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태풍의 눈’은 죽지 않는다
  • 유창선│시사평론가 ()
  • 승인 2012.02.07 02: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불참여’ 단정하기는 아직 어려워…총선 끝난 후 6~7월께 결단할 가능성 남아 있어

지난 1월21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안철수 원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은 과연 주춤한 것인가. 안원장이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여러 언론은 그가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는 정치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미국에서 보니 민주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라는 그의 말은 정치 참여에 대한 회의적인 언급으로 해석되었다. 이 발언이 보도된 날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하한가로 반전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진보 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안철수 원장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월27~29일 전국 성인 남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여론조사 결과, 문이사장은 12월 22.2%보다 7.1%포인트 상승한 29.3% 지지를 얻어 선두로 올라섰고, 안원장은 12월 35.5%보다 7.6%포인트 하락한 27.9%의 지지를 받아 2위로 내려갔다(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 설 연휴 이후 대선 주자 지지율 추이를 보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이사장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데 비해 안철수 교수는 하락세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민주통합당 주변에서는 범야권 대선 후보로 안철수 원장의 이름이 잦아들고 문재인 이사장의 이름이 다시 많이 거명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안원장의 지지율 하락이 자신에 대한 시선 집중을 피하려는 의도적 발언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어찌 되었든 안원장의 급등세는 일단 한풀 꺾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안철수 ‘귀국 발언’에 숨겨진 뜻은?

그러나 2012년 들어 안철수 바람이 수그러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안원장의 귀국 발언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그의 정치 참여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진단하는 언론이 있다면 오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라는 이름은 여전히 2012년 대선의 판을 좌우할 주인공로 살아 있다. 안원장은 결국 올해 대선판에 뛰어들 것이다.

우선 안원장은 정치 참여에 대한 진지하고도 적극적인 고민을 자신의 입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8일 출국하며 공항에서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으로 해석되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구글 본사에서 에릭 슈미트 회장과 만난 뒤 “고민을 할 때 고민이라는 단어를 쓴다. 지금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리 정해놓고 나서 수순을 밟기 위해 고민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설명까지 했다. 적어도 귀국 이전까지 안원장이 했던 말들은 자신의 정치 참여에 대한 진지하고도 적극적인 고민을 드러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것은 말 그대로 ‘고민’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인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이미 결론은 내려놓고 모양새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을 끌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안원장은 자신이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 실제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크게 보도한 그의 ‘과외 수업’도 열려 있는 가능성에 관한 대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 자체가 정치 참여의 결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야권으로서 ‘안철수 없는 대선판’에는 한계

그의 귀국 발언이 있었다고 해서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한 안원장의 고민이 불과 며칠 사이에 부정적인 결론 쪽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안원장의 귀국 발언은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했다기보다는, 아직 자신이 결론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 참여가 기정사실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더는 숨 고르기 차원의 대응이라 보면 될 듯하다.

안원장은 자신의 정치 참여 여부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 고민 이외에도, 전반적인 대선 정국의 흐름 속에서 판단되고 결정될 문제임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원장에게 정치 참여는 곧 대선에 뛰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하고,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않을 성격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는 얘기이다. 개인적으로야 자신이 정치라는 새로운 영역의 일을 견뎌내고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따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상황이 정말 자신의 정치 참여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아는 안철수다운 고민과 판단의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올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 같은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지, 제가 시기를 정하거나 택할 수 없는 것 같다”라는 안원장의 대답 속에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생각이 응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결론은 개인의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대선을 앞둔 앞으로의 정치 상황에 따라 내려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굳이 자신이 뛰어들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정치 참여를 하지 않겠지만, 한나라당이 아닌 세력으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자신이 꼭 필요하다면 뛰어들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근접한 진단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가 정치에 참여할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범야권 세력에게는 안철수 없는 대선판의 한계가 여전히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문이사장의 존재만으로 범야권 세력이 박근혜 위원장을 상대로 한 대선 승리에 자신감을 갖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문이사장의 정치적 위상은 4·11 총선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되겠지만, 그가 부산에서 당선되어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낸다 해도 그 혼자만의 힘으로 박근혜 위원장과의 승부를 자신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안원장의 참여를 통해 범야권의 대선판을 키우고 그 속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박근혜 위원장을 이길 후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범야권 세력은 강력히 요구하게 될 것이다. 문이사장이 부진할 경우는 안원장이 대안으로, 문이사장이 상승세를 보일 경우는 문재인-안철수 빅매치의 성사를 위해 범야권은 안철수의 결단을 기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안원장은 2012년 정권 교체라는 과제 앞에서 그러한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안원장의 정치 참여 여부에 대한 결론은 4·11 총선이 끝나고 범야권의 후보 구도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시점인 6~7월께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는, 즉 정치 참여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는 안원장은 정치 행보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4·11 총선에서의 지원 활동 같은 것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거나 정치 참여가 사전에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2011년 하반기에 그러했듯이 올해에도 여전히 한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인물이다. 그는 2012년 대선의, 조용한 태풍의 눈으로 살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