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는 아주 불안정한 상태다”
  • 도쿄·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2.02.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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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요지 도쿄 신문 편집위원이 김정남과 나눈 이메일 내용 담은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 요약

고미 요지 도쿄 신문 편집위원은 최근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출간했다.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과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풀어쓴 책이다. 고미 요지 편집위원은 1958년 나가노 현 치노 시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도쿄 신문에 입사해 1997년에 연세대학교 어학당에서 유학을 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도쿄 신문 서울지국에서 근무했으며 그 이후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중국 총국에서 근무했다. 저자의 허락을 얻어 책에 담긴,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메일의 주요 내용을 문답식으로 요약했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왼쪽)과 고미 요지 씨가 최근 펴낸 . ⓒ 연합뉴스 (왼쪽) ⓒ 시사저널 김미류(오른쪽)
고미 요지 : 처음 만난 내게 이메일을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김정남 : 실은 (고미 요지 씨 외에) 연락을 하기도 하고 식사를 하기도 하는 일본인이나 한국인 친구들이 있다. 당신(고미 요지)이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본인으로 처음은 아니다. 한국에는 정기적으로 마카오에 와서 나와 식사를 하고 있는 사업가도 있다. 스위스 쥬네브에서 국제학교에 다녔을 때 이런저런 친구들을 사귀었다. 그중에는 (미국의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에서 움직이고 있는 미국 친구도 있다. (내게는) 쥬네브 시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국제학교 재학 중 터키를 비롯해 각국에서 온 많은 학생과 친하게 지냈다. 그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당시는 동서 냉전과 남북 대치 상황이 가장 첨예했던 시기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나는 일본, 한국,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 즐겁게 보냈다. 단 한 번도 정치 이념을 화제로 올린 적이 없다. 지금도 일부 친구들과 교제하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덕분에 멀리 떨어진 친구들을 다시 찾았다. 쥬네브 유학 시절은 정말로 추억이 많았던 시기였다.

고미 요지 : 쥬네브 유학 시절 이철씨(유학 후견인이자 전 스위스 대사)가 정남씨뿐만이 아니고 다른 두 사람의 형제도 돌봐주었다고 들린다. 한국 보도에 따르면 비밀 자금을 관리했었다고도 한다.

김정남 : 이철씨를 비롯해 다른 사람에 대해 언급이나 평가는 하지 않겠다.

고미 요지 : 말투가 한국 사람처럼 들린다는 사람도 있다.

김정남 : 아마도 한국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간 어머니 쪽 친척들의 영향, 또 현재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몸에 밴 것도 있을 것이다. 외할머니는 어렸을 때 나를 돌봐주신 고마운 분이다. 남포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에 유학하신 분이다. 1994년에 88세로 돌아가셨다.

고미 요지 :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김정남 : 아버지는 아들에게는 승계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나도 직접 들었다. 그처럼 부정적이었던 3대 세습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있다. 북한 내부의 불안정은 지역의 불안정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고미 요지 : 중국 정부의 의도가 (후계와 관련해) 개입되었던 것 아닌가?

김정남 : 중국은 세습에 대해 반대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세습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미 요지 :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것인가? 중국은 정남씨가 차기 지도자가 되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고 지금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정남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 정부도 세습을 환영한다기보다는 북한의 내부 안정을 지지하고 북한이 결단한 후계 구도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본다.

고미 요지: 후계자가 되고픈 생각은 없는가?

김정남 :  나는 북한의 후계자가 되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 북한의 차기 지도자는 나로서는 참을 수도 없고 자신도 없는 자리이다. 기대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파괴하고 싶지는 않다.

김정남은 고미 요지 편집위원이 도쿄 신문 2011년 1월28일자에 보도된  인터뷰 기사에서 특히 3세 세습을 비난한 것에 대해 “기사 내용이 북한을 자극한 것 같다며 일종의 경고를 받았다”라고 했다.

“아버지와 후계자를 돕는 간부 중에 북한 주민의 민생을 챙기는 사람이 어느 정도나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유감스럽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이 살아남는 데 여념이 없는 간신들,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고 국사에 대해서는 거짓을 꾸며 주민과 지도자 간의 벽을 만드는 사람들은 아버지와 후계자 주위에서 없어졌으면 한다.”

“세습 비난 후 일종의 경고 받았다”

고미 요지 : 김정은은 어떤 인물인가?

김정남 :  동생 김정은의 성장 과정을 잘 모른다. 직접 만난 적도 없는 내가 그의 성격에 대해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미 요지 : 선군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남 :  나는 북한이 선군 정치를 하건 어떤 정치를 하건 상관없지만, 조금이라도 좋으니 주민들이 좀 잘 먹을 수 있는 생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고미 요지 : 주민 생활이 좀 윤택해졌다고 생각하는가?

김정남 :  최근에 평양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느낌을 알 수 없지만 외부에서 들은 소식에 의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아버지와 후계자를 돕는 간부 중에 북한 주민의 민생을 챙기는 사람이 어느 정도나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유감스럽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이 살아남는 데 여념이 없는 간신들,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고 국사에 대해서는 거짓을 꾸며 주민과 지도자 간의 벽을 만드는 사람들은 아버지와 후계자 주위에서 없어졌으면 한다.

고미 요지 : 북한이 군사 중심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김정남 :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열강 사이에서 지금까지 생존해왔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핵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만이 핵을 보유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이상한 국제 사회의 룰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어떠한 일방적인 강경한 행동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고자 한다. 우선 대화의 실마리가 보이면 북한에서도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좀 강해지지 않겠는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압력에 의해 핵을 알아서 포기한 사례를 알고 있는가?

