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과 이민자 사이 ‘각국 각색’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02.0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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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5개국 경찰, 패싸움에 대응하는 자세 모두 달라…민족성과 역사적 전통이 그 배경

유럽에서 자국민과 이민자들 사이에 패싸움이 벌어졌을 때, 경찰의 대응은 제각각이다. 유럽 5개국의 경찰이 사건에 대응하는 자세와 그런 대응이 나오는 배경을 알아보았다.

■ 영국 경찰: 늦게 출동해서 싸움이 다 끝났다. 혹시 끝나지 않았어도 끝난 것으로 간주하고 돌아간다.

지난해 런던을 위시한 영국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이민자들의 폭동은 해외 토픽이 되었다. 어떻게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가 영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영국은 로마의 통치를 받았고, 현재 영국 사람들은 토착민인 켈트족을 몰아낸 다른 유럽에서 온 민족들로 구성되었다. 그렇다 보니, 향토애가 없는 사람들이 통치하는 ‘절충적’ 통치 기법을 터득했다.

영국의 식민지 통치는 로마 전통을 많이 따라 자율을 존중하는 관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식민 통치에서 성공한 비결이 되었다. 영국이 1947년 인도 식민지 통치를 끝내고 떠날 때와 1997년 홍콩을 중화인민공화국에게 반환할 때, 현지인들이 작별의 아쉬움에 눈시울을 적셨다는 에피소드는 일본의 가혹한 한반도 식민 통치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영국의 느슨한 식민지 통치 전통은 영국 내 외국인 이민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놓아두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불법 이민자에 대해서도 특별한 추방 조치를 취하지 않는 나라가 영국이기에 불법 이민자들의 목적지가 된 것이다. 1215년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이후로 영국 왕실이 느슨하게 통치했기에 지금까지 버텨온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반면 프랑스는 절대 왕정으로 시민 혁명에 의해서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 프랑스 경찰: 이민자들만 사정없이 체포하고, 체포 과정에서 이민자들에게 곤봉을 휘두르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은 식민 통치 기법을 영국과 마찬가지로 로마에서 전수받았지만,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상업 자본가로 불리는 ‘부르주아지’가 특권층 행세를 해온 나라이다. 왕실의 절대 권위에 도전해서 왕권을 무너뜨렸지만, 정작 부르주아지의 특권 의식은 이민자들을 배타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아프리카 옛 식민지 사람들을 포용하는 듯하지만, 프랑스만의 우월 의식이 저변에 강하게 깔려 있다. 그것이 시민 혁명의 전통으로 이어져 프랑스의 파업과 데모는 유달리 과격하다. 따라서 경찰의 진압도 마찬가지로 특히, 이민자들을 상대할 때는 적대적 모습마저 나타낸다.

유럽 5개국의 경찰들. 왼쪽부터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AP 연합

■ 독일 경찰: 일사불란하게 출동한 경찰의 공권력 앞에 이민자들은 싸움을 멈추고, 검거를 두려워해 도망친다.

독일은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서 식민 통치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보니, 이민자들에 대해서 법의 원칙만을 적용한다. 정작 자신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법을 적용하기를 주저하지만, 외국인들의 범법 행위는 가차 없이 처벌해야 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

‘아리안의 우수성’이라는 민족적 단합의 기치도 한몫하곤 한다. 2차 대전에 참전한 군인의 수가 무려 3백만명이었다. 지금 독일인 가운데 그의 할아버지가 참전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다. 비록 전쟁에서 패했지만, 많은 독일인의 핏속에는 여전히 민족적 우월 의식이 흐르고 있다.

■ 이탈리아 경찰: 이민자와 자국민을 가리지 못하는 이탈리아 경찰은 일단 다 잡아들이고 본다.

이탈리아는 독일에 비해서 정부 기구의 조직력이 떨어진다. 2차 대전에서 독일 편에 서서 싸웠지만 독일군만큼 승승장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내에서 로마 북쪽과 남쪽의 지방색이 각기 강해서 독일처럼 나치의 기치 아래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 조직도 허술한 면이 있다. 이탈리아의 뿌리 깊은 범죄 조직 ‘마피아’가 여전히 활동하는 이유도 정부의 통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찰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부패한 경찰은 검거한 사람들로부터 뭔가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기도 하기에 이탈리아 경찰로부터는 이런 대응이 나온다.

■ 스웨덴 경찰: 자국민만 체포한 후 곧 훈방한다.

스웨덴은 바이킹 전통이 있는 나라로 평등 의식이 다른 유럽 국가와는 남다르다. 따라서 스웨덴 사람들은 외국 이민자들조차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식이 있다. 스웨덴 공공 기관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말은 ‘차별’이다. 그래서 이민자들을 차별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스웨덴 정부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결국, 스웨덴 경찰의 이러한 대응은 중부 도시인 에스킬스투나(Eskilstuna)에서 이민자와 자국 스웨덴 현지인 간의 패싸움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여론을 의식한 스웨덴 경찰의 궁여지책은 자국민을 체포하는 것이다.

한편, 이런 관대함에 대해서 스웨덴의 우익들은 ‘svenskadumheter(스웨덴의 어리석음)’이라고 조롱한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외부적으로는 인종 차별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내부적으로는 자국민 보호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으로 유럽 5개국의 경찰을 비교해보았다. 그렇다면 한국 경찰은 자국민과 이민자 간의 패싸움이 벌어졌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까? 또 그 배경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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