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각만큼 비틀대는 열도의 눈물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3.1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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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의 사회상을 기록한 현장 보고서

일본의 눈물 김대홍 지음 올림 펴냄 320쪽│1만4천원
지난 3월14일 밤 일본 도쿄 인근에 규모 6이 넘는 지진이 잇따랐다. 또다시 대지진의 공포에 휩싸였을 터이다.

지난해 3월11일, 규모 9.0의 지진이 일본 동쪽 해저에서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20m가 넘는 초대형 쓰나미가 마을들을 집어삼키고, 안전을 장담하던 후쿠시마 원전을 무너뜨렸다. 대지진의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집계된 사망자만 1만5천여 명에 달했고, 행방불명된 사람도 3천2백여 명이었다. 경제적 피해는 방송 화면으로 본 그대로였다. 복구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완전히 파괴된 건물이 12만8천여 채, 반파된 건물이 24만여 채에 달했다. 일본 언론들은 최소 24조 엔(약 3백40조원) 정도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그 후 1년 동안 일본인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KBS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김대홍씨가 <일본의 눈물>을 담아냈다. 책을 펴낸 출판사는 ‘목숨 건 취재 일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저자를 포함해 여러 명의 KBS 취재진이 방사능에 피폭되어 염색체가 파괴되었다고 하니 그럴 만하다. 이 책은 “현장에서 땀 흘려 취재한 이야기가 일본을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는 저자의 말 그대로,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의 사회상을 생중계하듯 가감 없이 기록한 현장 보고서이다.

저자는 “3·11 동일본 대지진은 경제 대국 일본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서방 언론들은 대재앙 속에서도 침착한 일본인들을 보고 “인류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칭찬했지만, 취재 현장에서 저자가 목격한 일본인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도 하늘을 원망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인은 “정부 발표는 믿을 수 없어요. 안전하다, 안전하다 했지만 방사능은 다 퍼졌어요. 멜트다운은 없다고 했지만 멜트다운되었잖아요. 먹는 생선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안 나왔다고 했지만 나왔잖아요. 이제 더 이상 일본 정부 말이나, 그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본 언론은 믿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일본은 우울하다. 초유의 비상사태 앞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내각의 무능과 정치 리더십의 실종으로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 가운데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와 필요에 따라서는 독재도 용인해야 한다는 하시모토 토오루 오사카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거침없는 그들의 언행이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이다. 경제 상황도 최악이다. 일본은 무역 수지가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너무 많은 부채’ ‘너무 낮은 성장’ ‘너무 많은 고령’ ‘너무 적은 어린이’ 등으로 ‘잃어버린 20년’도 모자라 ‘잃어버린 30년’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 또한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지진의 공포도 현재 진행형이다. 도쿄 대학 지진연구소는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4년 내 70%’로 높아졌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총체적 부실 덩어리처럼 보이는 일본은 지금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서서히 침몰하는 군함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제2차 세계대전의 잿더미에서 일어섰듯이 힘차게 부활할 것인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일본이 국수주의로 흘러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치달을지, 개혁을 조금씩 진행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미지수이다.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것이 ‘거버넌스의 회복’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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