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보도로 들춰낸 ‘상식 밖의 대한민국’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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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가 밝혀낸 충격적인 ‘권력과 돈의 X파일’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 지음 타커스 펴냄 498쪽│1만8천원
정계와 재계에는 참 비밀도 많다. 그중 작은 비밀 하나가 새어도 세상이 발칵 뒤집어진 것처럼 시끄러워진다. 그 비밀이라는 것이 대체로 구린 냄새 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산지’로 불리는 독보적인 ‘1인 미디어’이자 탐사 보도의 1인자라고 자부하는 안치용씨. 기자 출신이기도 한 안씨가 전·현직 대통령, 재벌, 정권 2인자 등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비리를 담은 책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출간해 정·재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과 재벌의 해외 부동산 불법 매입을 파헤침으로써 이대통령의 사돈인 조현준-조현상을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을 받게 했던 안씨는, 이 책에서 이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일가의 비리를 최초 공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안씨는 조현범 사장이 이대통령의 직계 가족이 된 이후인 2004년 하와이에 고급 콘도를 구입하는 등 18세 때부터 지금까지 하와이 부동산을 불법 매입한 과정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 책에 따르면, 조현범 사장은 어머니 홍문자씨가 불법 매입한 또 다른 하와이 부동산의 지분 일부를 자신의 19세 생일날 넘겨받아 등기를 마쳤다. 게다가 조현범 사장의 형인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도 20세인 1990년 하와이에 단독주택을 불법으로 사들이는 등 조현범 일가는 1990년 한 해에만 3채, 2004년 1채 등 지금까지 하와이 등에서 부동산을 불법 매입했다. 이 내용들 모두 명확한 증거와 관련 자료에 근거해 기록했다는 안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적어도 6천여 건 이상의 공문서를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부동산에 관련된 글들은 계약서 등 등기 서류에 근거했고, 재판 관련 글들은 법정 서류와 속기록, 공소장과 판결문을 검토했다고.

1991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한 안씨는 2003년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에 살면서 소문으로 떠돌던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의 해외 부동산 불법 취득 사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안씨가 발굴 취재한 첫 뉴스는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사망에 관한 진실이었다. 안씨는 뉴저지 주의 어느 공동묘지에서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묘비를 찾아 세상에 알리면서 탐사 보도의 첫걸음을 뗐다. 이후 뉴욕·뉴저지의 등기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찾아낸 한국 권력자와 재계 실력자들의 불법 실태를 파헤쳤고, 이를 자신의 블로그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의 블로그는 대한민국 언론사, 정·재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이 하루 중 가장 먼저 찾는 사이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 책에 밝힌 권력자들의 비리는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기득권층이 저질러온 것들이다. 모든 국민이 끼니를 걱정하며 어렵게 살던 1970년대에도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고급 콘도를 사서 금빛 모래사장을 즐기던 대한민국 권력자들, 대통령과 그들의 친인척,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통해 특혜를 누린 재벌 총수 일가들…. 안씨는 그런 모습을 보고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면서 “이는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이고 꼭 내 손으로 정리해야지 하고 다짐하던 분야였다”라고 취재 동기와 책의 집필 의도를 밝혔다.

안씨가 탐사 보도를 그치지 않는 이유는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집요하고 우직한 끈기로 국내 언론사들도 해내지 못한 수많은 특종을 혼자의 힘으로 터뜨렸고, 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안씨는 오직 사명감만으로 해낸 그동안의 과정을 ‘바보의 우직함’에 비유하며, 앞으로의 할 일 또한 우직하게 점검하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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