고미 요지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해당되지 않는가?

김정남 : 그런 나라보다는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곳에 있는, 북한과 같이 생존 위기를 느끼는 나라가 핵을 포기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북한을 계속 추적하면 촉발을 원하는 북한의 강경파에 거꾸로 힘을 실어주는 결과만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고미 요지 :  현재 군을 컨트롤하고 있는 인물은 리영호 총참모장인가?

김정남 :  리영호씨가 군 고위직에 올라갔다. 규정상 북한군의 총참모장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군사 행동을 지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권력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북한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른다.

고미 요지 :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김정남 :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파탄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개혁을 하면 체제 붕괴의 위험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시간만 낭비하지 않을까. 내가 들은 바로는 2006년 장성택씨가 중심이 되어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도입하기 위해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들었다. 나는 개혁·개방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는데 북한이 그처럼 거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그리 거부 반응을 보이는지 정말 모르겠다. 동생이 개혁·개방에 대해 부정적이라면 도대체 그가 향후 어떤 북한 발전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고미 요지 :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김정남 : 북한은 내부적으로 아주 불안정하다. 한국에 (연평도) 포격을 가하기도 하고 대화를 꺼내기도 한다. 방침의 변화가 짧다. 한편 군이 힘을 얻고 있다. 아버지는 군을 등에 업고 통치를 했지만 군의 권력이 너무 커졌다고 생각한다. 후계 작업에 실패하면 반드시 군이 실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외교는 지금부터 강경과 대화 두 축으로 갈 것이다.

(연평도 포격 이후인 지난해 2월10일자 메일에서 김정남은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대화 공세에 나서는 것은 아마도 쫓기고 있는 식량 문제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연평도 포격과 같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이제 와서 한국과 대화해서 식량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의도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북 대화를 그리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식량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면 불리한 쪽은 북한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군 제617대연합부대를 시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의 외자 유치 계획은 현실성 희박”

고미 요지 : 북한의 경제 정책과 관련한 북한의 투자 창구로는 대농국제투자그룹이나 조선합영투자위원회가 있는데, 북한의 경제 정책은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김정남 : 북한의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있지 않기에 잘 모른다. 북한이 외국 투자를 유치해서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현실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유감이다. 대농그룹이든 조선합영투자위원회이든 대북 투자 유치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북한에는 외국 투자 유치에 필요한 보호 정책이나 규정이 없다. 북한 당국이 한국과 함께한 금강산 관광 개발 독점권을 임의적으로 취소한 것이나 한국 현대 그룹이 건설한 금강산 시설을 일방적으로 압류하는 무지한 짓을 보여준다면 북한에 투자할 외국인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북한 자신이 불러일으킨 국제적 고립에서 탈출해서 신뢰를 쌓는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 경제 부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면 좋겠다.

고미 요지 : 현재(지난해 12월10일) 평양은 건설 붐이다. 수도를 발전시키는 것을 평가받아야 한다는 사람과 사람을 강제로 동원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김정남 :  수도 발전에 대해서 들은 적은 있지만 강제로 공사를 진행하면 부실 공사가 걱정된다.

“우선 대화의 실마리가 보이면 북한에서도 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좀 강해지지 않겠는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압력에 의해 핵을 알아서 포기한 사례를 알고 있는가?”

고미 요지 씨는 2012년 1월1일 고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이후 압록강을 건넜는지, 고별식을 보았는지에 대해 김정남에게 물었다. 고미 요지 씨가 김정남과 주고받은 가장 최근의 이메일이다. 이에 대해 김정남은 마지막까지 평양에 갔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부정하지 않았다.

고미 요지 씨는 김 전 위원장의 사망 발표 이후 연말에 10여 일 정도 연락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김정남이 단기간 북한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미 요지 씨는 ‘김정남은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 1년 전 인터뷰 때와 비교해 분명히 부정적으로 되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주의 깊게 보아야겠다’라며 글을 맺었다.

 “김정남, 마카오 등에서 투자하며 지내고 있다”  
<시사저널>은 책 출간을 계기로 고미 요지 도쿄 신문 편집위원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김정남은 마카오 등에서 투자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김정남을 몇 차례 만났는가?

세 차례 만났다.

김정남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확실히 즐기는 사람이라는 면도 있지만, 독서가로서 북한의 문제점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김정남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있는가?

없다.

이 시점에 책을 출판한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왔고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를 때 그(김정남)의 말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책 출판 전후에 김정남과의 연락은 없었는가?

출판 후에는 없었다.

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김정남의 생각은 어떤가?

아버지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동생은 만난 적은 없지만, 경험이 부족한 점을 걱정했다.

김정남은 김정은 체제가 잘 갈 것이라고 생각하나?

잘 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잘 가지 못할 경우 자신(김정남)이 북한의 리더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야심은 없다고 했다.

만약에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발언이나 암시하는 것은  없었나? 고미 위원이 느낄 만한 것은 없었나?

특별하게 없었다. 그러나 북한 정치에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북한 내부의 권력 투쟁에 대해 김정남이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없다. 최근 평양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원한 것인가, 아니면 중국 정부 자체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가?

중국 정부가 향후 정치적 카드로서 간직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김정남은 중국이나 마카오 등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나?

투자를 하고 있다고밖에 말하지 않았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김정남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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