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에 버려지는 노인들…점점 늘어나는 현대판 ‘고려장’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2.0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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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요양원에 입소한 한 노인이 식사를 하지 않은 채 벽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노인요양시설에 부모들이 버려지고 있다. 기자는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직원과 간병인 등을 통해 ‘현대판 고려장’의 실태를 엿볼 수 있었다. 부모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자식들이 있는가 하면, 몇 달이 지나도 얼굴 한번 보이지 않는 자식도 있었다. 버려진 노인들에게 요양시설은 또 하나의 ‘창살 없는 감옥’이고, ‘강제 수용소’나 다름없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요양원의 이 아무개 원장은 “자식들에게 버려진 노인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자식들은 부모를 맡겨놓고는 함흥차사가 된다.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찾아오지도 않고 안부를 묻는 전화도 없다. 가끔 돈만 보내올 뿐이다. 증세가 심해져서 연락하면 죽기라도 바라는 말투이다. 버려진 부모는 말을 잃어버리고,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는 창밖만을 바라본다. 한번은 70대 할머니가 내 손을 끌어당기면서 휴대전화를 가리키기에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바쁘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요양원의 전 아무개 원장은 “요양시설에 와서 몸이 좋아져서 가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뒤에는 자식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있다. 환자들은 빨리 나아져서 자식들 곁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한눈에 봐도 멀쩡한데 자식들에게 억지로 떠밀려서 오기도 한다.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다가 쓸쓸하게 죽어간다”라며 씁쓸해했다.

수도권에서 노인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장 아무개 원장은 “요양원은 의료 행위가 안 되기 때문에 환자가 위험하면 병원으로 실려온다. 대부분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런데 어떤 자식들은 부모가 치료받고 호전되면 조바심을 낸다. 곧 죽을 줄 알았는데 나아지면 환자나 의사들에게 짜증을 낸다. 부모의 병간호를 서로 하지 않으려고 싸우거나 노골적으로 치료를 방해하는 자식들도 있다. 자기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시킨 후 돈을 맡기고 이민 간 사람도 있었다. 맡긴 돈의 액수가 바로 자기 어머니의 수명이었다. 그 돈만큼만 치료하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부모를 버리는 자식들, 자식에게 버림받는 노인들. 지금 노인요양시설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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