 결국은 건설사 설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이번에 인수한 하이엔텍 역시 건설업 진출을 위한 정지 작업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다. GS그룹 역시 최근 LG그룹의 고유 영역인 종합상사(LG상사)와 2차전지(LG화학), 리조트(곤지암리조트) 사업에 잇달아 나서는 등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범삼성가, 형제 기업들의 협력 관계 ‘시들’

남매간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오른쪽). ⓒ 시사저널 유장훈
범삼성가 역시 최근 형제 간의 파열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범삼성가는 현재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그룹 등으로 분리된 상태이다. 조만간 있을 3세 승계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세포 분열’이 예상된다. 언론에서는 이들 그룹의 분가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때문에 형제 기업들의 협력 관계 역시 많이 희석되었다는 평가이다. 해외 물류 분야가 첫 번째 ‘지각 변동’의 진원지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CJ그룹 계열 회사인 CJ GLS에 동남아시아 쪽의 물류 사업을 맡겨왔다. 사업 규모만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GLS 전체 매출의 20%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조만간 이 물량을 끊을 예정이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부 기업에 위탁했던 삼성전자의 해외 물류 사업을 계열 회사인 삼성SDS 쪽에 넘길 예정이다. CJ GLS가 맡아오던 동남아 물량 역시 우선적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귀띔했다.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지난해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본 입찰을 며칠 앞두고 삼성SDS가 경쟁사인 포스코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당시 CJ그룹의 입찰 자문을 맡은 곳이 삼성증권이었다. CJ그룹 내에서 강하게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언론을 통해 삼성그룹의 오너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이 연일 보도되었다. CJ그룹은 최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수천억 원 규모의 해외 물류 물량이 삼성에 넘어가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나 삼성SDS측은 이번 조치가 CJ그룹 일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삼성SDS의 한 관계자는 “신임 고순동 대표가 취임하면서 해외 IT 물류 사업을 강화했다. 그 일환으로 보아달라”라고 주문했다. CJ그룹측도 “동남아 물류 사업 조정과 그룹 일은 무관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외부 기업에 위탁했던 사업 부문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동남아 쪽 물량이 우선적으로 포함되었다. 장기적으로 나머지 지역까지 회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일정 부분 선 긋기에 나섰다.

이마트의 반값 TV 사업 진출을 놓고도 뒷얘기가 풍성하다. 이마트가 지난해 이마트 반값 TV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에는 업계 최초로 가전 렌탈 서비스까지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말 타이완 TPV 사와 주문자 생산 방식(OEM)으로 생산한 32형 풀HD LED TV인 ‘이마트 드림뷰’를 선보였다. 드림뷰는 출시 3일 만에 준비한 물량 5천대가 모두 팔렸다. 이마트는 올해 2차 물량으로 1만대를 준비했다. 특히 이 사업은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후계 구도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형제 기업인 삼성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대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동업 정신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영역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최근 신년사에서 “향후 동종 업계뿐 아니라 이종 업계 간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라면·소주 싸고 롯데 형제들의 ‘골육 분쟁’

롯데그룹의 경우 형제간 재산 다툼이 법정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형제간의 ‘라면 분쟁’ 역시 표면화되었다. 롯데그룹은 지난 1965년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이 사업을 주도했다. 신회장은 롯데공업을 창업한 뒤, 롯데라면을 생산했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신춘호 회장은 지난 1978년 회사 이름에서 ‘롯데’를 빼고 농심으로 독립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롯데라면’을 출시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표면화되었다. 롯데는 지난 2009년에도 롯데마트 PB(Private Brand·유통사 자체 브랜드) 제품인 ‘이맛이 라면’을 판매해 농심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 브랜드를 단 라면까지 출시하면서 농심과의 불화가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롯데라면은 농심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롯데가 인수설이 불거진 삼양라면을 인수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롯데측이나 삼양식품은 현재 시중에 나도는 M&A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가 성사될 경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의 유통망을 통해 농심의 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롯데의 ‘골육 분쟁’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지난 2004년 대선주조를 인수했다. 대선주조는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때 부산 지역의 소주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격호 회장이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9년 두산으로부터 ‘처음처럼’을 인수했다. 두 형제는 부산 시장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때 롯데가 부산 사직구장에 있는 대선주조의 광고를 모두 뺐을 정도로 양측의 신경전은 치열했다. 하지만 부산 시장의 점유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또 다른 경쟁사인 무학이 치고 올라오면서 롯데그룹을 당황스럽게 했다. 롯데에서는 한때 대선주조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부산에서 소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형제는 한때 재산 문제로 소송까지 갔었다. 이 앙금이 소주 시장 점유율을 놓고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GS타워, LS타워. ⓒ 시사저널 박은숙

