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옷 입은 여자에게 남자들은 하나같이 “예뻐~”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3.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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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색 옷 입은 여자보다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 긍정적 반응 보일 것이라는 기대 갖고 적극적으로 접근

“연애하면서 그를 사로잡고 싶다면 빨간색 원피스를 입어라!”

지난 2월 말, 미국 로체스터 대학 사회심리학자인 아담 파즈다 교수가 “남성들은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에게 유난히 더 끌린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여성이 빨간색 옷을 입었을 때 남자들은 성적으로 더 관심을 가진다는 것. 빨간색은 특히 여성을 더욱 예뻐 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왼쪽부터) 윤세아, 손예진, 신현빈, 최정원. ⓒ 시사저널 사진팀

한 여성에게 옷 색깔만 달리해 남자의 로맨틱 지수 변화 실험

아담 파즈다 교수팀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의 심리학자들은 남자들이 왜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끌려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했다. 젊은 남성 96명에게 옷 색깔만 빨간색과 파란색, 회색, 녹색으로 바꾼 한 여성의 사진을 차례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사진을 보면서 매력을 느끼는 정도를 0?9의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로맨틱 지수는 ‘여성이 성적으로 개방된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그 결과 여성이 빨간색 옷을 입었을 때의 매력도가 가장 높았다. 평균과 1~1.5점이나 격차가 났다. 이것은 남성들이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이 더 개방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이 이성적으로 접근했을 때 상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와 별개로 데이트 비용으로 100달러를 갖고 있다고 가정할 때 여성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이 다른 색상의 옷을 입은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를 얻었다. 또 여자와 단둘이서 대화할 때 마주앉는 거리를 스스로 정하도록 한 결과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과 대화할 때는 의자를 더 바짝 붙이고 대화했다.

파즈다 교수는 이 현상을 두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먼저 빨간색은 남성에게 자기가 좋은 짝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인식해 그 남성이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더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자들은 같은 인물이라도 빨간색 옷을 입었을 때 더 성적 매력을 느낀다. 또한 밸런타인데이에 유독 빨간색이 많이 사용되는 등 사회적인 연상 작용으로 자연스레 ‘빨간색은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푸른색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빨간색은 본능적이라는 인식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생물학적 진화의 잔재라는 것이다. 파즈다 교수에 따르면, 침팬지 같은 영장류 암컷들은 배란기에 가까워질수록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면서 평소보다 혈류량이 증가해 얼굴과 뒷다리, 엉덩이 부위가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수컷들이 이런 암컷에 더 끌린다고 한다. 암컷들의 붉은색 이미지를 ‘짝짓기를 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이제 행동할 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빨간색은 암컷에게 생식력이 가장 높은 시기임을 상징한다. 여성들도 성적 접촉을 하고 싶어 할 때 빨간색 옷을 더 입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파즈다 교수의 설명이다. 빨간색은 진화적으로 물려받은 ‘유혹의 색’인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데이트할 때 ‘붉은 립스틱’을 권한다. 남자들이 붉은 입술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다는 이유에서다.

붉은 입술은 ‘임신해서 자신의 2세를 낳을 수 있는 가임 여성’임을 보이는 신호이므로 남성들이 본능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입술이 붉을수록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된다는 뜻이고, 에스트로겐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유전적 우수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붉은 립스틱이 생겨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이 빨간색에 반응하고 입술에 빨간색을 바르는 이유는 어쩌면 이런 남성의 반응 때문일지 모른다.

빨간색 옷을 입고 나가면 아무리 평범한 스타일이라고 해도 시선을 끌기 쉽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많은 이성의 관심을 받고 싶은 여자라면 빨간색 옷차림의 사진을 올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성이 성적으로 주목받고 싶지 않을 때는 빨간색 옷 선택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파즈다 교수는 조언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크리스 디 버그의 히트송 <우먼 인 레드>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들의 결과는 패션 디자이너나 마케터, 광고기획자 등에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단지나 매장의 ‘구매 시점 광고’ 등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할 경우 빨간색을 사용한 광고 문구로 어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유독 왜 빨간색이 눈에 띌까

한 파키스탄 남성이 밸런타인데이 선물 코너에서 선물을 고르고 있다. ⓒ EPA연합
빨간색은 여러 색상 가운데서 특히 주목도가 높은 색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유독 빨간색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일까. 우리 눈의 시세포는 물체의 자세한 모양과 색을 판단하는 원추세포 그리고 명암을 인지하는 간상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시세포는 빛을 감지하는 기능을 가지도록 특별히 분화된 세포이다. 사람의 눈에는 약 7백만개의 원추세포와 1억3천만개의 간상세포가 있다. 어떤 물체가 우리 시야에 들어와 망막에 상이 맺히면 이 두 세포가 반응을 함으로써 빛의 자극을 신호로 변화시켜 뇌에서 사물을 인식하게 한다.

원추세포에는 적색·녹색·청색 광에 예민한 세 종류의 세포가 있어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 빨간색 계열을 보는 장파장 세포인 로우(ρ) 세포, 노란색 계열을 보는 중파장 세포인 감마(γ) 세포 그리고 파란색 계열을 보는 단파장 세포인 베타(β) 세포가 그것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파장에 따라 적색·녹색·청색 이 세 종류의 수용기에서 발생하는 흥분에 차이가 생기고, 이러한 차이가 신경계에 그대로 전달됨으로써 색깔 식별이 가능해진다. 정상인의 경우 로우(ρ) 세포와 감마(γ) 세포, 베타(β) 세포의 분포 비율이 40 대 20 대 1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빨간색 계열의 색깔이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빨간색은 눈에도 잘 띌 뿐만 아니라 식욕을 자극하는 색으로도 알려져 있다. 반면 파란색 계열은 식욕을 자극하는 힘이 약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색채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파란색과 초록색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색이며, 신경과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푸른 잔디와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의 느낌을 떠올려보자. 녹색이나 파란색 계통은 분명 눈을 보호하는 데 좋다. 하지만 ‘입’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파란색을 띠고 있는 음식은 거의 없다. 인체에서 파란색이라곤 시퍼런 멍이나 정맥과 같이 불쾌함을 떠올리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파란색 음식’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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