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군소 정당들 비례대표 ‘간판’들고 총선 앞으로
  • 이규대 기자·홍재혜 인턴기자 ()
  • 승인 2012.03.2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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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청년당·녹색당 등 ‘정당 득표율’ 제도 통해 원내 진입 노려 비례대표 앞자리에 당 가치 대변해줄 ‘상징 인물’들 배치

진보신당 비례대표 │ 김순자·정진우·홍세화 ⓒ 진보신당 제공
한국 정치는 ‘양당제’의 특성이 강하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라는 거대 양당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자유선진당이나 통합진보당 등의 정당들이 변수로 등장하지만, 결국 여야 구도 속에서 양자의 힘겨루기로 승부가 가려진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에도 나름의 독창적 색깔을 지닌 정당들이 있다. 특히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런 정당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 문제 해결을 표방하고 나선 젊은 정당 ‘청년당’, 탈핵 등 환경 이슈에 집중하는 ‘녹색당’ 등이 최근 잇따라 창당하며 정책 정당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자유민주당’ ‘한국기독당’ ‘불교정도화합통일연합당’처럼 종교를 기반으로 한 정당들도 정치적 세력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가자! 대국민중심당’처럼 노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도 있다. ‘통합 세력’을 통합진보당으로 떠나보낸 진보신당은 최근 사회당과 합당하며 좌파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당장 원내 진입이 지상 목표인 이들 군소 정당에게 비례대표 선거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의석을 얻을 수 있는 하한선인 전국 3%의 지지율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군소 정당 입장에서는 그나마 거대 양당 중심인 정치 지형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원내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비례대표로 어떤 후보를 어떻게 내세울지를 둘러싼 각 정당의 셈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비례대표 1번’은 당의 얼굴이다. 각 정당이 표방하는 핵심적인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을 내세운다. ‘3%’라는 정당 지지율에 도전하는 군소 정당의 처지에서는 당내·외의 지지 역량을 결집시킬 만한 인물을 1번으로 내세워야 한다. 눈길을 끄는 ‘1번’ 후보가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청소노동자에게 ‘1번’ 배정

녹색당 비례대표 │ 이유진·유영훈 ⓒ 녹색당 제공
진보신당은 청소노동자인 김순자씨(57)에게 비례대표 1번 자리를 배정했다.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당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로 꼽혔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 지역 연대노조 울산과학대 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후보는 2007년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과학대의 청소노동자 부당 해고에 맞서 정몽준 의원실을 찾아가 점거 등의 투쟁을 통해 해고 철회를 얻어낸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 사건으로 김후보는 ‘울산에서 정몽준을 이긴 유일한 여성 노동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후보는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이 책임감이 막중한 비례대표 1번을 맡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 및 당원들이 힘을 보태준 덕에 이렇게 나섰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해야 했던 청소노동자의 처지를 떠올리며 차별과 배제가 없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홍세화(65) 진보신당 대표(2번), 귀화 한국인인 박노자(39) 오슬로대 교수(6번) 등 세간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지식인들을 배치해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를 기획해 구속 수감된 바 있는 정진우(43)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4번), 해직 교사 출신인 장혜옥(58) 진보신당 여성위원장(5번) 등도 눈길을 끈다.

청년당의 비례대표 선거는 전략에서 지역구 선거와 ‘투트랙’ 을 이룬다. 청년당은 이념적 성향이나 가치관을 떠나, 모든 청년을 모으고 이들이 정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청년을 후보로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청년당은 마포·중구·부산 사하 지역구에 ‘평범한’ 20대 청년들을 후보로 공천했다.

청년당, 전문성 갖춘 ‘올드보이’들 전진 배치

청년당 비례대표 │ 강연재·오태양 ⓒ 청년당 제공
하지만 이들 청년 후보에게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그래서 청년당은 전문성을 갖춘 ‘올드보이’들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다. 지역구 후보들보다는 나이가 많고 각자의 영역에서 오래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해온 청년들이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비례대표 후보 1번 강연재 변호사(35)이다. 강변호사는 무료 변론 등을 통해 사회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전문성 있는 인재라는 점에서 청년당을 대표할 만한 ‘얼굴’로 낙점되었다.

비례대표 2번인 오태양 사무총장(36)은 지난 2004년 한국 사회에 등장한 첫 ‘평화주의적 병역 거부자’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청년 교육 사업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해왔다. 특히 안철수·박경철의 ‘희망 공감 청춘 콘서트’를 기획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오사무총장은 “청년 문제는 세대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의제이다. 청년 문제를 해결할 힘과 리더십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3번인 강주희 공동대표(37) 또한 대학 시간강사 출신의 전문 인력이다. 마찬가지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다.

녹색당은 가치 중심의 정당을 표방한다. 비례대표 후보 역시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아이콘’들을 내세웠다. 1번은 ‘탈핵 후보’, 2번은 ‘농민 후보’, 3번은 ‘여성 및 생명 후보’와 같은 식이다.

비례대표 후보 1번에 배정된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37)은 탈핵 전문가이다. 이후보는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번인 원자력 전문가 민병주 후보를 향해 대립각을 세운다. 이후보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여론이 커졌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민병주 후보를 공천해 원전을 확대하고 이에 기반을 둔 수출 산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준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에 입성하려 한다. 탈핵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 정책을 전환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2번인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 위원장(59)은 30여 년 동안 농민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탈토건, 생태 사회의 복원 등을 외친다. 3번 후보인 장정화 녹색당 서울시당 사무처장(39)은 당원들의 다양한 활동 영역을 대변한다. 생명 존중, 동물 복지, 여성, 평화 등 다양한 가치를 말하는 나머지 당원의 요구를 수용해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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