국내 재벌그룹이 그동안 지켜왔던 묵계를 깨고 상대의 사업 영역까지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친족 분리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핵분열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의영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2세나 3세로 넘어가면서 생존 전략의 하나로 사업 다각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룹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사례 또한 늘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이같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그룹이 창업주에서 2세 체제로 바뀌면서 쪼개진 회사는 모두 23곳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IT 서비스나 레저, 건설, 호텔, 물류 등의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 대부분 그룹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IT 서비스가 가장 많았다. 전체 그룹 중 14곳이 IT 서비스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었다. 호텔이나 건설, 물류 계열사를 둔 곳도 각각 13곳과 12곳, 10곳이나 되었다. 선대의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

실제로 범LG가는 지난 2000년을 전후로 LG그룹과 GS그룹, LS그룹, LIG그룹 등으로 분리되었다. 현재 건설업 진출설이 나오는 LG그룹을 제외하고 모든 그룹이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다. LS그룹은 지난 2003년 분리 직후 한성피씨건설을 설립했다. LIG건설 역시 그동안 전문 주택 건설 분야에 주력해왔다. 지난 2006년 건영을 인수하면서 종합건설사로 변신하는 등 형제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범삼성가 역시 일차적으로 분가한 삼성과 CJ, 신세계, 한솔그룹 등이 모두 건설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신세계가 최근 이마트 피자를 판매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이마트 피자를 파는 곳은 장남인 정용진 부회장이 운영하는 이마트이고, 만드는 곳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대주주인 조선호텔 베이커리이기 때문이다. 정부사장은 조선호텔 사업부를 조선호텔 베이커리로 분사하는 과정에서 40%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마트 납품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대부분 정부사장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정부사장이 대주주인 조선호텔 베이커리를 기습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피자 기획에 참여했다는 한 전직 신세계 인사는 “이마트 피자뿐 아니라 와플 등이 내부적으로 기획되고 생겨났다. 사실상 정부사장의 사업을 돕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3세나 4세 체제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벌의 계열사 늘리기는 결국, 안정적으로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용도가 크다. 비슷한 계열사들이 양산되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IBM, 엑센추어, 후지쓰 등 글로벌 IT 서비스업체의 경우 해외 비중이 70%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IT 서비스 1, 2위 업체인 삼성SDS와 LG CNS의 해외 사업 비중은 2010년 기준으로 각각 19%와 5.7%에 불과했다. 그룹 내 물량에 안주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확보를 등한시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 ⓒ 현대중공업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은 지난 1월10일 주요 그룹의 계열사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1천1백50개였다. 지난 2006년 7백31개보다 1.5배나 늘어났다. 그룹당 평균 계열사 수도 2006년 24.4개에서 지난해 38.3개로 14개나 증가했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계열사 수가 지난 2006년 7개에서 지난해 말 21개로 세 배나 증가했다. 부영, LS, STX, 웅진, 현대, 동부, 동양, 효성, 한진중공업그룹 등 10곳도 계열사 수가 5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이나 현대산업개발그룹만이 유일하게 계열사 수가 감소하거나 동일했다.

문제는 대기업이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영역까지도 침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삼성맨인 김병윤씨는 저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에서 ‘지네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문어발은 몸집만 키우지만, 지네발은 중소기업의 싹까지 완전히 잘라버리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벌 기업들의 진출 영역은 빵집에서부터 학원, 수입의류 도·소매, 심지어 순대 판매까지 확대되었다. 그럴 때마다 논란이 일면서 철수나 설립이 반복되었다. 대기업의 자본력에 밀린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산업생산지수 격차는 2004년 1.4%에서 2009년 말 6.9%까지 벌어졌다. 중소기업의 생산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얘기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투를 막아달라면서 낸 중소기업의 사업 조정 신청 건수 역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진출로 관련 시장이 활성화되거나, 파이가 커지는 사례도 많다. 무조건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빼앗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평소 재벌의 지배 구조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도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계열사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대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재벌의 문어벌식 확장을 규제하던 법들이 잇달아 폐지되면서 사실상 대비책이 없다.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지배 주주 일가들의 사업 기회 유용을 막는, 형법상의 회사 기회 유용 개념을 빨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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