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 혈투’
  • 조해수 기자· 고우리 인턴기자 ()
  • 승인 2012.03.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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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동대문 을·강릉·포항, 최대 격전지로 떠올라…거물들도 당선 장담 못해

3월8일 동대문 을 지역에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 서울 종로 : 홍사덕(새) vs 정세균(민)
6선의 친박계 좌장 대 4선의 야권 대권 잠룡의 ‘거물급’ 대결

종로가 다시 ‘정치 1번지’의 위상을 되찾고 4·11 총선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가 중진급으로 사실상 전략 공천을 내세웠다. 민주통합당이 야권의 ‘잠룡’ 중 한 명인 정세균 상임고문을 내세우자, 새누리당 역시 친박계 좌장 격인 6선의 홍사덕 의원으로 맞불을 놓았다. 특히 이번 종로 선거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12월 대선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여야 모두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는 모습이다.

역대 총선 결과는 홍의원에게 다소 위안을 주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14대(1992년)부터 18대(2008년)까지 종로 의석을 독차지해왔다. 단, 1998년 보궐 선거 때 한 차례 민주당이 노무현 후보를 내세워 당선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정고문에게 고무적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박원순 범야권 후보는 종로에서 8.35%포인트 차이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따돌렸다.

두 후보 모두 종로에 연고가 없는 가운데, 출발이 빨랐던 것은 정고문이다. 정고문은 이미 지난해 7월에 종로 출마를 선언했고, 올해 1월부터는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표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9일 오전 7시30분 동묘역에서 만난 정고문은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주 중이면 매일같이 출근길에 나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살림살이가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한다. 유권자들이 표심을 통해 심판을 내리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 속에 진행된 출근길 유세는 한 시간여 동안 계속되었다. 정고문은 “당 대표를 지내면서 거리 유세에는 전문가가 다 되었다. 더군다나 종로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곳이다. 한 분 한 분과 나누는 악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홍의원은 애초부터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거취 문제를 당에 일임했었다. 종로 공천이 결정된 것은 3월5일이다. 이 때문에 홍의원은 아직 종로 예비후보로 등록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홍의원측은 “빠른 시일 내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생각이다. 출발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종로 공천이 발표된 것만으로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고문을 앞선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홍의원과 정고문의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돌발 변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친이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새누리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종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이 전 수석이 출마할 경우 보수 표가 분열되면서 정고문의 당선이 유력시된다. 그 밖에도 정고문은 야권 연대를 통해 진보 표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왼쪽)과 홍사덕 새누리당 의원(오른쪽)이 종로구 출마를 확정 지으면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 서울 동대문 을 : 홍준표(새) vs 민병두(민)
홍준표 “또 나왔습니다”, 민병두 “이번에는 민병두!”   

동대문 을에서는 18대 총선에 이어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민병두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맞대결이 벌어진다. 동대문 을 지역은 2001년(보궐 선거)부터 홍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곳으로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였다. 18대 총선에서도 홍 전 대표가 민 전 의원을 15.7%포인트 차로 이겨 당선했다.

지난 3월7일 홍 전 대표의 동대문 을 공천이 최종 확정되면서 두 후보의 리턴매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등장하면서 동대문 을 민심도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 두 후보의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두 후보는 민심을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3월8일 오후, <시사저널> 취재진은 지역 주민과 인사하는 두 후보를 동행 취재했다. 오후 2시, 인사에 나선 홍 전 대표는 회색 정장에 검은색 점퍼를 입은 차분한 차림새였다. 그는 주변 상점마다 일일이 문을 열고 들어가 “또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상인들에게 인사했다. 주변에는 3~4명의 수행원이 있었지만 상점에 들어갈 때는 홍 전 대표 혼자였다. “몰려다니면 주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주민들과 밀접하게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라는 것이 홍 전 대표의 설명이다. 오래도록 지역구를 맡았던 데다 당 대표를 역임할 정도의 높은 인지도 때문에 차분한 차림새에도 먼저 알아보는 주민이 많았다. 길을 지나던 20대 남성은 “TV에서만 뵙던 분을 이렇게 뵈니 반갑다. 힘내시라”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장안동에 사는 50대 김 아무개씨는 “정치 경험도 많고 그동안 지역구를 맡아왔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홍 전 대표에 대한 이미지는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오후 3시, 민병두 전 의원은 밝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길을 나섰다. 수행 인원들도 노란 목도리를 두른 차림이었다. 상점을 찾아가 인사하는 홍 전 대표와는 달리 민 전 의원은 길을 지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실패한 4년 전부터 이 지역 상점을 돌면서 인사를 했다. 상점에는 이미 자주 들러 오늘은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선거 준비를 하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사람과 접촉해왔다는 것이 민 전 의원측의 설명이다. 홍 전 대표가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는 동안 지역구에 있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길거리에서 민 전 의원이 한 40대 남성에게 인사를 하자 이 남성은 “꼭 되셔야 한다”라며 손을 꼭 잡았다. 이 남성은 “현재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장안동 상권이 침체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민 전 의원은 주민들과 “이번에는 민병두!”라고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거나 공원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족구를 하기도 했다. 민 전 의원은 “교육이나 녹지 공간에 투자하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남궁창성│강원도민일보 정치부 기자

■ 강원 강릉  : 권성동(새) vs 송영철(민)
‘야도’로 변한 강원에서도 여전히 보수 성향 강해…권의원의 ‘반MB 정서’ 극복이 변수

강릉이 강원 지역 최대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숙명의 맞수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52)과 민주통합당 송영철 변호사(51)의 재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두 사람은 강릉 명륜고 1년 선후배 사이인데다, 권의원은 검사 출신, 송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통합진보당에서 최승기 후보(39)가 뛰고 있지만 야권 연대 가능성이 커 이번 총선은 2년6개월여 만에 권의원과 송변호사의 리턴매치로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송변호사는 2009년 10월 실시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실세로 공천을 받아 출마한 권의원에게 석패했다.

