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복직한 원충연, 출근 안 한 채 월급만 탔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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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핵심 실무자인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 지난해 9월 서울북부고용센터로 발령 난 후 소속은 ‘뒤죽박죽’, 근무 행적은 묘연

원충연 전 조사관은 망원경·카메라 등을 사찰 도구로 사용했고, 사찰 내용을 수첩(위)에 기록했다.

<시사저널>이 원충연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50)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니 여러 의문이 생겼다. 원씨는 지난해 9월24일 고용노동부에 복직했다. 당시 고용부는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북부지청에 발령을 냈다”라고 밝혔다. 복직 당시의 직급은 6급(주무관)이다. 원래는 5급(사무관)이었으나 중앙징계위원회에서 1계급 강등과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으면서 직급이 내려앉았다.

그는 복직되면서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울북부지청 산하 서울북부고용센터의 ‘기업지원 제2과장 직무대리’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이것은 눈속임일 가능성이 있다. 고용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원충연씨는 센터에 출근도 안 하고, 근무도 하지 않았다. 월급만 받은 것으로 안다. 그가 근무를 했다면 업무일지 등 근무한 기록 등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통해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CCTV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기자는 그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고용부의 공개된 인사 시스템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원씨는 고용부 안에서 소속이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정부 행정 시스템상 일부러 의도하지 않고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원 전 조사관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알기 위해 고용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충연’이라는 이름으로 직원 검색을 했다.

그랬더니 ‘부서명’이 ‘기획총괄과’(서울북부고용센터)로 되어 있었다. 담당 업무는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원씨가 처음 발령받은 것은 ‘기업지원 제2과장 직무대리’였다. 그는 ‘기획총괄과’에 소속된 적이 없었다. 전화번호를 확인해보니 ‘기업지원2과장’의 번호였다.

즉 발령은 ‘기업지원 제2과장 직무대리’로 해놓고 전산 시스템상에는 기획총괄과로 되어 있으며, 전화번호는 ‘기업지원 제2과장’의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서울북부고용센터에는 김 아무개 과장이 정식 ‘기업지원2과장’이다. 고용부 ‘직원 찾기’에도 그가 기업지원2과장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용부 전산망대로 원충연씨가 서울북부고용센터에서 근무 중이라면 당연히 센터 홈페이지 ‘부서 및 직원 소개’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가 없다. 기자는 3월15일 오후 북부고용센터 기업총괄과에 전화해서 원충연 주무관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해당과의 직원은 처음에는 “올해 2, 3월 인사에서 인천고용센터 기획총괄과장으로 발령이 나서 갔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한번 “정확히 언제까지 근무했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7~8분 정도 누군가와 상의하더니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밀이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실제 근무한 것이라면 ‘근무 일자’를 말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추구하는 ‘열린 행정’과도 상반된 것이다. 현재 공공 기관의 홈페이지에는 직원들의 이름과 업무, 전화번호, 이메일까지 공개되어 있다. 심지어 사진까지 공개한 곳도 있다. 각 부처의 인사가 단행되면 이를 언론에 알리고 있다. “직원의 근무 일자가 비밀이다”라는 것은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다.

이번에는 고용센터 기획총괄과의 안 아무개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주무관의 정확한 근무 일자를 물었다. 그는 한참 후에 “2011년 9월24일부터 12월22일까지 기업지원2과장 직무대리로 근무했다.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불과 몇십 분 만에 기획총괄과 직원과 과장의 말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원충연 전 조사관의 행적을 더 추적해 들어갔다. 그런데 원충연 전 조사관의 뒤를 추적하면 추적할수록 의문이 커졌다. 그의 정확한 소속은 어디일까. 만약 출근하지 않았다고 해도 형식상 소속은 있을 터였다. 북부고용센터 직원이 처음에 알려준 대로 인천고용센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다.

인천고용센터의 ‘부서 및 직원 소개’를 찾아보니 ‘원충연’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해할 수 없기는 여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소속은 인천고용센터의 ‘기획총괄과’로 되어 있었다. 담당 업무는 ‘기업지원2과장’이었다.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전화번호가 서울북부고용센터 ‘기업지원2과장’의 번호였다는 사실이다. 이메일에서도 그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고용부의 메일 계정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유독 원 전 조사관만 개인 메일이 등록되어 있었다.

고용부 “별도 명령 있을 때까지 근무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이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기업총괄과에 전화해서 “원충연 주무관을 바꿔달라”라고 했다. 해당과의 직원은 “지난 2월 말에 발령이 났으나 아직까지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출근 여부를 물었더니 “출근은 안 하고 있다”라고 확인해주었다. 자리도 없다고 했다.

<시사저널>은 원충연 전 조사관의 재직에 관한 건을 공식 확인하기 위해 3월15일 오후에 고용부 대변인실 홍보기획팀에 전화를 했다. 대변인실에서는 해당 부서인 운영지원과로 문의하라고 했고, 기자는 양 아무개 사무관에게 네 차례에 걸쳐 전화를 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회의 중’이라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도 걸려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홍보기획팀의 직원 이메일로 질의서를 보냈다. 원충연씨에게도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16일 오전 10시쯤 고용부에서 답변서가 왔는데 “2011년 9월24일자로 서울북부고용센터 기업지원2과에 복직 후 별도의 인사 명령이 있기 전까지 해당 부서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라고 했다. 답변 내용을 보면 복직 날짜는 있는데, 언제까지 근무했는지가 없었다. 기자는 재차 메일을 보내 ‘별도의 인사 명령이 있기 전까지’라고 했는데, 어떤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자는 같은 날 오전 10시10분쯤 원충연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원씨가 받았다. 출근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원씨에게 ‘복직한 후 출근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맞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원씨는 “그 문제는 말할 것이 없다. 끊겠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원씨와 통화한 후에는 고용부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10시38분쯤 원충연씨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일을 했는데 왜 안 했느냐고 하느냐.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버리겠다”라며 큰소리로 엄포를 놓고는 끊었다. 그 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안 아무개 서울북부고용센터의 기획총괄과장이 전화해서 “제대로 잘 근무했다”라고 했고, 이어 고용부 운영지원과 계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복직한 후 지난해 12월22일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했다. 1월1일부터 정직 3개월의 재징계를 받았다.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다”라며 목청을 높였다. 고용부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원씨는 복직해서 3개월만 일을 했는데, 지금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민간 사찰을 해서 국민에게 아픔을 주고 2심에서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면직시키지 않고, 복직시켜 봉급을 준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차원을 넘어 범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근무 여부는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2년 기준으로 공무원 봉급 표를 보면 6급(20호봉)의 경우 월평균 3백만원 이상을 지급한다. 원조사관의 경우 나이와 호봉 등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직한 후 제대로 근무를 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충연은 누구인가  

원충연 전 조사관은 민간인 사찰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동향인 포항 출신의 김충곤 점검1팀장 등과 사찰 인물들을 뒷조사하고 미행하는 일을 했다. 그가 사찰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일명 ‘원충연 수첩’은 민간인 사찰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집요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수첩에는 사찰 당시의 일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사찰 대상에도 정치인, 관료, 공기업·노동·언론계 인사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원 전 조사관은 민간인 사찰이 폭로된 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직위 해제되었다. 급기야 구속되는 신세가 되었다. 1심에서 징역 10월을 받았으나 항소했고, 2심에서는 1심보다 2개월이 줄어든 8개월을 받았다. 2011년 7월에 만기 출소한 후 대법원에 항고했다. 만약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현행법에 따라 면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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