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 야권 후보 찍겠다” 36%
  • 부산│안성모·이규대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2.21 02: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K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는 29.8%에 그쳐…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앞서

부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부전시장. ⓒ 시사저널 유장훈

“이번에는 정말 바꿔야지예.”

2월15일 <시사저널> 취재진이 부산역에 내려서 시내 중심가로 들어가는 동안 택시기사 박 아무개씨는 “부산 경제가 바닥이다. 그동안 번지르르하게 공약만 했지, 제대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말이 좋아 ‘한국 제2의 도시’이지 이제는 택도 없는 말이다”라며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손님들도 ‘이제 변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반(反)새누리당’ 정서가 갈수록 퍼져나가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부산의 변화된 분위기는 재래시장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부전시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60대 부부는 “그렇게 뽑아달라고 해서 뽑아줬는데 도대체 한 것이 뭐가 있냐. 경기가 너무 침체되어서 시장에 사람이 없다. 잘되던 때에 비하면 손님이 거의 절반 아래로 줄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음식점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30대 초반의 금 아무개씨는 “대통령도 뽑아주고 의석도 많이 줬지만 부산에 돌아온 것은 거의 없다. 부모님 세대 때야 새누리당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11 총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14일 부산·울산·경남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백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유세 현장에서도 확인된 ‘들끓는 민심’

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35.1%)이 민주통합당(24.4%)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총선에서 지지할 후보와 관련해서는 ‘야권 후보’(36%)가 ‘여권 후보’(29.8%)를 앞서는 대반란이 일어났다.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도 12.7%였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면서 그야말로 지역 민심은 싸늘하게 돌아서 있었다. 본지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이슈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지역 경제 위기 문제’(25.2%)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정치권 돈 봉투 사태’(17.2%),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평가’((16.7%),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 문제’(14.4%)가 그 뒤를 이었다.

바람의 진원지는 부산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사상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총선 출마에 나선 곳이다. 문고문은 <시사저널>의 사상 지역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후보들을 모두 따돌리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취재진은 지난 2월15일 오후 1시40분 사상역 앞에 있는 문고문의 선거 사무실을 찾았다. 노란색 탁자가 20여 개 놓인 사무실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문고문은 점심을 먹은 후 한 시간 동안 ‘문재인 타임’을 갖고 부산 시민들의 민원을 직접 듣고 있었다. 자리를 옮겨가면서 이야기를 듣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외부 일정에 따라 사무실을 떠나려는데 두 여성이 승강기 앞까지 따라 나와 “좀 도와주이소”라며 호소했다.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인 이들은 “(문재인) 이사장님밖에 도와 줄 사람이 없다”라면서 서류가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인근 농협에서도 문고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문재인입니다”라며 인사를 하자 여기저기서 사인 요청이 쇄도했다. 주변에서 “팬 사인회 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문 고문은 ‘○○○님, 깨어 있는 시민! 2012. 2.15 문재인’이라는 글을 적어 사인을 했다. 휴대전화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열기’가 뜨겁지만 정작 본인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문고문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세한 것도 아니다. 안심할 수 없다. 다만 유권자들에게 몸으로 다가가면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거물급 인사’를 문고문의 대항마로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고문은 “나쁠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이다. 이런 점이 부각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 온다면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총선 정책과 관련해서는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었다. 사상구 차원과 낙동강 벨트 차원 그리고 부산시 전체 차원이다. 문고문은 “현재 공약들을 다듬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문고문 진영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 본인 선거에만 매달릴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문고문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는 문고문의 발목을 최대한 붙잡아서 다른 곳에 지원을 못하게끔 하고 싶어 한다. 그렇더라도 후보가 확정되면 다른 지역에도 지원을 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발걸음이 바빠졌다. 아직까지 공천이 확정되지 않아서 예비후보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초반 선거운동의 효과는 민주당에 비해 덜하다는 평가이다. 지난 2월16일 정오 무렵 사상 지역구 새누리당의 예비후보인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점심 시간을 활용해 모라시장을 찾았다.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손님이 뜸해 썰렁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방문해 인사를 한 곳이라는 김 전 부위원장은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후 “새누리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라며 새 명함을 건넸다. 인근에 있는 경로당도 들렀다. “열심이 하이소. 밀어드릴께” “1번 찍으면 되제” 같은 주민들의 격려에 김 전 부위원장은 “감사하다”라며 답례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문재인 고문측에서는 바람 선거를 원하고 있다. 중앙에서 거물급 인사가 내려와 상대하면 오히려 바람만 더 거세진다. 바람 선거가 되면 새누리당이 필패한다. 그리고 문고문은 ‘눈사람’이다. 따뜻한 햇볕을 쪼이면 녹을 것이다. 우리 당에서 공천이 확정되면 지지율 거품이 빠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가 정해지지 않아서 헷갈려 하는 분들이 많다. 가급적 빨리 후보를 결정해야 바람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 불신 강하고, 박근혜에게는 호감

김 전 부위원장의 전망처럼 이번에도 ‘황색 바람’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내년에 일흔이 되는 재래시장 상인 박 아무개씨는 “부산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텃밭이다. 아직도 나이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새누리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전했다.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50대 직장인은 “부산 지역은 보수 정서가 강하다. 안정적이기를 원한다. 진보 쪽은 불안해서 섣불리 지지하지 않는다. 아무리 지금 못하고 있다고 해도 막상 선거가 임박하면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새누리당이 향후 쇄신을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지역 민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국정 운영 지지도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대체로 잘하고 있다’라는 응답과 합해도 긍정적인 답변은 35.5%에 머무른다.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19.6%)와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38.3%) 등 부정적인 답변이 57.9%에 이른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비교한 질문에서 ‘노무현 정부가 더 잘했다’(53.7%)라는 평가가 ‘이명박 정부가 더 잘했다’(22.2%)라는 평가보다 두 배 이상 많게 나타났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된다.

