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커진 거물들, 어디에 터 잡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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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종로 출마설과 ‘총선 지원설’ 사이에서 고민…손학규도 강남 출마설과 ‘총선 지원설’ 엇갈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진다. 따라서 4월의 총선은 오는 12월 대선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그런 만큼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각 정당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거물급 후보들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권 주자들이 직접 격전지로 향하는가 하면, 정치권에 새로 발을 내딛은 유력 인사들도 하나 둘씩 전장에 오를 전망이다. 이들 중 누가 살아남을지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지역에서든 어려운 싸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올해 초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라며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텃밭인 대구 달성에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수차례 “지역구를 지키겠다”라고 밝혀온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박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 지원에 나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박위원장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선거가 중요한 만큼 당의 간판인 박위원장이 직접 깃발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박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지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역인 3선의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특히 종로구는 ‘대통령의 산실’로 불린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3선을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종로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선거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시사저널 자료

여권 ‘잠룡’ 정몽준·이재오, 다시 동작·은평으로

민주통합당에서는 ‘잠룡’ 정세균 전 대표가 일찌감치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4선을 지낸 정 전 대표는 호남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후 종로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서느냐에 따라 ‘빅매치’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출마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임 전 실장 본인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위원장과 임 전 실장 이외에 당내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조윤선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야당의 거물 정치인에 맞서 젊고 참신한 인물로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여권의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서울 동작 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18대 총선에서 자신의 텃밭인 울산 동구를 떠나 이곳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최고위원과 맞붙어 승리했다. 이듬해 재·보궐 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로 돌아간 정 전 최고위원은 이번에도 전주 덕진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대신 민주당에서는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허동준 지역위원장이 표밭을 다져왔다. 17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낸 이계안 전 의원도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2인자로 불렸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 을에 출마할 예정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일격을 당했던 이 전 장관은 비록 2010년 재·보선에서 기사회생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다시 한번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에서는 고연호 서울시당 대변인 등 여러 명의 인사가 우르르 도전장을 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동작 을과 은평 을의 경우 현재 구도로 놓고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이러한 기류가 잘 나타났다. 당시 서울 지역 25개 구 중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에게 앞선 지역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등 네 곳이 전부였다. 나머지 21개 구에서는 모두 한나라당이 밀렸다. 정몽준 전 대표의 지역구인 동작구와 이재오 전 장관의 지역구인 은평구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 시사저널 유장훈

정운찬 전 총리도 서울 강남에서 이름 오르내려

여기에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돈 봉투 사태’가 한나라당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오 전 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 갑 당협위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원회 내에서 이재오 전 장관과 홍준표·안상수 전 대표 등 거물급들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변수이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공천을 받지 못해 한나라당 간판으로 전장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는 셈이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이들이 박근혜 위원장과 결별하고 무소속이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정위원장은 ‘신정치 1번지’인 서울 강남 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그가 이번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가 관심사이다. 정위원장은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이나 대선보다 중요한 것은 동반성장위원장의 소임이다”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강남 을 지역은 16대 때 오세훈 전 서울시장, 17·18대 때 공성진 전 의원이 당선된 ‘한나라당 아성’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던 공 전 의원이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곳이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 인사들의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나성린·원희목·이은재·이정선 의원 등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거 몰린 가운데,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당초 출마가 거론되었지만, 최근에 강북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수석은 강북 갑이나 종로 지역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재오, 정운찬, 정세균, 유시민. (왼쪽부터)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유장훈, ⓒ 시사저널 이종현.

유시민, 지역구 정하지 않은 채 “수도권에서 여권 거물급과 맞대결”

민주당에서는 유력 대권 주자인 손학규 전 대표의 차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대선 후보들이 서울 강남 등 한나라당 텃밭에 출마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전 최고위원이 전주 덕진, 정세균 전 대표가 서울 종로 출마를 결정해놓은 상태이다 보니 손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이나 다름없던 성남 분당 을에 출마해 승전고를 울렸던 그는 이번 총선에서도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라는 입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손 전 대표가 총선에 직접 출마하기보다는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선수’보다는 ‘감독’으로 전장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한때 강남 출마설이 나돌았으나,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야권의 또 다른 대권 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절대 열세 지역인 부산 사상에 출마한다. 적지 한가운데에 깃발을 꽂으러 나선 것이다. 문이사장은 부산 북·강서 을에 출마하는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과 함께 야권의 ‘낙동강 벨트’를 형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11일 사상 지하철역 근처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문이사장이 이곳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그의 대권 가도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이 지역 현역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혀 한나라당 후보로 누가 나설지도 주목된다. 장의원과 친분이 있는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15~17대까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권철현 전 주일 대사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충남 세종시가 독립 선거구로 신설될 경우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지도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다. 당내에서는 이 전 총리가 나설 경우 충청 지역 선거 전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관악 을에서 5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총리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물러났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유시민 공동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당 공동대표 중에서 유대표만 아직 총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서울 관악 을, 심상정 공동대표는 고양 덕양 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유대표는 “총선에서 당이 최대한 의석을 많이 차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결정할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의 거물급과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원장의 행보는 여전히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다. 안원장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대선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가 향후 어떤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여야 잠룡들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안원장이 이르면 이달 말에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기부 재단 출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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