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온도 제한 정책에 국회만 ‘무법지대’?
  • 강청완 인턴기자 ()
  • 승인 2012.02.02 00: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시민단체 공동 현장 감시 활동 결과, 공공 기관 제한 온도인 18℃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1월26일 국회 본관의 한 사무실 현재 온도가 25℃를 가리키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서울시내 한 구청의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큼직하게 써놓은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우연히 들른 민원실에는 한기가 감돌았다. 민원을 처리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있었다. 지난해 12월15일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가 발표한 실내 온도 제한 정책(20℃로 제한. 공공 기관은 18℃로 제한) 시행 이후 공공 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는 지난해 9월15일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 사태를 시작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고조되는 데 따른 ‘특단의 조치’였다. 지경부는 수시로 점검하면서 최대 3백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적발되면 기관 평가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해당 공공 기관은 대부분 긴장 모드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과연 실내 온도 제한 기준을 얼마나 준수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이 실제 확인한 결과, 국회 시설 중 공공 기관 제한 온도인 18℃를 준수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시사저널>은 지난 1월18일 겨울철 에너지 절약 감시 활동을 상시적으로 수행하는 ‘에너지시민연대’ 및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 내부의 본청, 의원회관, 도서관을 대상으로 실내 온도를 측정했다. 지경부가 공고와 함께 발표한 난방 온도 제한 대상 리스트에는 엄연히 국회도 포함되어 있다. 

측정은 이날 오후 3시쯤 실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일 기온은 최고 기온 5.4℃, 최저 기온 -2.2℃로 평균 기온은 1.4℃였다. 측정 방식은 지경부에서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와 함께 별첨한 ‘난방 온도 측정 방법 및 평균 온도 산정 방법’을 준수했다. 실내를 창측·벽측·중앙으로 나누고, 같은 지점에서 세 차례 온도를 측정해 평균값을 구하는 식이다. 측정 기기는 공공 기관 점검반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기종인 독일제 온도 측정기 ‘테스토625’를 사용했다.

대체로 24℃ 안팎…적정 기준 5~6℃ 웃돌아

국회의 모든 건물은 개별적으로 온도를 낮추거나 높일 수 없는 중앙 난방 형식이다. 의원회관의 경우 6층, 4층, 2층에 있는 의원실 세 곳의 실내 온도가 각각 24.3℃, 23.8℃, 24.1℃로 전부 24℃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청의 경우, 로비는 23.7℃, 국회사무처 두 곳의 사무실은 각각 23.1℃와 23.8℃였다. 대체로 24℃ 안팎으로 적정 기준을 5~6℃가량 웃돌았다.

국회도서관의 경우 평균 실내 온도가 다른 두 곳보다 높은 편이었다. 이는 도서관이 학습 목적 공간으로서 실내 온도 제한 제외 구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경부 에너지절약협력과측에 따르면, 도서관 내부에서도 학습 공간을 제외한 사무 공간은 제외 구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 기관 기준인 적정 기준 18℃를 준수해야 한다. 국회도서관에는 열람실 외에도 국회 관련 부처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측정 결과 이러한 사무실의 온도는 25℃를 웃돌았다. 적정 기준 18℃보다 무려 7℃가량 높은 수치이다.

에너지시민연대 정희정 사무처장은 “실내 온도를 1℃ 낮추면 국가 전체 난방 에너지의 7%(2천7백15억원)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 내부 시설 실내 온도는 최저 4℃에서 최고 7℃까지 공공 기관 적정 기준을 웃돈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박재훈 설비과장은 “난방 시스템이 다소 노후화되었고 건물의 위치와 방향에 따라 온도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적정 온도를 준수하기 힘든 면이 있다. 예년에 비해 온도를 낮췄고 (적정 온도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