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도, 신인도 ‘살얼음판 경주’
  • 조해수 기자·고우리 인턴기자 ()
  • 승인 2012.03.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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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 을·노원 병 등 격전지 5곳에서 피 말리는 각축…민주당 텃밭 광주 서구 을까지 ‘안갯속’

서울 동작구 사당2동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 ⓒ정몽준 의원실 제공

■ 서울 동작 을 : 정몽준(새) vs 이계안(민)

현대중공업 오너와 현대 계열사 사장 간의 맞대결

서울 동작 을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주주로서 실질적 오너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현대자동차·현대카드 CEO를 지낸 이계안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후보로 맞붙게 되었다. 울산에서만 내리 5선을 했던 정 전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때 지역구를 동작 을로 옮겨 정동영 당시 민주당 후보를 꺾고 6선을 기록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17대 때 이곳에서 당선되었지만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4년 만에 재도전에 나섰다. 특히 이곳은 여권의 ‘잠룡’인 정 전 대표의 당선 여부에 따라 향후 여권의 대권 구도와도 연결되어 있어 관심이 뜨겁다.

정 전 대표와 이 전 의원의 남다른 인연도 화제이다. 두 후보는 1975년 서울대 상대를 함께 졸업했으며, 이듬해 나란히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사장 취임과 정계 진출에서는 정 전 대표가 이 전 의원보다 정확히 16년 빨랐다. 정 전 대표는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에 올랐고, 이 전 의원은 1998년 현대자동차 사장에 취임했다. 국회 역시 정 전 대표는 1988년, 이 전 의원은 2004년에 입성했다.

지난 3월14일 아침 이른 시간. 사당역에서는 불과 몇 m 간격을 두고 두 후보의 거리 유세가 진행되었다. 정 전 대표는 “정을 몽땅 준(정·몽·준) 사람을 찍어달라”라는 이색 구호를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워낙 인지도가 높다 보니 시민들이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경우도 많다. 정 전 대표는 “동작구는 가장 먼저 개발된 ‘원조 강남’이지만 다른 강남권보다 낙후되어 있다. 동작구의 상업 지역 비중은 서울 전체 평균인 30%에도 못 미친다. 원조 강남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동작구 상업 지역의 비율을 서울 평균치까지 끌어올리겠다”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지난 3월11일 당내 경선에서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허동준 후보를 이긴 후, 명함을 ‘이제는 이계안입니다’로 바꾸고 본격적인 유세에 나섰다. 이 전 의원은 “정 전 대표와 나의 대결을 두고 ‘주인집 도련님과 머슴의 대결’이라고도 하더라. 그래서 명함에 ‘머슴 이계안’이라고 쓰려고도 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보아야 재벌 2세 도련님(정 전 대표)처럼 될 수 없다. 그러나 자수성가한 머슴(이 전 의원)은 될 수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MB 정권 심판과 함께 경제 민주화를 통한 99%의 서민이 승리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동작 을에는 진보신당의 김종철 부대표도 출사표를 던졌다. 동작 을은 강남권이지만 대학·학원가가 밀집해 야성이 강한 곳이다. 이 때문에 김부대표의 득표력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서울 노원 병 선거구에서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오른쪽).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노원 병 : 허준영(새) vs 노회찬(진)

치안 총수 출신 거물급 신인 vs 노동운동가 출신 스타 정치인

홍정욱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한 서울 노원 병에 허준영 전 경찰청장(59)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이 지역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55)이 국회 재입성을 노리는 곳이다. 진보 진영의 ‘간판 스타’인 노대변인은 당시 홍의원과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치다가 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허 전 청장이 투입되면서 이 지역에서는 치안 총수 출신의 거물급 신인 정치인 대 노동운동가 출신의 대중적 중견 정치인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지난 3월15일 오전 7시, 노회찬 대변인은 수락산역 입구에서 출근길에 오른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빠지지 않고 계속해온 일정이라고 한다. 출근 인사는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준비해 간 명함 2천장이 어느새 동이 났다. 노대변인은 “지난 총선 때보다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변화의 바람이 더 강하게 불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 날 아침 허준영 전 청장도 노원역 입구에서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허 전 청장은 강남 을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지난 3월13일 이 지역에 전략 공천되었다. 선거전에 늦게 뛰어든 만큼 주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고 한다. 허 전 청장은 “여건이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진정성을 갖고 공직에서 열심히 일한 모습을 주민들에게 알리면 승산이 있다”라고 자신했다.

