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과 충분한 교감 나누었다”
  • 안성모·이규대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2.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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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장 팬클럽 ‘나철수’ 공동대표 맡은 정해훈 북방권교류협의회 이사장 인터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팬클럽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가 지난 2월9일 전격 출범했다. 유력 대권 주자의 팬클럽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안원장의 경우 대권 도전에 나설지 여부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지지하는 팬클럽이 등장한 것이다. 안원장에게 이제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올라와 달라는 요청으로도 읽힌다.

그런데 안원장측에서는 ‘나철수’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안철수재단’ 법률고문 겸 대변인인 강인철 변호사는 ‘최근 안철수 원장의 팬클럽 등 각종 자발적 조직과 관련해 이는 안원장은 물론 재단과도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린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안원장측에서 팬클럽 출범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지난 2월10일 서울 대방동 사무실에서 ‘나철수’ 공동대표를 맡은 정해훈 북방권교류협의회 이사장을 만났다. 정대표는 지난 1997년부터 15년 동안 조순 전 민주당 총재를 보좌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조 전 총재는 지난 1월3일 서울 봉천동 자택에서 안원장과 만났다. ‘시골 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과 정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안원장측은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은 것이 전부였다”라고 밝혔지만, 정대표는 “안원장과 충분히 교감을 나누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10일 기자와 만나 안철수 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전하는 정해훈 대표. ⓒ 시사저널 이종현

조순 전 총재를 오래 보좌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노태우 정부가 북방 정책을 펼 때 이를 수행할 민간 차원의 단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해 정계·재계·학계 등을 총망라하는 북방정책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을 누비며 북방 교류의 실천적 활동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고는 지원이 뚝 끊기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제 관계에 관련되는 일이 국가의 지원 없이는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것이 내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이다. 1997년 조순 총재께서 정치권의 분파주의에 반대하는 참신한 사람들을 모아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자고 나섰다. 여기에 공감해 대선 캠프에서 언론 특보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정운찬 전 총리도 도왔다고 하던데?

지난 대선 때 정운찬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우려고 했었다. 그런데 정 전 총리가 출마 의지를 딱 부러지게 밝히지 않았다.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지지율, 조직, 자금 등을 우려하면서 끝까지 결단을 못 내렸다. 올해 치러지는 총선 및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지 않나. 과연 어떤 분과 함께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성할지 계속 고민해왔다. 그러던 중에 지난해 9월 ‘안풍(安風)’이 불기 시작했다. 안원장이 정치 행보를 하리라는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불출마 선언을 하고 박원순 시장을 흔쾌히 지지하는 것을 보면서 결단력도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안원장의 지지율도 확 올라가지 않았나. 그것이 바로 국민들의 열망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

안원장은 정 전 총리와는 다르다고 보았다. 무료로 백신을 배포하는 등 나눔의 철학을 가졌다. 또 의사에서 기업 CEO로 변신해 성공하지 않았나. 그러던 중 평소 안원장이 조순 전 총재를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두 분을 만나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12월20일경 조 전 총재를 뵙고 이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기꺼이 만나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연락처를 수소문한 끝에 지난해 12월28일 안원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었고, 결국 지난 1월3일 오후에 만남이 성사되었다.

조 전 총재는 안원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평소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조 전 총재는 정치 개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안원장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안원장과의 만남 전날에 하고 싶은 말을 미리 정리해둘 정도로 안원장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날 만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안원장이 박경철 원장과 함께 오후 3시40분쯤 도착했다. 안원장은 단정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안원장과 박원장, 조 전 총재와 나 이렇게 네 명이 둥글게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원장은 “10년 전에 조 전 총재를 뵈었다. 그때 한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람은 항상 내실을 탄탄하게 해야 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너무 자기를 많이 나타내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다. 늘 그 말씀을 가슴 속에 새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 전 총재도 “그런 것까지 기억을 해주니 고맙고, 오늘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라고 말했다.

이후 조 전 총재께서 “안원장이 요즘 여러 가지로 힘든 것 같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지지율 이야기를 꺼냈다. “50% 넘는 지지율을 볼 때 안원장이 국가적 소명감을 느끼셔야 한다. 절대 이것을 저버리면 안 된다. 이것은 국민이 주는 메시지이다. 지도자가 되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 달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감당할 준비를 하셔야 한다”라는 당부의 말씀이었다. 그러자 안원장이 “사실 저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후 “그런데 저를 지지하는 50% 안에도 반대하는 분이 있고, 지지하지 않는 50%도 있다는 게 부담스럽다. 어떻게 수용하고 준비해나가야 할지 참 어려움이 많다”라고 밝혔다.

2월9일 서울 프레스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안철수 팬클럽 ‘나철수’ 창립대회에서 정해훈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그러자 조 전 총재께서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내가 서울시장에 처음 출마할 때 지지율이 6%였다. 그래도 선거 캠프가 꾸려지니 힘도 나고 지지율도 점점 올라가더라. 걱정 마라. 이미 50% 아닌가. 선거를 하려면 많은 지지 세력이 필요하다”라고 하셨다. 나는 “포럼 형태가 중요하다. 요즘 안원장께서 여러 전문가로부터 학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칫 비밀과외처럼 비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비중 있고 공개적으로 하려면 포럼 형태가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안원장이 “포럼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세부화해야 하나, 하나로 묶어야 하나”라고 묻더라. “다 묶지는 마라”라고 이야기해주고 “일단 포럼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라.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옥석이 구분된다. 중요한 결단은 안원장께서 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안원장도 알았다고 하더라.

