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은행 수수료 안 내는 방법 있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2.02.0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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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래 은행에 거래 집중…편의점 등의 자동화기기는 피해야

한 은행에서 고객에게 보낸 수수료 인하 안내문.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설 연휴 기간 한 공중파 방송이 퀴즈 프로그램을 통해 흥미로운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성인 남녀 3백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는 돈의 순서를 매기도록 했더니 ‘은행 수수료’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계좌 이체 등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간단한 거래에도 꼬박꼬박 수수료를 내야 하는 관행에 대해 국민들이 반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금융계는 지난해 말 유례없는 ‘탐욕’ 논란에 시달렸다. 미국에서 시작된 반(反)월가 시위(Occupy Wall Street)가 국내로 유입된 데 따른 영향이었다. 그 결과 은행권은 자동화기기 인출 및 송금 수수료를 줄줄이 50% 안팎씩 낮추었다.

흔히 은행 수수료를 ‘가랑비’에 비유한다. 옷 젖는 줄 모르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흠뻑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돈을 아끼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수수료는 은행마다 얼마나 차이 날까. 은행연합회 비교 공시 사이트를 통해 각 은행 수수료를 비교해보니 은행마다 2~3배 차이 나는 항목이 적지 않았다. 어떤 은행 창구를 찾느냐에 따라 한 번에 최고 몇만 원씩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수수료를 많이 징수하는 은행이라도 주거래 기준 등에 따라 할인 또는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타행 이체 때 은행별로 건당 3천원 차이

한 은행 창구에서 다른 은행으로 돈을 부칠 때 수수료 차이가 컸다. 5만원을 이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씨티은행은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같은 외국계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외환은행은 건당 3천원씩을 뗐다.

똑같은 금액을 이체할 때 수수료가 비교적 저렴한 은행은 국민은행(5백원), 농협(5백원), 기업은행(5백원), 우리은행(6백원), 신한은행(6백원), 하나은행(6백원) 등이었다. 반면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은 1천원, 산업은행·수협·경남은행·광주은행·제주은행은 1천5백원씩을 수수료로 뗐다. 대구은행은 타행 이체 수수료로 2천원을 매겼다.

자기앞수표를 발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SC은행과 수협, 신한은행이 정액권 장당 100원을 받았고, 하나은행·농협·산업은행·씨티은행·제주은행은 50원씩을 받았다.

개인 신용평가 수수료는 ‘제로’에서 최고 1만원까지 다양했다. 개인 신용평가 수수료란 고객이 은행에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할 때 징수하는 수수료이다. 대구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 등 지방 은행들은 주로 1만원의 개인 신용평가 수수료를 책정했다. 우리은행·신한은행·외환은행·수협은 5천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나머지 은행들은 이 항목의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았다.

외화 송금 수수료는 은행별로 두 배가량 차이 났다. 미화 2천 달러를 송금하면 씨티은행이 가장 많은 1만2천원의 수수료를 뗐다. 대다수 은행이 1만원의 수수료를 매겼지만 5천원(제주은행)만 떼는 은행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특이하게 송금액에다 0.05%를 곱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최고 1만원을 수수료로 책정했다.

자동화기기 인출이나 송금 수수료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은행 마감 시간(오후 4시) 전 타행 인출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파악해 보았더니 최저 6백원에서 최고 1천원까지였다. 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은 국민은행(6백원), 산업은행(6백원) 등이고, 높은 은행은 SC은행(1천원)과 하나은행(9백원) 등이었다.

은행들은 사회적 압력이 강해지자 일제히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화기기 및 중도 상환 수수료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서민 전용 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기 시작했다. 종전까지는 대출 고객이 만기 전에 상환하면 상환액의 0.5?2%를 중도 상환 수수료로 부과했다.

다른 은행들도 중도 상환 수수료 체계를 대출 잔존 일수에 따라 줄어드는 방식으로 대부분 개선했다. 대출 기간이 3년 경과되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완전 면제해주는 것이 골자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은행이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중도 상환 수수료 체계를 하루 단위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출 만기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하루 단위로 수수료율이 매겨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가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인하 폭이 미미해서다. 금융소비자연맹 분석 결과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네 개 대형 은행의 총 수수료 수입에서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불과했다. 은행권이 집중적으로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낮춰도 은행 전체 이익에는 별 영향이 없으리라는 얘기이다.

국내 은행권과 해외 금융회사 가운데는 자동화기기 이체·인출·송금 수수료를 아예 없앤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자기 은행 지점 간 계좌 이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선진국 은행들의 펀드 판매 보수도 국내 은행권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최근 사석에서 “수수료를 가장 적극적으로 낮춰왔지만, 더 낮출 것이 없는지 알아보라고 각 사업본부에 지시했다”라며 수수료를 계속 낮추겠다고 밝혔다.

조금이라도 은행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첫 걸음은 주거래 은행에 거래를 집중하는 것이다. 은행들이 신용카드 사용액과 공과금 자동 이체, 환전 실적 등 거래를 모아 고객 등급을 매기고, 이에 비례해 수수료를 깎아주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가 한 은행을 이용하면 통합된 거래 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 유리하다.

급여통장 등 개설하면 각종 수수료 면제

주거래 은행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급여통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이 통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인터넷뱅킹과 같은 전자 금융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도 최대 월 10회가량 받지 않는다. 증권 거래가 많은 사람이라면 출금·이체 수수료는 물론 온라인 주식 매매 수수료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해도 된다.

또 가급적 편의점이나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자동화기기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은행이 직접 설치한 것이 아니라 결제대행업체(VAN)가 운용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건당 1천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이다. 타 은행 자동화기기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평소 거래하는 은행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때보다 건당 5백원 안팎의 비용이 더 든다. 해외로 유학을 보낸 자녀가 있거나 해외 출장을 종종 떠난다면 외화 예금통장을 만들 만하다. 환전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특정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 수수료를 감면해주거나 아예 면제해주기도 한다. 기업은행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소년소녀 가장 등을 대상으로 최고 연 8.2%(3년 만기 적금 기준) 금리를 지급하는 신서민섬김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이 통장에 가입하면 조건 없이 전자 금융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타행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월 10회)를 면제해준다.

신한은행은 ‘신한 직장인 통장’ 이용자에게 전자 금융 수수료와 마감 후 인출 수수료를 우대해주고 있다. 이 통장은 타 은행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까지 월 5회 면제해준다. 당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타 은행 이체 수수료는 월 10회 면제해준다. 우리은행은 매달 50만원 이상 급여가 들어오는 ‘우리급여통장’ 가입자에게 당행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를 월 30회까지 받지 않는다.

기업은행 ‘IBK급여통장’에 가입하면 전자 금융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횟수에 관계없이 면제해준다. 추가로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 등 세 건 이상을 자동 이체하면 모든 은행의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까지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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