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판 <모래시계>도 없고…”
  • 채은하│프레시안 기자 ()
  • 승인 2012.03.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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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4사 시청률, 0%대에 머무르며 하향 평준화…메인 뉴스 펑크 났는데도 반향조차 없어

종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TV조선의 드라마 . ⓒ TV조선 제공

“종편에는 <모래시계>가 없다.”

출범 100일을 넘긴 종편의 현주소이다. 각 종편은 지난 1995년 당시 SBS를 일약 KBS·MBC 등 기존의 지상파 방송의 지위로 끌어올려준 드라마 <모래시계> 신화의 재현을 기대하며 각종 드라마 등 대형 프로그램을 쏟아냈으나 하나같이 0%대 시청률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매체 파워를 높여주기는커녕, 모기업인 신문사의 기반까지 흔드는 ‘복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출범 후 100일간 종편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그나마 시청률이 높다는 JTBC의 개국 이후 3월 초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0.46%이다. 채널A는 0.36%, TV조선은 0.34%, MBN은 0.30%였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참조). 종편 4사 모두 일일 평균 시청률이 1%를 돌파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지금  MBC와 KBS, YTN 등 주요 방송사가 파업하는 ‘호재’를 만났음에도 시청률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KBS 새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3월6일 MBN이 0.436%, 채널A 0.381%, JTBC 0.362%, TV조선이 0.345%를 기록하는 등 그 전날보다 0.1%가량 낮아졌다. 0%대 시청률은 말 그대로, 시청 가구가 ‘0’에 가까운, 거의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와중에 굴욕적인 사건도 있었다. 채널A의 메인 뉴스가 한 시간 동안이나 펑크 나는 심각한 사고가 있었는데도 아무도 몰라 ‘방송 사고’를 전하는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다. 지상파나 CJ E&M 채널들이 이런 사고를 냈다면, 당장 사고 소식을 전하는 생중계 기사가 쏟아져 나왔을 것이지만, 채널A는 그렇지 않았다. 채널A 자체적으로는 방송 사고가 보도되지 않은 것을 ‘홍보의 승리’로 자축했다고 전해지나, 실제로는 거의 보지 않는 ‘애국가 시청률’이 이같은 웃지 못할 촌극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대 걸었던 드라마 <한반도>도 조기 종영

시청률이 낮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종편 4사의 시청률이 ‘하향 평준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출범 초기 JTBC의 시청률은 0.5~0.6%를 오가며  0.2~0.4% 사이의 여타 종편과의 차별성을 과시했으나, 지금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채널A 등의 시청률이 소폭 오르고 JTBC의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종편 4사 모두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개국 행사까지도 함께할 만큼 보조를 맞춰 출발한 이들 방송이 방송의 질과 수준도 차별성 없이 고만고만하게 해오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과의 경쟁으로 시청자 폭을 확대하기보다는 종편을 보는 한정된 시청자 내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영향은 각 종편의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 첫 방송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시청률을 보인 프로그램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보통 드라마의 경우 초반에는 낮은 시청률로 시작하더라도 입소문이 나고 스토리가 안정될수록 시청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종편 드라마들은 거꾸로 갈수록 시청률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초기에 영입한 스타 PD와 거액의 투자금, 초호화 캐스팅 등을 홍보하며 반짝 흥미를 끌었다가, 막상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만한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TV조선이 종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의 경우가 그렇다. <한반도>는 첫회 시청률이 1.649%를 기록해 조선일보가 ‘종편 드라마 가운데 첫 방송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라는 자축성 기사를 내기도 했으나, 그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지난 3월19일 방송분은 0.798%(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반도>를 개국보다 두 달여 늦게 방영하며 ‘제2의 개국’으로 홍보했던 TV조선은 물론 ‘공동 홍보’에 나섰던 여타 종편사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송법에 명시된 편성 규정도 어겨”

이들 방송이 자사가 내세우는 드라마나 화제가 될 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재방송하는 것도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이다. 가령 TV조선은 <한반도>나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를, JTBC는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을 재방송해 편성표를 채우는 식이다. 또 TV조선은 오래된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방송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12월 말 종편 4사의 본방과 재방 편성 비율이 55 대 45에 이른다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종편 출범 이후 꾸준히 모니터링 활동을 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채널A의 편성을 분석해 발표하면서 “방송법에 명시된 편성 규정을 어겼을 뿐 아니라,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을 내보냈다”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한 달간 채널A의 편성을 분석한 결과 오락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55.8%에 이르렀다. 매월 전체 방송 시간의 100분의 50 이하로 오락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는 방송법 규정을 어겼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평일 오후 7~11시 등 주 시청 시간대의 오락 프로그램 비중은 68.8%에 달했다. 또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비정상적 부부 관계 등을 다루는 <해피엔드 101가지 부부 이야기>를 방송하는 등 선정적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종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문사에서 만든 방송이니 만큼 ‘강세’가 기대되었던 뉴스 프로그램 역시 빈곤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전달하는 ‘양’ 자체가 들쭉날쭉하다. 이지혜 민언련 조중동방송모니터 팀장은 “보도 건수가 일정하지 않다”라면서 특히 JTBC와 채널A는 주말에는 메인 뉴스 보도 건수가 10건 안팎에 그치는 등 급격히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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