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거든 ‘가려서’ 먹어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2.0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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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 건강하게 먹는 법 / 햄버거는 세트 메뉴보다 단품 메뉴로…튀김보다 구운 음식이 좋아

‘햄버거는 빵, 고기, 채소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는데, 왜 건강에 좋지 않은가. 피자도 이탈리아에서는 건강식으로 인식되는데, 왜 먹지 말라고 하는가.’ 최근 기자가 독자로부터 받은 이메일이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즉석 식품(패스트푸드)은 가격이 저렴하고, 손쉽게 사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영양 불균형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은 부족하면서 동물성 지방, 나트륨이 많다. 햄버거 세트 메뉴의 염분 함량은 1천2백mg을 초과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염분 섭취량(2천mg 이하)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이다.

열량이 높은 것도 문제이다. 햄버거 한 개의 열량은 6백~1천5백kcal이다. 감자 튀김, 콜라가 포함된 햄버거 세트 메뉴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한 번에 섭취하는 셈이다. 패스트푸드의 트랜스지방은 심혈관질환과 성인병을 유발한다. 감자 튀김 한 봉지(100g)에는 4.6g의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성인의 하루 트랜스지방 섭취 제한량(2.2g)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미국에서 18~30세 성인 4천명을 대상으로 1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패스트푸드를 주 2회 이상 먹은 사람은 주 1회 이하로 먹은 사람보다 체중이 약 4.5kg 증가했다. 또 인슐린 저항성도 두 배 이상 높아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마디로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으면 비만, 심장질환, 당뇨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패스트푸드는 쓰레기 음식(정크푸드)이라는 악명을 달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영양분·열량 고려해 먹어야

채소가 많이 들어간, 건강에 좋은 햄버거. ⓒ 시사저널 전영기
그렇다고 현대 생활에서 패스트푸드를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어떻게 먹어야 조금이라도 건강을 챙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았다. 우선 메뉴를 고를 때 영양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패스트푸드업체가 메뉴의 영양 정보를 공개하므로 그것을 참고하면 된다. 또 주문할 때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세트 메뉴를 선택하기보다는 단품 메뉴를 고르는 편이 조금이라도 섭취 열량을 줄이는 길이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제품, 요구르트나 샐러드 추가 메뉴, 김치와 쌀을 이용한 메뉴를 파는 가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곁들여 먹는 메뉴로 감자 튀김, 양파 튀김 등 튀김류보다 샐러드를 선택하면 무기질과 비타민을 보완할 수 있다. 베이컨, 치킨이 들어 있는 고지방 샐러드는 오히려 비만을 부르므로 피해야 한다. 드레싱은 마요네즈가 없는 간장 드레싱이나 레몬 드레싱을 선택한다. 치즈 한 장을 추가하면 60kcal, 마요네즈는 100kcal의 열량을 내므로 속 재료나 토핑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튀김보다 구운 음식을 추천한다. 튀긴 치킨 샌드위치는 열량이 7백50kcal에 지방이 45g이지만, 구운 치킨 샌드위치는 4백70kcal에 18g이다. 흔히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 콜라를 마신다. 탄산음료는 특히 아이들의 치아와 뼈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우유나 주스를 마시도록 하고, 아이가 콜라를 고집하면 열량이 적은 라이트콜라를 고른다. 아이스크림, 냉커피, 핫초코 대신 블랙커피, 맑은 차, 레몬에이드를 선택하면 섭취 열량을 줄일 수 있다.

치킨이나 너깃은 개수가 적은 메뉴를 선택하고, 두꺼운 것보다 얇은 것을 고른다. 빅맥처럼 세 겹으로 된 햄버거보다 일반 두 겹짜리 햄버거를 선택한다. 피자도 얇은 것을 고르고, 치즈가 덜 들어가는 대신 양파·버섯·피망·토마토 등 채소가 많은 것이 좋다. 샌드위치는 베이컨, 치즈, 마요네즈가 적은 대신 상추나 토마토가 있는 것을 고른다.

패스트푸드는 피하면서도 간편식(인스턴트 식품)에는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는 사람이 많다. 또 맞벌이 부부나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인스턴트 식품은 간편한 먹을거리이다. 저장이나 휴대가 편리한 데다 요리 실력이 없어도 항상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인스턴트 식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식품첨가물이다. 인스턴트 식품에 사용하는 식품첨가물로는 보존제(세균의 성장을 억제해 식품의 부패나 변질을 방지), 살균제, 산화방지제(산소에 의한 지방이나 탄수화물 식품의 변질을 방지), 착색제(식품의 색을 보기 좋게 해줌), 발색제(식품의 색을 선명하게 해줌), 탈색제(식품의 색을 하얗게 해줌), 감미료(설탕의 수백 배 효과로 단맛을 냄), 화학조미료(식품의 맛을 강화함), 팽창제(빵이나 과자를 부풀게 함), 안정제(고체와 액체가 분리되지 않도록 결합) 등이 있다.

인스턴트 식품은 흔히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는데, 데워서 먹을 때 원재료나 첨가물 중에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나올 수 있다. 식품첨가물이 법적 허용치를 넘지는 않지만 계속 섭취해 인체에 축적되면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영국의 전문가들은 인스턴트 식품에 들어 있는 색소와 보존제를 어린이가 과잉 섭취하면, 과잉 행동 장애, 집중력 결핍, 알레르기, 분노, 발작 등의 행동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아토피가 심한 어린이가 타르 색소, 안식향산나트륨에 이상 면역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 밖에도 인스턴트 식품이나 가공식품 탓에 탁해진 혈액이 어린이 성장판 연골에 공급되면 세포나 조직이 손상되어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스턴트 식품의 식품첨가물 없애는 방법

고기가 많이 들어간, 건강에 나쁜 햄버거. ⓒ 시사저널 전영기
전문가들은 평소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이 이런 악영향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인스턴트 식품의 유해한 성분을 섭취한다고 해도 심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인스턴트식품에는 비타민과 섬유소가 부족하므로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 먹도록 해야 한다. 옥수수나 콩 통조림을 먹을 때는 발색제 등이 씻겨나가도록 물에 충분히 헹구어 먹는다. 통조림 식품은 방부제나 산화방지제와 함께 오랜 기간 알루미늄 용기에 담겨 있으므로 사용 전에 내용물을 체에 거른 후 뜨거운 물을 붓거나 살짝 데치면 좋다. 가능하면 캔보다 유리병에 든 제품을 산다.

햄이나 소시지는 칼집을 넣어 끓는 물에 데쳐서 조리하면 발색제나 각종 색소를 줄일 수 있다. 어묵도 조리 전에 따뜻한 물에 담가두면 방부제 성분을 70% 정도 없앨 수 있다. 라면은 한번 기름에 튀긴 것이므로 우리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면을 넣고 조리할 때 처음 끓은 물을 버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끓여 먹으면 포화지방산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컵라면은 용기의 환경호르몬이 문제이므로 다른 용기에 옮겨 물을 붓거나 냄비에 직접 끓여 먹도록 한다. 컵라면을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즉석 카레의 일회용 팩은 데울 때 환경호르몬이 녹아나올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봉지에서 내용물을 꺼내 유리 용기나 도기에 옮겨 담은 후에 데운다. 유부는 기름에 튀겨 만들기 때문에 표면에 기름이 산화되어 있고, 산화방지제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으므로 유부를 그릇에 놓고 팔팔 끓는 물을 끼얹어준 후에 먹는다. 베이컨은 지방이 많고 아질산나트륨, 산화방지제, 인공 색소 등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사용하기 전에 살짝 데치면 좋다.

도움말: 김정선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장·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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