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권력자 김정은, ‘군사 도발’도 세습할까
  • 이영│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
  • 승인 2012.01.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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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후계자 정권’이 들어선 2012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김정은이 체제 강화를 노리고 대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상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탱크부대를 시찰한 김정은. ⓒ 연합뉴스
‘평양의 권력 핵심층, 김정은 후계 세습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2012년 통일연구원에서 발표한 북한 정세 및 남북 관계 전망보고서 내용의 일부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북한은 내부 권력 투쟁을 은폐하고 또한 해외 언론의 관심 집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남 도발을 할 수 있다.

지금 평양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다. 하지만 내부 핵심 권력층에서는 상호 견제와 감시 그리고 당과 군 핵심층 간의 권력 집중과 분산 등 팽팽한 줄다리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 실세 장성택과 총참모장 리영호 투톱 체제의 중간에 위치한 김정은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들이 신년 사설에서 표명했듯이 ‘선군 정치’ 이념은 그대로 지속된다. 김정은이 확고히 정권을 틀어잡을 때까지 최고사령관 직함으로 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에 걸림돌이 되는 대상이라면 남과 북에 상관없이 거침없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떨고 있는 것은 평양이나 서울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은 권력을 장악하는 국면에서 대남 도발이라는 돌발 행동으로 불안정한 국면을 전환시켰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다음과 같다.

1950년 6월25일 북한 김일성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남침을 한다. 전쟁을 통해 자신에게 반기를 들던 군 핵심 인물이었던 무정과 당시 남로당 총책 박헌영 등을 숙청함으로써 자신에 대항하던 정적을 하나씩 제거해나갔다. 그 후 김일성은 자신의 권력 기반이 흔들릴 때마다 대남 특수 테러 집단(작전부·정찰국)을 이용해 남한을 공격했다. 휴전선은 피의 전선으로 변했고, 그때마다 김일성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시켜나갔다.

그로부터 20여 년, 1974년 33세의 나이로 북한 후계자가 된 김정일은 아버지로부터 통치 기술을 배웠다. 권력이 도전을 받을 때 긴장을 조성하는 도발 기법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 당시 김일성과 함께 항일 무장 투쟁을 했던 원로들은 ‘김정일 후계 체제’를 미지근해했으며 그를 애송이 취급했다.

김정일의 나이가 42세 되던 1983년 10월9일 버마(현 미얀마) 독립 영웅 아웅산의 묘소가 폭파당한다. 당시 버마를 방문하던 전두환 대통령 수행원 17명은 김정일이 지시한 북한 특수 공작원들의 무자비한 테러로 인해 순간에 비명횡사했다. 김정일의 지령을 받은 정찰국 소속 군관 세 명이 저지른 행위였다.

그 이후 1987년 858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해 무고한 1백15명의 근로자를 공중분해시킨 사건 등은 김정일이 대내·대남 통치를 위해 저지른 과감한 군사적 도발이었다.

그러면 피 끓는 젊은 청춘 46명을 일순간에 수장시켜버린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폭침 사건과 그해 무고한 양민의 터전인 민가를 공격한 11월 연평도 포격은 무엇인가? 김정일 정권에 달러와 물자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남한 정권에 대한 보복과 김정은의 전면 등장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그 후 8개월이 지나고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뚝딱 어깨에 달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으로 전면에 나섰다. 무력이 가장 좋은 통치 수단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운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부산한 남한의 군사 대응 절차를 보면서, 인민무력부 지하 갱도에 있는 최고사령부에서 전시에 준한 대응 조치도 눈여겨 배웠을 것이다. 이보다 확실한 전쟁 수행 방법 인수·인계가 어디 있겠는가?

DMZ 또는 서해 5도에서의 무력 행동 가능성

조선중앙TV는 1월8일 기록영화를 통해 소총을 들고 있는 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을 방영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은 과연 남한을 상대로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것인가.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는 그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핵 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국제적 위기감을 조성하고 김정은 통치 시대를 세계에 알린다. 둘째, DMZ 비무장지대 또는 서해 NLL 선상과 주변 도서 지역에서 무력 충돌을 일으켜 공포 환경을 조성한다. 셋째, 김정은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남한 내 보수 단체 핵심 인사에 대한 암살 지령을 내리고, 대선을 앞두고 공공 기관에 대한 사이버 테러로 한국 사회의 혼란을 유도한다.

각 시나리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6년 10월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평균 해발 1천5백m를 상회하는 산악 지역 깊은 곳에서 북한 최초의 핵실험이 진행되었다. 북한은 3년 뒤 2009년 5월25일 1차 때보다 다섯 배나 큰 규모의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세계는 경악했지만 대한민국은 마비가 된 듯 무덤덤해졌다. 미국은 일본의 눈치를 보며 북한의 핵 개발을 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별효과가 없다.

