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진화해 만개한 ‘팟캐스트’
  • 고우리 인턴기자 ()
  • 승인 2012.02.2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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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 <나최강> <성대 나꼼수> <동꼼수> 등 방송해 큰 호응…학내 다양한 주제 다뤄 호평

국민대학교 내 팟케스트 를 운영하는 학생들. 왼쪽부터 이봉주·최용우·최희윤 씨. ⓒ 시사저널 이종현

대학가에 팟캐스트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나 점점 번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학내 팟캐스트가 있는 대학교는 국민대, 성균관대, 동아대 세 곳이다. 팟캐스트 타이틀은 인기 팟캐스트 <나꼼수>에서 따왔다. 국민대는 <곧백수의 나는 최강이다>(<나최강>), 성균관대는 <나는 꼼수다 성균관대편>(<성대 나꼼수>), 동아대는 <동꼼수>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대학 팟캐스트들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시작했다. 총학생회 선거와 등록금 협상이 있었던 시기이다. 국민대 <나최강>은 지난해 11월10일 학생증 재발급 비용 운용이 불투명하다는 것과 학생증 활용이 불편하다는 내용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총학생회 선거,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학교가 달라도 대학 팟캐스트는 교내 사안이나 등록금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대 나꼼수>는 총학생회 선거 기간에 맞추어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공약을 압축해 전달한 첫 방송을 시작으로 공청회 현황을 알리는 등 총 6회에 걸쳐 선거 방송 역할을 했다. 이들은 총학생회 선거를 끝으로 지난해 11월26일 마지막 방송을 하고 현재는 시즌2를 기획하고 있다. <동꼼수>는 지난해 12월 동아대 철학·윤리과 통폐합 논란을 주제로 방송을 시작해 구조조정, 장학금 등을 다루며 6회까지 방송했다.

운영자 대다수, 교내 언론이나 학생회 출신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학생들은 현재 교내 언론이나 학생회에 속해 있지 않지만 학생회나 학내 언론사에 몸을 담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대 <나최강>은 강원호(28·법학과), 이봉주(27·법학과), 최용우(27·법학과), 최희윤(25·경영학과) 네 명의 학생이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최희윤씨는 학보사 기자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대 나꼼수>를 진행하는 이정현씨(24·유전공학과)와 박용흘씨(23·사회복지학과)는 학생회 활동을 하며 만나 학생회 활동이 끝난 후 방송을 하고 있다. <동꼼수>를 진행하는 김진(25·사학과), 윤인수(27·윤리문화학과), 조아람(28·철학과 ) 씨 역시 학생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들이 팟캐스트를 시작한 것은 학내 언론사와 학생회 활동을 하며 학내 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성대 나꼼수>의 이정현씨는 “학생회 활동을 하며 학교와 학생회에 감춰진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학우들이 관심을 가지면 개선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팟캐스트는 학내 문제로 학우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팟캐스트는 학교로부터 지원을 받는 학보사나 방송사와는 달리 학교 본부에 민감한 사안을 여과 없이 방송할 수 있다. 녹음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해 동아리방, 학회방에서 하고 무료 서버를 이용해 방송하기 때문에 학교 지원도 필요 없다. 때문에 방송 주제를 선정하는 것도 자유롭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본부, 학생회 등 모든 대상을 비판할 수 있다.

주제뿐만 아니라 표현 방식이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방송은 1~2시간 동안 지인들이 격식 없이 수다를 떠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민대 <나최강>의 이봉주씨는 “팟캐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녹음을 하는 우리 스스로가 재밌다는 것이고, 국민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학내 이슈를 통해 청취자도 쉽고 재밌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행하는 사람이나 형식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정보력은 학내 언론 못지않다. 총학생회 선거 관련 방송을 할 때는 후보 공청회에 참석하고 세칙과 공약도 모두 분석했다. 학교 본부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학생회, 학내 언론사 인맥을 활용해 공문 등 자료도 직접 분석하며 교내 언론과 같은 취재 활동도 벌이고 있다.

콘텐츠 소비 개인화되면서 더 활성화될 듯

자세한 학내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팟캐스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나최강>의 경우 한 회당 평균 다운로드 횟수가 3백번, <성대 나꼼수>는 회당 9백번대에 이른다. <동꼼수>도 회당 100~4백번의 다운로드 횟수를 자랑한다. 주 청취자는 물론 교내 학생들이다. 청취자들은 커뮤니티 등 댓글을 통해 “교내 학보사가 말하지 않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자주 듣는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팟캐스트를 들어보라고 추천하기도 한다. <동꼼수>의 윤인수씨는 “초반에 팟캐스트를 통해 목표로 한 것은 학교에 대한 일반 학우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직 학생회나 운동권만큼 학내 사안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은 크지 않지만 초반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대학 팟캐스트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기존 교내 언론의 역할이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교내 언론은 대부분 구조상 최종 편집권을 학교에 소속된 주간 교수가 쥐고 있다. 성균관대와 국민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은 학보가 발행된 후에도 총장의 허가가 있어야 배포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교내 언론사는 학교 지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사를 쓸 때 본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학교 본부와 학내 언론의 논조가 충돌하면서 신문이 발행되지 못하거나, 지원금이 축소되는 사례도 있다. 국민대 <나최강>의 최희윤씨는 “학보사 시절, 본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인쇄된 신문을 폐기하거나, 기사가 삭제되는 상황을 겪었다”라고 증언한다. 이것은 국민대의 사례만이 아니다. 건국대 교내 신문인 건대신문의 경우 주간 교수와 학내 기자의 논조 충돌로 지난해 10월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학 팟캐스트가 뜨고 있는 배경에는 이같은 학내 언론의 위기도 한몫했다는 의견이다. 최진순 온라인미디어뉴스 대표는 “20대는 자기 표현 욕구가 매우 강한 세대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교내 주류 언론이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방송을 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교내 사안에 집중한 팟캐스트를 하고 있는 것은 자신과 직접 연관된 뉴스를 통해 발언권과 주목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며,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가 계속될수록 이같은 대학 팟캐스트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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