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향 비슷한 남녀가 만나 살다 보면 ‘닮은꼴’ 된다
  •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 승인 2012.02.2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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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안팎 함께 산 부부들의 과거·현재 사진 분석 및 설문 결과

ⓒ honeypapa@naver.com

닮은 사람끼리 결혼하면 잘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사한 사람들끼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심리학 연구들은 파트너 사이의 성격·태도·능력·외모 수준을 포함한, 유사성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증가하고, 그 결과 관계의 지속 기간도 길어진다는 사실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 뿜어내는 매력에 끌리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매력이 지속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호 작용 과정에서 서로 공감하기 위해 무의식적인 모방 행동 보여

유사성이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과 유사한 사람과의 관계가 일종의 보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꼼수다>(<나꼼수>) 지지자는 자신과 사회, 정치적 태도가 비슷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이 <나꼼수>와 관련해서 듣기를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 가능성이 커진다. <나꼼수> 반대자의 경우에도 자신과 태도가 유사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꼼수>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이것이 보상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태도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들을 가능성이 커진다. <나꼼수> 지지자와 반대자가 함께 있게 되면, 서로 상대로부터 자신을 짜증나게 만드는 이야기를 듣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만약 유사한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에서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면, 그 역도 참일 수 있을까? 즉, 만족스러운 관계가 사람들을 서로 유사하게 만들 수도 있을까? 닮은 사람끼리 서로 사랑에 빠져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듯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서로를 닮아갈 가능성도 있는 것일까?

자이언스(Zajonc) 등의 연구자들은 부부들에게서 발견되는 유사성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안 발생했던 둘 사이의 상호 작용의 결과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가정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부부간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상대의 정서 표현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모방이 일어나고, 이러한 안면 표정의 모방 과정을 통해 부부의 얼굴은 서서히 닮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주인공의 표정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이 미소 지으면 같이 미소 짓고, 역겨운 표정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 인중을 무의식적으로 찡그리게 된다. 이러한 모방 행동은 모방을 통해 상대가 현재 느끼고 있는 정서를 잘 이해하기 위한, 즉 공감하기 위한 기제라고 한다.

배우자가 행복하거나 고통스러운 마음을 얼굴을 통해 표현하면, 상대방은 그러한 정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배우자의 얼굴 표정을 모방하게 된다. 그런데 얼굴 표정을 모방하는 동안의 변화된 얼굴 근육(눈이나 입가 주름과 같은)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고스란히 얼굴에 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생을 통해서 공간적으로 매우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면서 동일한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는 부부들이 시간이 경과한 후에 서로 유사한 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이언스 등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가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동일한 지역(미국 디트로이트와 위스콘신 주)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한 지 25년 정도 된 실제 부부들의 젊었을 때와 현재의 나이 든 모습이 담긴 사진 그리고 부부가 아니라 무작위로 짝 지어진 남녀의 젊었을 때와 현재 사진을 준비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독사진(남성 또는 여성)을 하나 제시하고 그 밑에 제시한 6명의 이성들 독사진 가운데 누구와 부부일 것 같은지, 그리고 가장 유사한 사람은 누구인지에 대해 순서를 매기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시켰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 부부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젊었을 때 사진들보다 나이가 든 후의 사진들에 대해 더 결혼했을 가능성이 크고 더 유사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부부는 젊었을 때보다 25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더 닮아 보인 것이다.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면서 점점 닮아가

하지만 무작위로 짝 지어진 남녀의 사진의 경우에는 젊었을 때 사진과 나이가 든 후의 사진들 간의 결혼 가능성과 유사성 평가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이가 든 후의 사진에 대한 평가에서 무작위로 짝 지어진 남녀보다 실제 부부의 사진에 대해 결혼 가능성과 유사성을 크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나이가 들면 모두 비슷비슷해지기 때문에 나이 든 부부의 사진을 유사하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나이가 든다고 해서 다들 비슷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 생활을 함께한 부부들만이 비슷해진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실제 부부들의 사진을 제시하고 평가하도록 한 경우에도 갓 결혼했을 때의 사진들에 대한 결혼 가능성 평가와 유사성 평가는 무작위로 선정된 남녀에 대한 평가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관계를 시작할 때의 유사성은 보잘것없었지만, 시간이 유사성을 키운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월이 부부들의 얼굴을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얼굴 표정에 대한 자동적인 모방은 정서의 전염과도 관련되어 있다. 얼굴 표정을 통해 나타나는 얼굴 근육의 변화가 그에 상응하는 행복이나 고통과 같은 정서를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보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 사람의 행복한 표정을 모방하게 되고, 이러한 표정을 짓는 동안에 나타나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실제로 행복함과 같은 정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남편을 보게 되면, 자동적으로 아내의 얼굴에도 행복한 표정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아내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자이언스 등은 실험에 사진을 제공했던 실제 부부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자신들이 서로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정도,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 행복감 그리고 살면서 경험했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건들의 수 등에 대해 질문했다. 결과에 따르면, 결혼 생활을 한 지 25년 된 부부들은 서로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행복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걱정이나 근심들을 더욱 많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부부가 서로의 정서를 공유함으로써, 실제로 외모가 점점 닮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감이 있는 결혼 생활이 부부를 서로 닮아가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심리학의 힘 P: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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