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빼낸 3천만원이 선거 자금”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2.02.28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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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돌풍 꿈꾸는 손수조 새누리당 예비후보 인터뷰

ⓒ 손수조 제공
‘문재인 대항마’를 놓고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핵심 격전지가 될 부산 사상구에 누구를 공천할지를 두고 속내가 복잡하다. 상대가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14일 실시한 <시사저널>의 지역 여론조사에서 문고문은 권철현 전 의원, 홍준표 전 대표,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 현재 거론되는 새누리당 후보들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모두 25%포인트 안팎의 큰 격차로 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에서는 “전략 공천을 통해 ‘문풍’(文風)을 잠재워야 한다”라는 주장과 “지역 선거로 국한시켜 판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자칫 전략 공천을 했음에도 패배했을 때의 후유증이 두렵다. 그렇다고 이곳을 포기했다가는 ‘문풍’이 다른 지역구로 확산될까 봐 또 근심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대안 카드로 한 젊은 여성 예비후보가 떠오르고 있다. 불과 27세의 나이로 지역구 공천에 도전한 손수조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손후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팬클럽’까지 생겨났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젊고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면 당의 명분도 살릴 수 있고, 의외의 선전을 한다면 손해 볼 일이 아니다’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월22일 밤, 하루 종일 거리 유세를 펼친 탓에 목소리가 잠긴 손후보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권에 부는 ‘쇄신 바람’ 때문이었다. 매번 선거철마다 ‘변한다’는 말은 많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변화가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올해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느껴졌다. 나도 힘을 보태 제대로 된 변화를 일으켜보자고 결심했다. 가장 시급히 변화해야 할 과제가 무엇일지 고심한 끝에 ‘돈과 조직을 버리는 선거’가 나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야 새로운 인물이 쉽게 등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큰 변화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돈과 조직이 없는 선거를 실행해보리라 마음먹고 출마했다.

손후보를 향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지역구 내에서는 의미 있는 수준의 득표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 많은 분들이 깨끗하고 정직한 정치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야당 지지자 중에서도 내 도전을 지지하는 분들이 꽤 있다. 정치 문화 혁신을 향한 욕구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돈과 조직이 없는 선거’를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내가 가진 돈 3천만원만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서울의 전세 보증금을 빼 마련했다. 내가 번 돈과 부모님께서 지원한 돈이 섞여 있다. 또한 3천만원은 대졸 취업자의 평균 초봉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평균 연봉을 갖고 선거를 치르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내게는 수행비서, 사진작가, 사무장 등이 없다. 나하고 동생, 이렇게 딱 둘의 힘으로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둘만 다니면 초라해 보일까 봐 더욱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말을 건넨다. 그러다 보니 요즘 목이 계속 쉰 상태이다.(웃음)

“돈·조직 없는 선거로 정치 쇄신해보고 싶어”

정치권 진출을 노렸다면 정당 활동이나 지방의원 도전 등 여러 길이 있다. 비례대표의 길도 있다. 곧바로 총선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권에 쇄신을 일으키려면 기존 정치에 물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창한 정치적 경력이나 ‘스펙’을 기대하는 분들께는 내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 당 활동 경험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개혁을 외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본다.

실제로 선거를 경험해보니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청년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은 역시 돈과 조직이라는 점을 실감했다. 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나도 정치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조직·돈 걱정 때문에 못했다” “그런 어려움을 뚫으려 하는 점이 대단하다” 같은 의견을 많이 받았다. 또 큰 장벽으로 느껴졌던 것은 사람들의 선입견이었다. 직접 만난 시민 분들로부터 “그 나이에 뭘 알겠나” “국회에 가서 제대로 목소리나 내겠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면, 내가 다른 후보보다 깨끗하고 정직하다는 점을 강조해 말씀드렸다. 새로운 인물을 통해 정치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동의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인기가 덜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건강한 보수를 지향한다.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는 나와 맞지 않다. 예를 들면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박근혜 위원장이 외치는 ‘맞춤형 복지’를 선호한다. 차분하게, 천천히 나아가는 건강한 보수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아무리 새누리당에 여러 악재가 있다고 해도 당을 등질 수는 없었다. 새누리당 안에도 끊임없이 쇄신을 추구한 선배들이 있지 않나. 내가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새누리당의 ‘돈 봉투 사건’이 정국을 강타했다. 정치권의 ‘돈과 조직’에 문제의식을 가진 입장에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단순히 새누리당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현 정치권 전반의 모순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은 정치권에 나서기 어렵다. 이런 정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늘 야권에서 공천이 확정된 문재인 고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직접 뵐 기회가 있었는데, 정중하고 솔직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참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상구 주민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문고문에 대해) 걱정하는 분이 많았다. 이번에 뽑아주더라도 곧 대선에 나가려 그만두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와 사상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가 4명이다. 유력 인물을 전략 공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계속 나오는데, 공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자신 있다. 지금 쇄신에 나선 새누리당은 참신한 인물을 내세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에게 진정성 있는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올해 총선 및 대선에서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당에서도 잘 인지하고 있다. 여타 후보들처럼 돈이 많거나 현역 의원의 조직을 물려받지 않은, 참신한 정치 신인이 만만찮은 파괴력이 있음을 고려할 것이다.

만약 낙천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공천을 받지 못해도 사상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후에도 계속 정치 활동을 하려 한다. 돈 없고 조직 없는 정치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정치인을 꿈꾸는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서 한국 정치 전반의 악습이 개선되기를 꿈꾸고 있다. 


현역 의원 아성에 돌진하는 또 다른 ‘젊은 피’들 

현역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지역구에서 공천에 도전하는 젊은 정치인은 많다. 이들은 젊은 감각과 참신함을 무기로 현역 의원의 관록에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 갑에서는 이종구 의원에 맞서 성빈 변호사(35)가 나선다. 성변호사는 “젊다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무기이다”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허천 새누리당 의원이 3선을 노리는 강원 춘천에서는 국회의원 정책비서 출신의 임송재 예비후보(33)가 공천 심사에 참여했다. 경기 안산 상록 갑에서는 이화수 새누리당 의원에 맞서 박선희 새누리당 경기도당 2030위원장(32)이 나선다.

그 밖에도 대구 중·남구에서는 우경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보좌관(39)이, 경북 경주에서는 박진철 변호사(39)가 각각 현역 의원들을 상대로 공천에 도전한다.

현재 19대 총선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20대 예비후보는 모두 8명이다. 이 중 ‘공천 전쟁’에 뛰어든 인물은 부산 사상의 손수조 예비후보, 경북 구미 을의 김찬영 예비후보(29) 단둘이다. 무소속 출마자가 많은 탓이다. 당초 김후보도 무소속으로 선거 운동을 시작했지만 지난 2월8일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김태환 의원 등 일곱 명의 예비후보가 경쟁하는 격전지인 구미 을 선거구에서 공천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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