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입차와 ‘맞장’뜨러 나간다
  • 최주식│월간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
  • 승인 2012.03.0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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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플래그십’ 차종 K9, 5월 공식 발표에 앞서 이례적으로 이미지 공개…4WD 모델도 출시 예정

기아의 플래그십(기함) 모델 K9이 하나하나 베일을 벗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스파이샷뿐 아니라 기아가 공개적으로 조금씩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점이 여느 때와 다른 점이다. 기아는 렌더링 이미지를 먼저 공개한 데 이어 다시금 외관 이미지를 완전히 노출시켰다. 다음 수순은 아마 인테리어를 공개하는 것이 될 것이다. K9에 대한 공식 발표 일정은 5월 초로 잡혀 있다. 디자인을 완전히 드러내기에는 분명히 이른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아의 의도는 무엇일까?

K9의 프로젝트명 ‘KH’의 렌더링 이미지. ⓒ 현대·기아차

‘기존에 없던 새 모델’에 걸맞은 노출 전략

보통 새 모델이 등장할 때 메이커는 새로운 스타일과 장비 등의 노출을 막기 위해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쓴다. 도로 테스트용 차에 위장막을 씌우고 주행하는 것도 디자인 노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것은 기존 모델(현재 판매되고 있는)의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경쟁사에게도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기존에 없던 새 모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포르쉐 최초의 세단 파나메라의 경우, 데뷔하기 1년 전부터 조금씩 정보를 공개하는 전략을 썼다. 부분적인 이미지 공개와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흘리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파나메라의 콘셉트는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의 역사에서 새로운 타입의 모델이었다. 결과적으로 포르쉐의 전략은 적중해, 파나메라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나메라는 예상보다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아 K9이 이같은 전략을 쓰는 이유도 기존에 없던 모델이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이후 ‘디자인의 기아’라는 브랜드 이미지로 탈바꿈하며 판매 곡선을 상향으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K5의 성공이 눈부시다. 이제 마지막 남은 숙원이 바로 대형차 부문에서의 성공이다. 과거 기아차를 대표했던 대형차는 일본 마쓰다와 기술 제휴로 만들었던 포텐샤와 엔터프라이즈이다. 대형차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K9은 기아차의 플래그십(기함) 모델로서 메이커의 자부심이 될 차종이다. K9은 또한 새로운 기아차를 상징하는 K시리즈의 완결판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기아 K9의 프로젝트명은 ‘KH’. 기아차의 라인업상으로는 이미 단종된 오피러스(프로젝트명 ‘GH’)의 뒤를 잇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K7이 그 역할을 떠맡게 되면서 K9은 그 상위 모델로 자리하게 된다. 실제 K9은 현대 에쿠스의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했다. K9의 구동 방식은 에쿠스와 같은 뒷바퀴 굴림(FR),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4매틱과 같은 네바퀴 굴림(4WD) 모델도 나오게 된다. 4WD는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 쌍용 체어맨에 이어 두 번째이다. 에쿠스와도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K9의 디자인 콘셉트는 ‘미래 지향적인 하이테크 럭셔리 세단’. 호랑이 코 그릴로 상징되는 기아차 디자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모던 클래식’의 중후함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보닛은 빛과 면의 조화를 통해 풍부한 볼륨감을 강조했고 굴곡이 심한 그릴로 대담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옆 모습은 간결한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함께 볼륨감을 살려 역동적인 스타일을 표현했다. 앞 헤드램프와 같이 LED를 쓴 리어 팸프는 날렵한 이미지로 젊은 감각을 더한다. 그러면서 크롬 가니쉬로 마감해 안정감을 더했다. 타이어는 19인치이다.

K9에 들어갈 엔진은 V6 3.3L GDI 300마력과 V6 3.8L GDI 334마력 두 가지이다. 둘 다 제네시스에 쓰이는 엔진이며, 3.8L는 에쿠스와도 공용이다. 다만 에쿠스의 최고 모델에 들어가는 8기통 5.0L 430마력 엔진은 빠졌다. 5.0L는 제네시스 프라다에도 쓰이는 엔진이다. 그렇다면 K9의 포지셔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기아차측은 K9이 현대 에쿠스와 제네시스 사이에 위치한다고 밝혔다. 우선 K9은 에쿠스 플랫폼을 베이스로 했으므로 동급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엔진 구성을 보면 한 급 아래가 된다. 더욱이 K9이 갖추지 못한 5.0L 엔진은 제네시스 프라다에도 쓰이고 있으니 애매하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프라다는 한정판 모델이므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K9이 엔진은 비록 작지만 첨단 장비 등에서는 오히려 에쿠스를 앞선다”라고 말했다.

첨단 장비야말로 K9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으로 보인다. 우선 BMW, 아우디 등에 쓰이고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앞 윈도에 주행 속도, 내비게이션 등의 주행 정보가 표시되는 것이다. 운전자가 다른 데 시선을 뺏기지 않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그리고 모션센서 마우스틱이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세대 BMW 7시리즈에서 처음 적용해 벤츠(커맨드 시스템), 아우디(MMI) 등도 비슷한 개념을 적용시킨 i드라이브와 비슷한 장치이다. 마우스와 조이스틱을 결합한 형태의 로터리식 스위치. 이것을 돌리거나 밀고 누르는 간단한 동작으로 차내의 오디오 기기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온도와 풍향 조절, 차의 여러 가지 세팅 등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제어한다. 그 밖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연결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예상되고 있다. 

독일차를 경쟁 상대로 지목

기아 K9(앞)과 BMW 7시리즈. ⓒ 현대·기아차
한편 기아차는 최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강남영동지점을 고급화 매장으로 새롭게 단장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주변은 특히 수입차 매장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서 기아차가 K9의 주요 타깃으로서 수입차 고객을 겨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면 K9과 경쟁할 수입차는 어떤 모델이며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기아차는 K9의 경쟁 상대로 독일차를 지목하고 있다. 독일차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K9의 가격대는 5천만원대부터 8천만원대 수준이다. 가격대를 보면 BMW 5시리즈가 경쟁 상대가 된다. 하지만 기아차 관계자는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 첨단 장비, 정숙성 등에서 BMW 7시리즈와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BMW 740i를 지목했다. 740i는 6기통 3.0L 326마력 엔진을 얹고 연비 8.5km/L를 낸다. 가격은 1억3천6백만원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K9이 7시리즈보다 연비가 좋다고 강조했다. 연비 또한 경쟁력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최근 국산차의 품질이나 장비 수준은 해외 브랜드에서도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내수보다 수출이 많은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K9도 미국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라니 어느 정도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겠지만, 고급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장비 수준은 뒤지지 않을 것 같다. 가격 경쟁력은 분명 앞설 것이다. 또한 전국적인 AS망 등 유리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급차 시장에서 다져온 역사성이나 브랜드 이미지는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기아차를 사는 고객 스스로가 기아라는 ‘배지’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기아차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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