이후에는 대화 주제가 선거운동 등으로 넘어갔다. 안원장이 “거리 유세도 해야 하지 않나”라고 묻기에, 내가 “이제는 거리 유세가 크게 필요 없다. 방송 토론 같은 것이 중요하다. ‘청춘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치르셨으니까 방송 쪽은 강하실 것이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정운찬 전 총리 이야기도 나왔다. 나는 “그때의 조직들이 있으니 한 축이 되어드리겠다. 잘 준비를 해서 앞으로 긴밀하게 연락을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연락을 어떻게 드리면 되겠느냐’라고 물었더니 안원장이 나에게 준 명함을 달라고 해서 여기에 자신의 메일 주소를 다시 적어주었다. 직접 연락을 취할 곳을 묻자, 박경철 원장에게 하라고 말했다. 박원장에게 전화를 하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안원장측에서는 단지 덕담을 나누는 정도의 자리였다고 밝혔는데.

안원장은 일상적인 만남 중 하나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력한 대선 후보와 정계 원로가 만나는 것은 가벼운 만남이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덕담 수준이 아니었다. 조 전 총재께서도 “절대 회피하지 마시라. 내가 밀어드리겠다”라고 하셨다. 조 전 총재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그냥 하는 분이 아니다. 행동을 무겁게 하는 분이다. 우리도 마음속으로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조 전 총재는 이날의 만남을 어떻게 평가했는가?

안원장 일행이 떠난 후, 조 전 총재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 전 총재께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의지가 있는 것이니, (앞으로) 잘 보필해드리라”라고 했다. 실제로 선거운동이나 포럼 구성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나.

이후 안원장측과는 교감이 있었나?

그날 저녁에 바로 안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만남을 갖고 나서 조 전 총재께서 기뻐하셨고 잘 추진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후 안원장이 2주 동안 미국에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디 초청으로 가느냐고 하니까 실리콘밸리 초청으로 간다고 했다. 그래서 이왕 가는 것 브루킹스나 헤리티지에 가서 강연이나 간담회라도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안원장이 브루킹스에 아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 그래서 간담회라도 하라고 했다. 나는 이런 것으로 충분히 교감이 끝났다고 보았다. 뭐가 더 필요하나. 안원장도 상당히 적극성을 띤 것 아닌가. 안원장이 미국에 가는 날 이메일을 또 보냈다. ‘미국에 잘 다녀오시라. 우리는 준비 잘되고 있다. 미국에서 성과를 거두고 돌아와달라’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안원장이 ‘감사하다. 잘 다녀오겠다’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우리 쪽에서는 안원장이 미국에 다녀온 후 미팅도 하지 않겠는가 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돌아와서는 다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과거 정운찬 전 총리 때처럼 발을 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안원장이 호흡을 조절하려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니 계속 가자고 했다. 한편으로는 안원장이 혼자 힘으로는 절대로 대선 출마를 결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세 보 전진해 안원장이 한 보 전진하도록 도와주자고 결심했다. 포럼 출범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철수의 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포럼이었다.

포럼 형태로 구상했던 모임이 왜 팬클럽으로 바뀌었나?

포럼 출범 준비를 끝내고 안원장측과 논의하기 위해 강인철 변호사를 만났다. 그런데 강변호사는 포럼 출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포럼 이름에 안원장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안원장측과 충돌 없이 우리의 계획을 진행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출범 며칠 전에 모임의 성격을 포럼에서 팬클럽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현재 안원장측은 ‘나철수’와 선을 긋는 모습인데.

일부 언론에서 ‘나철수’가 정치 조직이 될 수 있고 기부금 활동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성 기사를 내보냈다. 강인철 변호사는 아마 기부금 활동 부분에서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안원장의 이름을 내걸어 기부 활동을 벌인다면, 분명 이제 막 출범한 ‘안철수재단’의 활동과 겹쳐서 충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나철수’가 구상하는 활동은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왜 받나. 강변호사가 이 부분을 좀 오해한 것 같다.

앞으로 안원장측과 함께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당연하다. 안원장측이 바보가 아니고, 우리도 바보가 아니다. 큰 뜻을 갖고 일을 해왔다. 함께 참여한 분들도 정치 개혁에 대한 일념으로 나섰다. 그 중심에 안원장이 설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안원장도 손실이 크고 우리도 손실이 크다.

신당 창당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실제로 많이 고민했다. 이번 대선은 총선의 발판 없이 치를 수 없다. 안원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완주를 하려면 세력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 물론 우리측에서는 안원장을 계속 설득하겠지만, 설득하면서 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로드맵대로 갈 수밖에 없다. 반드시 ‘안철수 신당’을 만들 것이다. 팬클럽을 곧바로 신당 창당으로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팬클럽과 신당 ‘투 트랙’으로 갈 것인지는 곧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기존 정치인들이 합류하면 안원장의 신선함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 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는 신선함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 여기서 후퇴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안원장은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본다. 대선에 나와 우리와 뜻을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안원장이 결심만 하면, 우리는 바로 가서 모든 준비를 갖추고 보필할 용의가 있다. 부디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정해훈 대표 주장에 대한 안철수 원장측의 입장 

안철수 원장측은 정해훈 공동대표의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안원장측 관계자는 “사회 원로인 조순 전 총재가 만남을 청하니, 여기에 응해 좋은 말씀을 듣고 온 것일 뿐이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포럼’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정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안원장이 원래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때 긍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고개를 끄덕인다든지, ‘예’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사회 원로 앞에서라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원장이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 것을 두고는 “원로이신 조순 전 총재 앞인 만큼 본인 연락처를 알려준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리라고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 것으로 지속적인 만남을 암시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강인철 변호사가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담아서 보도자료를 냈다. 이것만 보아도 안원장측과 ‘나철수’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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