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순항 궤도’에 올랐나
  • 진희관│인제대 통일학연구소 소장 ()
  • 승인 2012.02.2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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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권력 장악 시스템 완비될 듯…경제 문제 해결 못 하면 ‘버티는 수준’일 것

지난 2월7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김정은(왼쪽 두 번째)이 경비정을 타고 북한 해군 제158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 AP 연합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두 달여가 지나고 있다. 과연 후계자 김정은 체제는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체제 붕괴설’이 등장하고 있고, 4월 이후 대남 무력 도발이 예상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 정도로 김정은 체제는 불안한 것일까? 이를 점검해보기 위해서는 제도적 승계와 권력 엘리트층의 변동 그리고 정책 방향 등을 통해 그간의 진행 과정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직책의 승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이 사망하는 순간 김정은은 곧바로 최고 영도자, 즉 수령이 된다. 이미 지난해 12월20일자 로동신문에서는 김정일의 부고를 알리는 공고에서 ‘령도자이신 김정은 동지’ ‘김정은 동지의 령도’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12월25일자 1·2면에 걸친 기사 말미에 새로운 구호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가 언급되면서, 과거 김정일을 김정은으로만 바꾼 수령 결사 옹위와 관련된 구호가 제시되었다. 그리고 2012년 1월1일 신년 공동사설 마지막 문장에서 ‘최고령도자’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즉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이신 김정은 동지의 령도 따라…’라고 했다. (‘혁명 무력의 최고령도자’라는 표현은 지난해 12월25일에 언급된 바 있음.)

4월 당대표자회에서 당 총비서 추대될까

그러나 최고령도자, 즉 수령은 비제도적 권위를 표현하는 방식이며 제도적 권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유했던 최고 지도자의 직함들을 승계해나가는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야 하는데, 최고사령관, 국방위원장, 당 총비서 및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그것이다.

먼저 지난해 12월30일 애도 기간 종료 직후 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에 추대했는데, 이미 12월24일(과거 1991년 김정일이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날짜)자 로동신문 정론 ‘우리의 최고사령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는 김정은 동지, 그이를 최고사령관으로, 우리의 장군으로 높이 부르며 선군 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월18일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4월 중순에 (제4차) 당대표자회 개최를 결정했다는 발표가 있었고,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쳐 주체 위업, 선군 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기 위하여’ 소집한다는 개최 이유를 언급했다. 즉, 김정은을 당 총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에 선출하기 위한 대회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국방위원장 추대만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올 4월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면 국방위원장에 추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표자회와 선후의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며, 평상시대로 4월 상순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국방위원장에 추대하고, 중순에 당대표자회를 열어서 당 총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원장에 추대하면서 4월15일 태양절을 ‘축제’ 분위기로 몰고 가려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른 한편으로는 2012년 ‘강성부흥의 대문’을 여는 이벤트성의 효과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사망 이후 권력 엘리트들의 호명 순서에도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김정은에 의한 군부의 인사 이동과 상훈 수여 등이 나타나면서 김정은의 권력 장악 시스템은 완비되어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권력 엘리트들의 호명 순서를 보면, 지난해 12월19일 발표된 국가장의위원회의 명단만 다소 다를 뿐, 12월20~27일에 있었던 세 차례의 ‘금수산기념궁전’(2월16일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명칭 변경) 참배에서 김정은을 포함한 27~28명의 동일한 명단 순서가 발표되었고, 2월15일 김정일 생일 70돌 기념 중앙보고대회의 주석단 명단 발표에서도 거의 동일했다.

또한 2월15일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에게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명의로 차수 칭호를 수여했고, 같은 날 김정은 최고사령관 명의로 박도철, 김영철, 주규창 등 23명에 대한 장군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 2월9일에는 1백26명에게 김정일 훈장을 수여했고(혁명 원로와 권력 서열에 따른 서훈), 문화예술인 24명에게 김정일상을 수여했으며, 김정일청년영예상 1백4명, 김정일소년영예상을 1백1명에게 각각 수여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아직까지 권력 서열과 관련한 변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김정은은 군부 인사권을 확보했고, 상훈 수여 등을 통해 권력을 장악해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상 장악 위해 <김정일 전집>도 출간

특히 김정일 생일 70돌 기념 행사를 통해 김정일에 대한 추모식을 진행하면서 김정은의 입지를 강화해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동상 건립과 <김정일 전집> 출간, <김일성 전집> 완간(100권) 등을 들 수 있으며, 육·해·공군 장병들의 예식(금수산태양궁전), 광명성절 기념 대공연 <대를 이어 충성하렵니다> <석다산 글발> 등을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고양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출판은 사상을 장악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김정은이 향후 북한 사회를 통치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 장악, 사상 문제 주도, 경제 문제 해결, 그리고 대외 및 대남 관계 해결 능력 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과제라고 한다면 경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북 관계와 대외 관계가 개선된다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따라서 북한 스스로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하겠는데, 이에 대해 북한이 주장하는 키워드는 ‘함남의 불길’과 ‘새 세기 산업혁명’ 그리고 ‘인민 생활 문제 향상’에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인민 생활 문제를 푸는 것은 “올해의 총적인 목표로 틀어쥐고 여기에 모든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로동신문 2월21일자 사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함남의 불길’을 통해 얻어지는 1차 광물자원을 중국의 2차 공산품과 교환하는 지금의 구조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북한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 체제라는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주변국 대부분에서 최고 지도자의 교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계 개선을 비롯한 새로운 변화의 시도가 당장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볼 때, 북한은 올해를 ‘그럭저럭’ 버텨나가거나, 아니면 조속히 관계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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