하지만 이번 리턴매치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강원도의 정치 지형이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지난해 4월 실시된 도지사 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야도’(野道)로 변한 까닭에서다. 특히 4월 총선이 ‘MB 정권 심판론’ 성격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권의원에 대한 야권의 공세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동의 중심인 강릉은 전통적으로 영서 지역에 비해 보수 성향의 투표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해 4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 실시된 도지사 보궐 선거에서도 강릉은 다른 지역과 달리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이런 강릉의 보수적인 투표 행태가 4·11 총선에서도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권의원은 현 정권의 실세로서 남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4년 동안 할 일을 2년 만에 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검사스럽다’는 지역 내 부정적인 평판과 지역의 반(反)MB당 정서가 그의 재선 행보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송변호사는 지난 12년 동안 지역을 굳건히 지키며 친(親)서민 변호사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 부장검사를 끝으로 2006년 검찰을 나온 권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MB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하며 정부 출범 뒤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송변호사는 1996년 춘천지법 영월지원 판사를 그만두고 일찌감치 사법부를 떠나 고향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정치인의 꿈을 키워왔다.

걸어온 길이 닮은 고교 1년 선후배가 2년6개월여 만에 다시 펼치는 ‘경포해전’에서 송변호사가 보수 성향이 강한 강릉의 민심까지 ‘야도’로 돌려놓을지, 아니면 권의원이 ‘정권 심판론’을 정면 돌파해서 지역을 수성할지 박빙의 승부가 주목된다.

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 경북 포항 남·울릉 : 김형태(새) vs 허대만(민) vs 박명재(무) vs ‘무소속 친이 연대’
낙천한 정장식 등 ‘무소속 친이 연대’ 공식화…치열한 4파전 구도 전망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북 포항 남구·울릉군의 새누리당 당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이 결국 친박계인 김형태 전 KBS 국장에게 돌아가면서 반발이 거세다. 포항 남·울릉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이다. 당원들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대통령을 정조준했다”라고 흥분했다. “이상득 의원 당협 사무실 앞에서 ‘박근혜 화형식’을 하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의원 당협 사무실은 공천 결정 다음 날인 지난 3월8일부터 잠정 폐쇄되었다. 빗발치는 당원들의 항의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포항 남·울릉에서 낙천한 친이계 후보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무소속 친이 연대’를 결성할 태세이다. 정장식 전 포항시장과 이상천 전 경북도의회 의장, 김순견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김병구 공정사회 실천 국민연대 상임대표가 물밑에서 무소속 단일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무소속 친이 연대가 현실화될 경우 파괴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측 불허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왜냐하면 가뜩이나 강력한 무소속 후보가 또 한 명 더 버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명재 전 행정안전부장관이 벌써부터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탓에 야권 표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입당이 불허되자 일찌감치 무소속으로 선회해서 지역을 누비고 있다. 민주당 후보도 무시할 수 없다. 포항 남·울릉에서 오랫동안 생활 정치를 펼친 허대만 후보는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17.1%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인 포항 남·울릉이 전국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는 배경이다.

‘무소속 친이 연대’가 출현한다면 포항 남·울릉의 대결 구도는 그야말로 예측 불허의 4파전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여론조사에서 1등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정장식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후보는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진실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태 후보는 친이계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는 “포항 남·울릉이 사분오열되고 있지만, 낙천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만큼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애써 기대했다. 박명재 후보와 허대만 후보는 새누리당의 갈등을 한껏 반기는 모습이다. 포항 남·울릉에서 피어오르는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당이 표심을 향해 절박하게 손길을 내밀며 변화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창당 직후 ‘컨벤션 효과’로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을 추월했으나, 최근 다시 하락세로 변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청와대 비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다시 지지세를 결집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당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권자가 선거 구도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인식에 달려 있다. 지난 2월2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선거’와 ‘한·미 FTA 말 바꾸기 등 혼란을 야기한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 중 어느 입장에 가까운지를 질문한 결과,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응답이 49.2%로 ‘야당을 심판하는 선거’(29.2%)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이명박 정부 평가’로 본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불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거꾸로 ‘야당 심판’을 내걸었다. 이러한 선거 전략은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친이계’의 대거 공천 탈락으로 MB(이명박) 정부와 ‘구별 짓기’에 나서는 새로운 전략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이런 신전략에 대해 여론도 다시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총선 후보 공천 등 정당 혁신에 관해 질문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의 정당 혁신에 대한 지지’가 47.3%로 나타나,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지(38.5%)를 오차 범위를 넘어 앞섰다.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야심작으로 선보였던 모바일 경선이 부정 선거로 퇴색하고, 일부 부정·비리 전력자에 대한 무원칙한 공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여론의 움직임은 곧바로 정당 지지도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이 38.2%, 민주통합당은 32.9%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3월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서대문 갑과 고양 일산서구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전날 서울 종로의 경우도 새누리당 후보가 앞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1백30석도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한 달 전과는 확연히 다른 판세이다. 여론의 변화는 이처럼 민감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20대 유권자들의 변화이다. 한 달 사이 20대의 절반 가까이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20대는 야당 성향이 강하지만, 공천 혁명과 야권 연대에 소극적인 민주당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수도권에서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상승해 7~8%를 차지했다. 야권 연대를 무시한 민주당의 오만이 족쇄가 되었다.

민주당 지도부의 가장 큰 오류는 또 있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회고’ 투표, 대선은 ‘전망’ 투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MB 심판론’을 과신했다. 그러나 올해 총선은 대선과 가까워 전망 투표의 성격도 가진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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