그나마 새누리당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있다는 점이다. ‘잘하고 있다’(45.2%)라는 응답이 ‘잘못하고 있다’(34.4%)라는 응답보다 많게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은 높지만, 새누리당과 박위원장에 대한 애정은 아직 남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산대 대학원에 다니는 이 아무개씨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부모님과 반새누리당 성향의 젊은 세대가 한 집에서 싸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을 쉽게 돌릴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지지를 호소하면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권병욱
(22·대학생)
가족들의 영향 때문인지 새누리당에 호감이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야권의 포퓰리즘 공세에 제대로 된 논리적 반박을 하지 못한 채 끌려가고 있다.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성장의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김대건
(25·대학생)
이명박 정부가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다. 물론 경제 쪽에서 처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각종 비리가 많이 터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명박 정부만이 아닌 정치권 전반의 문제 아닌가. 올해 선거에서는 계속 성장하며 영향력을 키워갈 만한 지역 정치인을 지지하고 싶다.

김봉기
(69·무직)
원래 정치라는 것이 누가 해도 어려운 것이다. 물론 최근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터졌지만, 그중에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잘못한 것이 있나. 측근들이 잘못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누가 정권을 잡아도 비슷하지 않았나. 나는 새누리당에 호감을 갖고 있다. 다만 어떤 인물이 공천을 받아 나올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다.

김선재
(74·재래시장 상인)
새누리당이 대북 정책 쪽으로는 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문제에서는 독단적인 태도 때문에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무조건 새누리당 찍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물을 보고 뽑는 분위기이다. 아직까지는 나이 든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젊은 사람들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위험한 상황이다.

김지나
(23·대학생)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나꼼수>를 통해 이명박 정부나 새누리당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새누리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이 국민들의 뜻을 잘 대변하는 것도 아닌 듯하다. 아직은 어느 쪽도 지지하기 어렵다.

김태훈
(41·자동차 대리점 직원)
새누리당이 하는 것이 없다. 지역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했다. 하지만 딱히 보여준 것이 없지 않나. 내가 사는 곳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은 철새처럼 정파를 옮겨다니기까지 했다. 참 한심하다. 원래 새누리당을 싫어하기도 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새로운 세력의 인물이 당선되어서 정치 풍토를 바꿔주었으면 좋겠다.

박정화
(33·부동산업)
지난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야권 후보가 40%가 넘는 득표율을 얻고도 아깝게 패배했다. 부산 지역이 점점 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였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처럼 강하게 누르기만 하는 리더십이 아닌, 시민들을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 있는 수평적 리더십을 지닌 정치인을 지지할 것이다.

소진태
(75·무직)
아직까지는 부산이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것이 맞다. 나도 지금까지는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인물을 보고 뽑으려고 한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나이 든 세대 사이에서 당은 제쳐두고 인물을 보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이명수
(78·무직)
정치권이 자꾸 싸움만 한다. 겉으로는 얌전한 척하면서도 국회에서는 서로 헐뜯고 싸우는 데만 열중하고 있어 보기 싫다. 그래도 새누리당이 일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있는 경로당도 구청 쪽에서 손수 지어줬다. 정치인 중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에게 믿음이 간다. 똑똑하고, 남을 함부로 헐뜯지 않는 모습이 좋다.

이성자
(72·재래시장 상인)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서 하는 것을 보면 참 잘한다. 물론 지금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것은 전세계가 다 위기여서이지 않나.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똑똑한 분인 만큼 대통령이 되면 잘할 것이다.

이재혁
(26·대학생)
새누리당에 반감을 갖고 있다. 말을 바꾸며 뒤통수를 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같은 다른 정당들에 호감이 가지는 않는다. 부산 내에 지역 간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균형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

지성호
(35·휴대전화 대리점 운영)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비호감 쪽에 가깝다. 공약을 내세워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 아직 나이 든 분들은 많이 지지하는 것 같지만 우리 세대 이하에서는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지금처럼 늘어난다면 새누리당은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정다혜
(22·대학생)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4대강 사업이 초래한 환경 파괴를 지켜보며 더욱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게 되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노력하지만 젊은 세대 대부분은 불만을 갖고 있다.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복지를 확충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정일규
(57·재래시장 상인)
지금까지는 부산이 새누리당 텃밭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무조건 찍어주지 않는다. 나부터도 새누리당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다. 믿고 찍었다가 매번 속지 않았나. 내세웠던 공약을 잘 지키지 않더라.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할 것이다.

차준호
(40·탁구 코치)
새누리당은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무조건 밀어주는 정당이었다. 부산에서 자란 자녀들도 거기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세대부터는 지역보다 인물과 비전에 의미를 두고 투표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렇게 상황이 변한 만큼,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모두에게 호감을 살 만한 융통성 있는 인물이 당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추현호
(27·대학생)
새누리당에서 안 좋은 사건이 많이 터지지 않았나. 나이 든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또래에서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다른 정당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도 아니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제로 서민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공약을 보여주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