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은 민주당이, 대선은 박근혜…”
  • 이윤걸│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 · 통일부 정책 ()
  • 승인 2012.03.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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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국내 선거 개입 실태 / 비밀 그룹 조직해 운영 중…“안철수는 대통령 되기엔 조직력 모자라”

측근들과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생전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가운데). ⓒ 연합뉴스

지금 남한은 총선 정국으로 시끄럽다. 남한에 선거철이 되면 북한의 동향이 항상 주목되곤 했다. 과거 몇 차례 선거 때마다 북한의 움직임에 의해 남한 선거가 영향을 받는 이른바 ‘북풍’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2월28일 갑자기 북한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재’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서 ‘유신 독재의 망령이 떠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박근혜 위원장의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을 들먹이며 ‘독재적 근성을 타고났다’라며 노골적으로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에도 북한의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남조선의 진보 애국 역량은 강력한 투쟁으로 보수 패당의 독재 정치를 저지 파탄시켜야 한다’라는 발언을 일삼았다. 이렇듯 북한의 남한 선거 개입 시도는 오래전부터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사업부와 작전부, 대외연락부 등 당 관련 대남 전략 정보 부서뿐만 아니라 최근 확대 개편된 정찰총국의 기본 활동 지침이 되고 있다.

생전 김정일의 발언을 ‘명령’으로 볼 수도

지난해 4월과 6월, 필자가 몸담고 있는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에서 관리하는 북한 내 복수의 고위급 소식통들은 “북한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2012년 남한 총선·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TF팀이 조직되어 현재 가동 중이다”라고 알려왔다. 이 소식통들은 “2010년 10월 중순 김정일 서기실의 지시에 따라 중앙당 통일전선부(이하 통전부) 안에 ‘내후년 남조선에서 진행되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비밀 그룹(TF)’이 조직되었다”라고 보고했다. 심지어 이 조직 배경에는 후계자 김정은의 아이디어에 의해 SNS를 활용하는 전술도 반영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김정은이 이미 당시부터 김정일과 협의하며 주요한 대남 정책에 관여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TF팀의 책임자는 중앙당 통전부의  한 부부장이며, 17명의 정식 멤버와 10여 명의 보조 멤버가 있고, 이들은 모두 선별된 북한의 대남 전문가이거나 대외 정책을 10여 년 이상 연구한 정상급 연구원들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정식 멤버 중에는 사회과학원, 김일성종합대학, 국제관계대학, 모란대학, 김형직사범대학의 교수들도 비상근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보조 멤버 중에는 대남 사이버 공격을 수행하는 최고 수준의 해커 고수들도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재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한국을 향한 각종 모략들을 꾸미고 있으며, 이것은 김정은에게 매주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TF팀이 관리하고 있는 인사 리스트에는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오세훈, 손학규를 비롯한 남한의 대선 주자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의 기초적인 인적 사항뿐 아니라 약력, 정책 성향, 재산 유무, 측근 동료들에 대한 내용까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당인 새누리당의 진보 및 중도 성향의 인물들에 대한 정보와, 야당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의 대북 정책과 핵심 인물들에 대한 자료도 겸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들은 당시 “현재 북한 통전부의 대남 정책 중 가장 긴급한 문제는 외부에 의한 식량 지원 확보 및 경제 회생을 목표로 한 핵 동결이나 핵 포기도 아니고, 6자회담을 통한 남북 대화나 교류 재개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정권의 교체로 이어질 남한의 선거이다”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통전부는 총정치국 적공국, 정찰총국을 비롯한 대남 기관과 면밀히 협조하면서 2012년 총선·대선을 대비한 전략과 전술을 마련 중이라는 전언이었다. 실제 이때를 기점으로 북한의 대남 선전 선동의 전문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SNS를 통한 기사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북한은 SNS를 활용하는 식으로 대남 선전 선동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필자와 본 센터가 그동안 북한 내부의 고급 정보를 수집해온 과정에서 확보한 주목할 만한 내용을 공개한다. 지난해 11월25일 북한의 고위급 소식통들은 김정일이 12월17일 사망하기 약 한 달 전, 김정일이 남한의 총선·대선 판도와 당시 추진설이 나돌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발언한 핵심 내용을 전해주었다. 이 소식통들은 그들의 신변 안전상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기는 어려우나, 필자가 탈북해서 남한 사회에 정착한 이후 지난 몇 년간은 물론, 지금 현재도 계속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정확한 소식통으로서 북한 최고위급과 깊이 연결된 내부 인사들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청와대·국회가 대립하게 만드는 것이 원칙

김정일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오른쪽)에 대해 엇갈리는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저널 유장훈
이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대선은 박근혜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민주노동당이 중심인 새로운 진보 개혁 세력과의 협조하에 대통합을 이룬 ‘야당 통합 세력’이 승리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특히 김정일은 이렇게 총선 세력과 대선 세력 사이, 다시 말해 청와대와 국회가 서로 대립하게 하는 이것이 공화국이 대남 전략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며, 이러한 남한 내 기득권의 분리(갈등)는 앞으로 북한이 남한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적 이득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이와 같은 발언은 북한 체제상 김정일이 대남 핵심 부서인 통전부와 관련 부서들에 내린 명령으로 보아야 하며, 그가 사망한 지금에도 ‘유훈 통치’ 슬로건을 내건 북한 김정은의 대남 전략으로 보아야 한다.

이 자리에서 당시 김정일은 남한의 주요 대권 주자로 갑자기 급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은 “아직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조직력이 모자란다. 설상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차기 대선 후 진행될 ‘남북 정상회담’에서 안철수와 내(김정일)가 대타협을 이끌어낼 정도의 ‘위인’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김정일은 남한의 새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정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남북 정상회담 때까지 자신이 죽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던 것으로도 파악된다.

김정일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설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대통령은) 내가 만나려고 좀 생각해보았지만, 마음에 안 들어”라는 말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머리도 좋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배짱이 있다는 것이다. 왕 노릇을 하려면 박정희처럼 해야 돼”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만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고생을 좀 해서 그런지 사람은 좋은 사람 같아 보였는데…”라며 죽음에 대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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