선거 판세는 아직 뚜껑을 열어보기 전이지만 지난 4년간 와신상담하며 지역을 다져온 노대변인이 한 발짝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노원 병 지역은 서울에서도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2004년 총선 때 분구가 되었는데,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내리 4선을 할 정도로 ‘민주당 텃밭’이었다. 지난 총선의 경우 통합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한 김성환 현 노원구청장이 16.3%를 득표해 야당표가 갈렸다. 그런만큼 이번 총선에서 야권 연대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가 변수이다. 노대변인과 이동섭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55)의 후보 단일화가 지지층 확대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노대변인과 허 전 청장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노대변인은 대학 졸업 후 위장 취업으로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1989년 인천 지역 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3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허 전 청장은 외무고시 출신으로는 최초로 경찰에 입문했다. 그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2004년 12월 경찰 수장에 올랐고, 2009년부터 3년 가까이 코레일 사장을 맡았다. 노대변인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민주화’를, 허 전 청장은 ‘현장 중심의 힘 있는 정책 실천’을 강조한다.

이건상│전남일보 기자

광주 서구 을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오른쪽)가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정현 의원실 제공, ⓒ 연합뉴스

■ 광주 서구 을 : 이정현(새) vs 오병윤(진) vs 김영진(무) vs 정남준(무) vs 서대석(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이번 총선 최대 이변 일으킬 수 있을까

호남에서 대이변이 일어날 수 있을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입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53)의 행보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찌감치 공천을 받고 지역을 누비고 있는 이의원에 맞서 야권은 이 지역을 야권 연대 지역으로 결정했다. 범야권은 통합진보당 오병윤 전 민노당 사무총장(54)이 전략 공천되었다. ‘새누리당 대 야권 연대’라는, 호남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더 복잡하다.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낙마한 김영진 현역 의원(64), 광주 지역 대표적 친노 인사인 서대석 전 청와대 비서관(50), 정통 관료 출신인 정남준 전 행정안전부 차관(55) 등이 무소속으로 출전 채비를 차렸다. 선거 지형도가 야권 분열의 다자 구도로 흐른 데다, 호남 물갈이 실패에 따른 ‘반(反)민주당’ 정서가 꿈틀대면서 예측 불허의 격전지로 변하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여권 내 호남 인물론’을 내세우며 바닥표를 다지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주말마다 광주를 방문할 정도로 발품을 팔아왔고, 민주당 의원보다 더 호남 예산 확보에 열을 올려 오피니언 그룹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광주 지역의 한 시민단체 인사는 “이제 호남에서도 새누리당 의원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정서가 있다.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한다는 소식이 역으로 이의원의 지지세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의원은 KBS 광주총국이 지난 3월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의원은 다자 구도로 선거전이 진행될 경우, 비록 오차 범위이지만 12.5%로, 2위 서대석 전 비서관(11.9%)을 앞질렀다. 그는 전남일보와 광주·전남 지역 언론사 공동 조사에서도 평균 11.8%를 보여 김영진(14.7%), 서대석(14.9%) 후보 등과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야권 단일 후보의 깃발을 움켜쥔 오병윤 전 사무총장은 전남대 총학생회장, 민노당 광주시당 위원장을 지낸 광주 지역의 재야 운동권 인사로 명망이 높다. 오 전 사무총장은 광주시장 선거(2006년), 광주 서구 을 총선(2008년), 남구 보궐 선거(2010년)에 나선 바 있다. 남구 보선에서는 민주당 장병완 후보에 맞서 40%대 득표로 파란을 일으켰다. 오 전 사무총장은 현재 평균 5.7%대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단일 후보 공천 이후 지지세가 급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야권 무소속 후보의 난립과 낮은 인지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서대석 전 비서관은 당의 공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해 민주통합당의 강력한 공천자로 여겨져왔다. 정남준 전 차관은 처음부터 무소속을 선언해 인물론으로 표밭을 누비고 있으며, 김영진 의원은 아직은 컷오프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관망 중이다.

