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PK에서는 여전히 ‘건재’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2.2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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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민심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1위…문재인·안철수와의 맞대결에서도 앞서

ⓒ 시사저널 유장훈

‘“4·11 총선을 통해 부산 시민들이 ‘문재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또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줄 것이다.” 부산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 간판으로 총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의 말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총선을 발판으로 대권 고지에 한 걸음 더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직접 출사표를 던진 문고문은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선거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지역 총선 성적에 따라 대권 주자로서의 주가가 급변할 수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지역을 사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박위원장에게는 ‘텃밭’이나 다름없는 곳이지만, 최근 들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지역 현장 면접을 부산에서부터 갖기로 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또 다른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고향 역시 부산이다. 2월16일 전격적으로 민주당에 입당한 김두관 경남도지사 역시 이 지역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대권까지 넘보고 있다. ‘PK 민심’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여야 대권 주자들에 대한 PK 민심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14일 부산·울산·경남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백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표본 오차는 ±4.4%포인트, 신뢰 수준은 95%이다.

문재인 고문 지지도와는 19.3%p 차이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라는 질문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3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PK 지역에서 박위원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예전처럼 일방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박위원장에 이어 문재인 고문이 17.1%로 2위, 안철수 원장이 15.8%로 3위에 올랐다. 특히 2030세대 젊은 층에서는 문고문과 안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박위원장에 비해 근소한 우세이거나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PK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도 박위원장(28.5%)이 첫손에 꼽혔지만, 문고문(17%)과 김두관 경남도지사(16.3%)도 만만찮게 높은 지지도를 얻었다.

‘여권의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될 것으로 전망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박근혜 위원장을 지목하는 응답이 62.3%로 단연 압도적이었다. 현재로서는 박위원장에 대항할 만한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여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안철수 원장이 13.7%로 2위에 오른 것은 이러한 여권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뒤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3.3%),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2.7%), 김문수 경기도지사(1.0%) 등이 이었지만, 수치는 미미했다. ‘야권의 대통령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문재인 고문(30.5%)이 안철수 원장(20.7%)을 10%포인트가량 앞섰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8.4%, 정동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5.0%,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3.7%로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시사저널>은 PK 지역 주민을 상대로 다자 구도뿐만 아니라 양자 구도의 가상 맞대결 조사도 벌였다. 현재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 위원장을 상대로 야권에서는 문재인 고문,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지사 그리고 안철수 원장 등을 맞붙여보았다. 그 결과, 모두 박위원장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위원장과 안원장의 맞대결에서는 박위원장이 51.2%, 안원장이 44%로 격차는 7.2%포인트 차이였다. 이에 비해 박위원장과 문고문과의 맞대결에서는 그 격차가 조금 더 벌어졌다. 박위원장이 55.8%, 문고문이 36.5%로 19.3%포인트 차이가 났다. 야권의 차기 대통령감에서는 문고문이 앞섰지만, 박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안원장의 경쟁력이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문고문과 안원장 지지자들의 성향 차이이다. 차기 대통령감 지지도 조사에서 문고문을 지지한 이들의 77.9%가 ‘박근혜-안철수’ 양자 대결 구도에서 안원장을 지지했다. 반면 안원장을 지지한 이들 중 61.4%만이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 구도에서 문고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박근혜-손학규’ 또는 ‘박근혜-김두관’의 양자 대결 구도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고문 지지자의 60% 이상이 손 전 대표 또는 김지사 지지층으로 흡수된 반면, 안원장 지지자는 40% 내외만 흡수되고, 50% 내외는 오히려 박위원장 지지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원장의 지지층이 문고문 등 현재 민주당 대권 주자들의 지지층보다 중도 성향을 더 많이 띠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고문과 야권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 도전에 대한 PK 지역 민심은 다소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직접 나서기보다는 다른 후보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라는 응답이 35.3%로 가장 많았다.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한다’라는 응답은 18.7%에 머물렀다. 안 원장이 직접 대권에 도전하기보다는 다른 후보를 돕는 역할을 더 많이 주문한 것이다. ‘정계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응답 또한 35.1%로 많이 나타났다. 안원장이 신당을 창당하면 지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가 36.7%, ‘있다’가 21.9%로 조사되었다. 반면 ‘그때 가 봐서 결정하겠다/무응답’이 41.4%로 가장 많게 나타나 아직 실체가 없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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