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 개 문패를 바닥에 붙인 까닭은?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2.02.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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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변화 담은 기획전 여는 사진작가 화덕헌씨

ⓒ 화덕헌 제공

관람객의 눈길은 바닥으로 향한다. 대문에 걸려 있어야 할 3천여 개의 문패들 사진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 문패들은 지금 부산의 철거 예정 지역에 걸려 있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벽으로 향하면 고층 빌딩 숲을 이룬 해운대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부산 원도심의 초라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삶의 터전이 하나 둘 사라지는 부산의 풍경은 미술관 전체를 품고 있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연속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SPECTRUM’의 네 번째 순서, 사진작가 화덕헌씨의 <터 무늬 없는 풍경>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이번 사진전은 그가 2005년부터 해온, 도시 경관에 관한 작업의 연장선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인물 위주로 담는 작업을 하고 발표했는데, 그 방식에 대해서 회의가 들었다. 개별적인 사건보다 이들을 가난하고 어렵게 만드는 도시 상황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새 작업이 ‘아파트 시리즈’였다. 그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광고 카피의 부조리성을 지적하는 홍세화씨의 칼럼을 읽으면서 아파트 문제를 앵글에 담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지금 살고 있는 해운대의 마천루 풍경 그리고 과거에 살았던 원도심의 상대적으로 황폐해진 모습은 그렇게 하나 둘 사진으로 쌓여갔다.

“사진을 전공했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아내에게 배웠다”라고 답했다. 수동 카메라 조작법을 1992년 처음 여자친구(지금의 아내)에게 배웠고 이후 특별히 따로 배운 적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생각하는 사진은 기계 장치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며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언어’와 가깝다. “오히려 작가로서 사회의식을 가지고 작업하는 데 더욱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인 공부이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스스로가 ‘부산’을 찍으며 의식이 성숙되고 발전해왔다고 했다.

화씨에게는 또 다른 명함이 있다. 그는 해운대 주민들 사이에 ‘화의원’으로 불린다. 현재 해운대구의회 초선 의원(진보신당)이다. 사진작가와 구정 활동은 어떤 궁합일까 궁금했다. “사회적 실천을 하는 작업 그리고 기록을 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게다가 구정 활동을 하면서 들어오는 이미지들은 사진작가인 나에게 좋은 자양분이 된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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