충북 청주·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충북 청주 상당 : 정우택(새) vs 홍재형(민)

전 충북도지사 VS 현 국회부의장 … 거물급 정치인 진검 승부

청주 상당에서는 충북을 대표하는 두 거물급 정치인이 진검 승부를 펼친다. 새누리당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59)와 민주통합당 홍재형 국회부의장(74)이 일찌감치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맞서고 있다.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이 위치해 ‘충북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이곳의 선거 결과가 충북 지역 총선의 판세를 대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월15일 오후 1시20분께 정우택 전 지사는 금천동 주민센터 부근의 한 기사식당을 찾았다. 지난해 7월 택시 운전면허를 취득한 그는 8개월 동안 주말마다 청주 시내에서 택시를 몰며 민심을 들어왔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몇 차례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는 정 전 지사는 “LPG 가격이 오르는 만큼 벌이가 안 되어서 어렵더라”라며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이에 앞서 12시50분께 홍재형 부의장도 금천동 주민센터 앞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그는 인근 식당 앞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세 명의 청년들과 자리를 마주했다. “일자리 걱정이 제일 크다”라는 이들에게 홍부의장은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돌아온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전 지사가 홍부의장을 앞서면서 선거전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 전 지사는 지지율이 앞선 데 대해 “도지사 때 보여준 강한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당구는 지난 12년 동안 발전이 거의 없었다. 변화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부의장은 경륜과 능력을 앞세웠다. 그는 “당내 기반도 월등히 낫다”라고 강조했다. 선거에서 승리해 4선 고지에 오르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계획인 홍부의장은 “지역에서 국회의장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는데 (국회의장이 되면) 충청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당의 ‘지역 실정론’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 전 지사는 “도지사와 시장, 국회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야당 일색이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홍부의장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충청도를 무시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번 선거는 MB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이다”라고 주장했다.

선거 초반부터 정 전 지사는 지역구 이전, 홍부의장은 고령이라는 점이 상대측으로부터 공세의 대상이 되었다. 정 전 지사는 진천 출신으로 충북 중부 지역 4군(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재선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지사는 “저쪽에서 토박이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가 여기서 도지사로 일을 했기 때문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홍부의장은 70대 고령이라는 지적에 대해 “나이 때문에 의정 활동과 지역 활동을 제대로 못한 적이 없다. 일은 못하게 하고 표만 달라는 것은 노인 폄하이다”라고 비판했다.

경남 김해·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경남 김해 을 : 김태호(새) vs 김경수(민)

‘2%’ 차이의 민심, 이번에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선거 무패 신화’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49)과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민주통합당 김경수 예비후보(44)가 맞붙은 경남 김해 을은 4·11 총선 관심지인 PK(부산·경남) 지역 중에서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김해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정치적 의미 외에도, 최근 벌어진 두 차례 선거에서 단 2%의 득표율 차이로 승패가 갈렸던 경험 그리고 유권자 성향을 짚어보면 ‘초박빙 승부’가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지난 3월14일 오후 7시, 기자는 경남 김해시 봉황동 김해YMCA회관 강당에서 열린 지역 자율방범대원 월례회 행사를 앞두고 김태호 의원을 만났다. 옛 한나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어깨띠를 두른 그가 곁으로 다가오자 자극적인 목캔디 향기가 났다. 그는 “며칠 전 이른 새벽부터 출근길 인사를 나갔는데 날씨가 추웠던 탓인지 목감기가 걸렸다”라며 웃었다. 김의원은 김해 을이 ‘노풍’(盧風)의 진원지라는 점을 의식한 듯, “지역 유권자는 정부·여당이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느끼고 있다. 현 정부와 여당도 거기서부터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라고 말했다.  

