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 결제 시장’ 주도권 넘본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3.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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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실무진들 모여 공동 사업 협의 중…핵심 진행은 삼성카드가 맡은 것으로 알려져

ⓒ 시사저널 이종현

삼성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한다. 삼성카드, 삼성전자, 삼성SDS는 최근 모바일 결제 사업에 대한 실무적인 협의를 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기존 모바일 결제 시장을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 업계는 시장의 주도권이 이동통신사에서 휴대전화 제조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은 상태에서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모바일 결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 실무진들이 회의를 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시기는 아니고, 올 상반기쯤 윤곽이 잡힐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 사업의 핵심 진행은 삼성카드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신용카드 사업으로 쌓은 노하우와 정보를 모바일카드 사업의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이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모바일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바일 결제란, 말 그대로 물건을 사고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10년 전부터 소비자가 사용해온 계좌 이체, 소액 결제, 대중교통 결제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모바일카드가 차세대 결제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바일카드는 기존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휴대전화로 옮겨온 것이다. 금융 거래와 첨단 기술이 합쳐진 만큼 편리성이 배가되어 소비자의 구미를 끈다.

소비자는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간편성 외에도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매장에서 옷을 구입할 때, 휴대전화로 그 매장의 할인 쿠폰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결제 단말기에 대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결제와 동시에 할인 혜택, 포인트 적립 등이 동시에 처리된다.

모바일카드 결제는 세계적인 흐름

모바일카드 시장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은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금융 거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금융 거래가 휴대전화로 은행 일을 처리하는 모바일 뱅킹이다.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2천만명을 넘어섰다. 모바일 금융 거래의 편리성을 느낀 소비자들이 모바일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니다. 현재 국내 모바일카드 발급 수는 20만개 안팎이며, 시장 규모는 약 7백억원으로 추산된다. 약 6백조원에 육박한 기존 신용카드 시장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만큼 성장할 여지는 크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신용카드업계와 휴대전화업계에 모바일카드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인 셈이다.

눈치 빠른 신용카드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동통신사와 함께 수백 종의 모바일 신용카드를 내놓았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하나SK카드라는 회사를 설립해 이 시장의 선점을 노렸고, KT는 비씨카드를 인수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모바일 사업팀을 신설하고 이동통신사 3사 모두와 계약을 맺었다. 약 18만장의 모바일카드를 발급한 하나SK카드는 지난해 모바일카드를 통해 약 1백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2010년 10억원대 매출이 1년 만에 1백2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모바일카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바일카드는 도입 초기여서 외형만 커지고 있다. 통일된 표준이 없어서 소비자가 불편을 느끼고 있다. 기존 신용카드와 달리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극히 소수이다. 전국 2백50만 가맹점에 모바일카드 판독기가 보급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어느 신용카드 또는 어느 이동통신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 가입자는 삼성의 일부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제조사의 휴대전화로는 현대카드의 모바일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구조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이런 구조를 정리하는 데 들어갔다.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 등 19개 관련 업체를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기술 표준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것이 NFC(근접 무선통신) 방식이다. 모바일카드가 들어 있는 휴대전화를 결제 단말기에 대면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 명동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했고, 지난 2월23일 전국 2만2천여 개 마트·편의점·커피숍·주유소 등에서 NFC 방식으로 모바일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진배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은 “단순 결제 서비스로 시작하지만 쿠폰 등 기업의 마케팅이나 보안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NFC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펼쳐 NFC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모바일카드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모습.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삼성, 휴대전화 자체에 모바일카드 탑재”

이런 상황에 삼성의 모바일카드 시장 진출은 자칫 ‘뒷북’이 될 수 있다. 이미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가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삼성은 이들을 따라잡아야 할 처지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삼성전자)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신용카드 관계자는 “시장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삼성이 휴대전화 자체에 모바일카드 기능을 탑재할 것 같다. 현재 모바일카드 기능은 휴대전화의 유심(USIM) 칩에 넣는 방식인데, 삼성은 유심 칩이 아니라 휴대전화 자체에 그 기능을 기본으로 장착하는 것이다. 유심 칩으로 이동통신사가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유심 칩에서 그 기능을 빼면 모바일카드 시장의 주도권이 휴대전화 제조사로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삼성이 그런 휴대전화를 내놓으면 모바일 결제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는 이유이다. 삼성카드가 단독으로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SDS와 협력하는 것도 이와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또 월렛(wallet·지갑)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개의 모바일카드를 담을 수 있는 전자 지갑이다. 소비자가 몇 개의 모바일카드를 사용하든 한 개의 전자 지갑으로 관리할 수 있다. 쿠폰, 할인카드도 넣을 수 있다. 굳이 현금을 사용할 일이 없다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미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이름만 다를 뿐 전자 지갑을 앱(애플리케이션; 모바일용 프로그램) 형태로 내놓았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애플은 휴대전화까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창의적인 서비스를 단말기에 꼭 맞춰 내놓을 수 있다. 삼성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방식을 들고 오느냐에 따라 시장의 변화가 달라질 것 같다. 그러나 삼성만의 힘으로 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용카드업계와 이동통신업계는 삼성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심 삼성의 진출을 바라는 눈치이기도 하다. 모바일카드 시장을 급속도로 팽창시킬 촉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모바일카드 시장에서는 임계점이 곧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팽창한 것처럼 모바일카드 시장도 어떤 계기를 맞아 급성장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숙할 대로 성숙한 이 시장을 삼성이 건드려주면 시장이 커지고, 결제 방식도 빠르게 표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이 2014년까지 2천4백50억 달러(약 2백6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들도 금융사, 유통사와 손잡고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과 구글이다. 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들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애플은 아이 월렛(i wallet)이라는 전자 지갑 형태로 이 시장에 뛰어들 기세이다. 이를 위해 여러 건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특허 전문 사이트인 페이턴트리애플에 따르면 애플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NFC 결제 관련 특허를 23개 획득했다. 애플은 세계적으로 3억명이 넘는 애플 기기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이튠스용 사용자 2억명의 신용카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본 체력으로 아이폰에 모바일카드를 내장하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게다가 아이 월렛은 애플 앱스토어와 달리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외신들은 애플이 비자카드와 제휴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는 구글이 마스터카드와 연합 전선을 편 것에 대한 대항마로 여겨진다. 구글은 지난해 구글 월렛(google wallet)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씨티은행은 구글 월렛에 신용카드를 장착했다. 결제 단말기는 마스터카드가 맡았다. 마스터카드는 자사의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인 ‘페이패스’와 구글 월렛이 호환되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전세계 31만 가맹점에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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