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곧 고객, 취업까지 책임진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3.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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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건양대학교 총장 인터뷰 /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 시사저널 박은숙
김희수 건양대 총장은 올해 나이 84세이다. 국내 대학 총장 중 최고령이다. 건양대 설립자인 김총장은 지난 2001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11년째 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새벽 4시에 병원까지 조깅해서 출근한다. 그는 출장을 갈 때에도 자가용 차를 거의 타지 않는다. KTX,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학생들에게는 인자하고 자상한 ‘형님’이자 ‘오빠’이지만, 교수들에게는 엄격하다. 특히 학사 관리에 대해서는 빈틈이 없다. 지난 3월6일 오후 충남 논산시에 있는 건양대 총장실에서 김희수 총장을 만났다. 

김총장에게 건양대는 무엇인가?

내 자식과 같다. 여기에 다니는 모든 학생은 내 손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모든 것을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 강의실, 화장실, 기숙사, 식당 등 안 가는 곳 없이 직접 점검하고 있다. 내 손자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쏟았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 학교에서는 휴강도 사전에 총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고, 보강은 반드시 해야 한다. 교육을 받기 위해 들어온 학생들에게 교육을 보장해주는 것이야말로 학생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총장을 맡은 지 올해로 11년째이다. 언제까지 총장을 맡을 것인가?

자랑은 아니지만 현 총장들 중에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을 것이다. 나는 ‘나이는 숫자일 뿐 인생에 정년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2001년 지방 대학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던 시기에도 이미 일흔을 넘긴 나이였지만 ‘내가 세웠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총장이 되었다. 앞으로도 건양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교육 명문 대학’으로 발전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총장이 생각하는 건양대의 위상은 어떤 것인가?

그동안 건양대는 많은 성과를 이룩해왔다. 7년 연속 취업률 90%를 기록해 취업 명문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에는 전국 대학교 최초로 ‘윤리 경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임상병리사, 의사, 안경사 국가시험에서 4년 연속 전국 수석을 배출했다.

무엇보다 2010년 교과부에서 주최한 ‘잘 가르치는 대학’에 선정된 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나는 대학 설립 때부터 학생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그때 당시는 대학 평가 기준이 교수 논문 수에 따라 대학 등급이 정해지는 때였다. 하지만 끝까지 교육 중심 정책을 굽히지 않았고 그러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해 크게 기뻤다. 학생 교육 중심 대학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건양대의 발전은 김총장의 남다른 교육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 같다.

나는 학생을 내 손자 같은 마음으로 대한다. 교수들에게는 내 아이들을 가르치듯 사랑으로 가르치라고 말한다. 직원들에게는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듯 봉사하고, 심지어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께도 내 아이 밥 차려주는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한다.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할 때 학생은 감동을 받고 우리 학교에 애교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학생들에 대한 ‘무한 책임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대학의 역할은 학생을 졸업시키는 것이 아니라 취업, 즉 미래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만약 학생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면 다시 불러다 재교육을 시키고 사회에서 성공할 때까지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우리 대학에서는 졸업생을 위한 ‘찾아가는 취업 컨설팅’과 지속적인 취업 알선으로 졸업생이 취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건양대는 취업에 강한 학교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어떤가?

그렇다. 건양대는 전국 대학 최초로 취업 컨설팅 전용 건물을 지난 2004년에 준공했다. 그곳에서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제공했다. 학생들의 성공 취업을 위한 진로 취업 교육의 기반을 조성하고 다양한 취업 역량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 기업체와 학생 간 미스 매치(miss-match)를 해소하고 ‘휴먼-실용 인재’를 육성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국 대학 중 취업률이 최상위권에 있다. 앞으로도 우리 대학이 취업 명문의 명성을 계속 이어갈 것이지만, 과거의 실적과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으로 취업의 질을 한층 높이려고 한다.

우선 기업 맞춤형 교육을 강화해 청년들에게 성공 취업을 선물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과 유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또 사업 추진 능력을 갖춘 역량 있는 학생들에게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역량 있는 기업인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학령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우리 대학은 ‘취업 명문 대학’ ‘교육 중심 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인 것은 맞지만,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양대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의료공과대학을 신설하고 전국 최초로 군사경찰대학을 창설했다.

향후 10년, 20년 후의 유망한 직업군의 변화에 맞춰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교수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개편했다. 이런 대학 구조조정을 올해 안으로 매듭짓고 중점 투자할 학문 분야를 정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려고 한다.

또한 ‘정직한 인재’를 육성하는 명문대가 될 것이다. 능력 있고, 머리가 좋더라도 인성이 잘못된다면 사기꾼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올바른 인성 교육과 사회 봉사로 사회에서 필요한 ‘정직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건양대는 등록금은 적고, 장학금 혜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사실대로 말하면 지금 등록금은 1년 대학 운영비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그래서 김안과병원, 건양대병원 등 지인들을 통해 여기저기서 끌어온다. 그래도 부족한 돈은 내 사비로 충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절약 또 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나한테 올리는 결재 문서도 이면지를 활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또 대학 운영비를 쓸 때는 내 결재가 안 들어가는 것이 없다. 허튼 돈을 쓰지 않기 위해서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절약된 비용은 전액 학생 장학금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요즘 반값 등록금으로 한창 말이 많았는데, 나도 할 말이 많다. 국립대는 정부가 지원하겠지만 지방 대학은 어떻게 하나. 등록금 절반을 낼 돈도 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장학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지난해 장학금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건양대의 엄격한 ‘교수 평가제’가 눈에 띈다.

잘 가르치는 대학은 학생을 잘 가르치게 마련이다. 가르치는 것은 결국 교수들이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학이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계속 남으려면 교육의 일선에 있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교수들의 엄격한 평가제가 필수적이다.

교수들이 잘 가르치게 하려면 교수님들에 대한 동기 유발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강의 평가를 100% 공개하고 강의 자체도 학교 홈페이지에 그대로 공개해 교육의 질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끔 유도할 것이다. 또 강의 우수 교원에 대해서는 정년을 70세로 연장해주고, 교수 업적 평가에서도 교육의 비율을 크게 높일 것이다.

‘해외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어떤 것이 있는가?

해외 12개국 65개 대학과 자매 대학 관계를 맺고 있으며, 활발한 국제 교류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외국어 관련 학과 학생들은 해외 자매 대학에 1년 혹은 2년 동안 유학을 가 공부할 수 있다. 물론 이 기간은 재학으로 인정되므로 따로 휴학을 하고 돈을 들여서 어학연수를 받을 필요가 없다. 현재 중국언어문화학과 학생들은 전원 중국에서 1~2년 공부하고 온다. 또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자 외국어 계열 학과 및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GCC(Global Communication College)를 설치했다.

고등학생들에게 건양대 입학을 어떻게 권유하겠는가?

건양대는 ‘공부시키는 대학’이다. 훌륭한 인재를 입학시켜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인재를 입학시켜 훌륭한 인재로 육성시켜주고 훌륭한 인재는 위대한 인재로 거듭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우리 대학이다. 대학 생활 4년은 여러분들의 나머지 인생인 60년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60년 인생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줄 수 있는 대학,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대학이 바로 건양대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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