2012년 강성 부국 건설을 선언한 북한은 무엇으로 이것을 보여줄 것인가? 핵 보유 공식 선언이 아니면 사거리 6천㎞가 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날리면서 또 한 번 세계를 향해 김정은 선군 정치를 과시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 실험은 기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4월15일 태양절 후 5월이나, 노동당 창건기념일 10월10일을 전후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기상 여건이 최상 조건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러한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오로지 핵무기 보유를 통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해 ‘북·미 평화조약’ 후 미군을 몰아내는 길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육·해상에서의 돌발 무력 공격 행동이다. 최근에는 서해상에서 도발이 있었지만 DMZ 육상에서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대북 심리전 방송이나 민간 차원에서 반(反)김정은 체제의 삐라를 대규모 살포할 때에, 이들은 고도로 훈련된 정찰국 소속 요원들 3~5명이 총신이 짧고 가벼운 신형 AK-88 소총과 고폭 수류탄으로 무장한 채 조 단위로 조직적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들 북한 특수요원은 과거에 개척해놓은 임진강 침투로를 따라 침투해서 잠복해 있다가 공격을 하거나 중부 전선 특정 지역을 선택해 무력 도발을 할 수 있다.

이들은 마동희 정찰군관학교 출신의 군관들로 구성된 특수요원들로 과거 아웅산 테러나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의 주역들이다. 이들의 최고위 지휘관은 정찰총국장 김영철 상장으로, 상장임에도 그는 2010년 당 중앙군사위원회 정위원이 되었다. 김정일의 든든한 주먹이었던 김영철이 대를 이어 김정은에게 충성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찰총국’이라는 조직은 편제상에는 인민무력부장 산하이지만, 실제로는 인민군 편제에도 없는 비공개 대남 테러 집단이다. 군사 지휘 계통과 절차에 관계없이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령을 하달하면 정찰총국장이 그것을 수행한다. 지금은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이 집단을 직접 지휘할 것이다.

그 다음 예상되는 지역은 지금도 불똥이 가시지 않은 서해 5도 주변 해상이다. 북한은 언제부터인가 뜬금없이 서해 NLL 선을 무력화하며 자신들의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국제적 분쟁으로 몰고 가 휴전의 직접 대상국이었던 미국을 상대로 빅딜을 하려는 의도로 분석되지만, 이 선이 무너지면 1천5백만명이 사는 수도권 지역은 북한이 도발하는 직접 공격의 표적이 된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그러나 북한 역시 서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일성이 생전에 어떻게 하든 백령도나 연평도를 되찾아오라고 했을 정도이기에 지금껏 저들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늘 긴장을 조성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끌고 간다. 남포에 기지를 둔 해상정찰대를 이용해 백령도나 연평도에 전진 배치된 최신형 자주포 K-9이나 유도미사일을 파괴하거나 60t에 불과한 유고급 잠수정을 개조해 8m 길이의 어뢰를 두 발 장착시켜 수중으로 침투했다가 우리 초계함을 또다시 공격해 폭침시킬 수 있다. 이 잠수정을 찾아내는 것은 아무리 발달된 레이더 소나 탐지기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 다음은 우리 어선을 나포해 억류해놓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며 협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 행위는 시기와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불리한 입장이 되면 언제, 어디서라도 공격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4월15일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해군 천안함을 인양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북한 특수요원들이 소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제 독총. ⓒ 연합뉴스

남한 인사 암살·사이버 테러도 안심 못해

마지막 세 번째로는 김정은 체제를 강력 규탄하는 남한 내 보수 세력의 핵심 인사 또는 반체제 삐라를 살포하는 탈북 단체 간부에 대한 암살 행위와 사이버 테러를 예상할 수 있다.

지금은 정찰총국 소속으로 전환된 작전부의 구성원은 최고 수준의 정신 무장과 고도로 훈련된 테러 전문 요원으로서 임무에 실패하면 과감히 자결하는 열성적 혁명 투사들이다. 이들은 김정일 정치군사대학 출신으로 졸업 후 작전부에 채용되면 현역 중위에 해당하는 직급을 받는다. 이들은 1~3명 정도 소수 인원으로서 세계 어디로나 파견되어 요인 암살·테러·납치 등 점 조직으로 은밀하게 행동하며, 주로 독침, 독총 또는 소음권총을 이용해 대상물을 제압한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흔히 발생되었던 한국인과 일본인 납치는 이들의 소행이었고, 서울의 남쪽인 분당에 살던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을 암살한 것도 이들 조직원이다. 이 역시 김영철의 지휘하에 있는 정찰총국 소속이다. 북한 내부 반체제 성향 인물들도 때로는 작전부 요원들에 의해 암살되기도 한다.

2012년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미국·러시아·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중국 및 타이완의 지도자 교체 등으로 주변국 상황이 복잡하다. 특히 한국의 대선 기간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 공항, 정부 기관 및 한국전력 등을 디도스 공격한다면 한순간에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러한 사이버 테러들 역시 정찰총국 산하 110호 연구소 통제하에 있는 부대에서 실시될 것이며, 그 요원들은 미림군사대학 출신으로 5년제 학교를 졸업한 후 전원 군관으로 임관된 자들이다. 이들은 전세계 주요 국가를 상대로 해킹 또는 디도스 공격으로 상대국 정보를 수집하거나 정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된 특수요원들이다.

이렇듯 김정은은 2012년 어떤 식으로든 대남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첫째,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무력 지휘 통솔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한다. 둘째, 북한 내 주민과 군부를 결속 강화토록 유도하며 항미(抗美) 투쟁 의식을 고조시킨다. 셋째, 남한 내 차기 정권의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한 길들이기 작업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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