김해는 새누리당의 텃밭 속에서도 노풍의 영향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김해 을은 장유면을 중심으로 인근 창원, 부산 등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유입 인구가 많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었던 노풍이 김해에 똬리를 틀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김해 을 보궐 선거에서 한 번의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민주당은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3월14일 오후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김사무국장의 선거 사무실에 들어서자 두 개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바람의 시작’과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 전자는 김해 을이 PK 지역 노풍의 진원지라는 점을, 후자는 김사무국장이 노무현 정신의 정통 계승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사무국장은 “상식과 원칙이 통하고, 반칙과 특권이 없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 김해 을 유권자들이 20년 이상 특정 정당에 점령당했던 부산·경남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을 해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심은 아직 엎치락뒤치락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3월10일)에서 김경수 사무국장(38.6%)이 김태호 의원(32.9%)을 5.7%포인트 차로 앞섰다. 하지만 엠브레인의 조사(3월9일)에서는 오히려 김의원(40.3%)이 김사무국장(32.8%)을 7.5%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 을의 선거 판세에 따라 민주당이 노리는 ‘낙동강 전선’ 혈투의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해적기지’ 논란으로 공수 뒤바뀐 여야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 안겨

3월6일 오후 6시.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제주 해군기지 부지에 있는 구럼비 해안 바위의 폭파를 승인했고,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 주민들과 경찰 병력 사이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날 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40.7%, 민주통합당은 32.5%, 통합진보당은 5.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7.8%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음 날인 7일 오전 11시23분.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가 결국 시작되었다. 발파 당일 리얼미터 일간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은 전날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9.0%를 기록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1.5%포인트 하락한 26.5%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1.1%포인트 오른 33.6%, 통합진보당도 0.4%포인트 오른 5.5%를 기록했다. 강제 진압과 발파, 무리한 시위대 연행 소식에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다.

그런데 발파 당일 밤부터 돌연 ‘고대녀’(김지윤씨)의 ‘해적기지’ 논란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여당이 발파 강행, 강제 진압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던 차에, ‘고대녀’의 해적기지 표현이 공수 교대의 분수령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9일 실시된 리얼미터의 일간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은 40.6%로, 발파 전날의 지지율로 회귀했다. 반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각각 32.9%, 4.6%로 양당이 동반 하락했다. 유시민·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지지율도 함께 하락한 반면,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27.6%로 반등했다.

이후 실시된 미디어리서치의 제주 해군기지 추진 찬반 여론조사에서도, 52.2%가 예정대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여 절반을 넘었고,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27.6%에 그쳤다.

특히 이것은 전 연령대에서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이후 야권과 진보 진영에서의 해군기지 반대 주장과 관련한 보도는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고, ‘고대녀’도 지난 3월12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는 탈락한 이후에도 ‘해적기지 마녀 사냥’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말로 낙선 인사를 대신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15일, 새누리당은 40.4%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민주당은 31.7%로 추가 하락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0.9%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만약 ‘고대녀’의 ‘해적기지’ 논란만 없었어도 여당과 정부는 아직까지 수세적인 입장에 놓여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해적기지’ 논란으로, 야당은 갑작스레 수세적 입장이 되었고, 여당과 국방부는 공세적 입장으로 공수 교대를 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여론조사 지표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총선이 3주일여 남은 지금, 앞으로 또 어떤 ‘지뢰’가 어느 당에 터질지 모른다.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여야는 정책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에 각별히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수가 교대될 수 있다는 교훈을, 젊은 국회의원 지망생 ‘고대녀’가 정치권에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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